영화음악-2000년대 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 My Blueberry Nights 리뷰 + 동영상 모음

김제건 2013. 5. 30. 20:50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 My Blueberry Nights 리뷰 + 동영상 모음
2007년/ 제작+각본+감독: Wong Kar Wai / 주연: Norah Jones + Jude Law +
Natalie Portman / 음악: Ry Cooder / 111분



치즈파이도, 복숭아 코블러도, 심지어는 초코렛 무스케익까지도
다 잘 팔리는데, 하지만, 언제나 잘 안 팔리는
블루베리 파이.....
그렇다고 맛이 없는 것도 아닌데, 항상 카페 문을 닫을 때면
한 판 그대로 남아서 재고가 되는 그 파이를 그래도 이렇게
매일 매일 계속 만드는 이유는?
오늘도 기다리는 그 누군가가 불쑥 나타나서 그날 밤 같이
한 조각을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어쩌면 그 블루베리 파이 같은 존재로서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그녀는.........아! 과연 언제 나타날 것인가?



뉴욕, 브루클린에서 ‘클류치(Klyuch)‘라는
특이한 러시아식 이름의 조그만 카페를 운영하는 잘 생긴 총각,
제레미(Jeremy / Jude Law. 1972. 런던).
실연을 당한 수많은 손님들이 맡기고 간 열쇠들을 모두 보관하고
있는 가운데, 어느 날 밤, 다른 열쇠 하나가 또 다시 맡겨진다.
카페 건너편 이층집에 사는 남자 친구에게 배신을 당한
엘리자베스(Elizabeth / Norah Jones. 1979. 뉴욕)
그렇게 열쇠 때문에 알게 된 제레미.
그러나 몇 번 더 나타나 말동무를 하면서
블루베리 파이를 맛있게 먹던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얼마 후, 멤피스에서 엽서가 오기 시작한다.
한편, 모든 걸 잊고 새 출발을 위해 무작정 버스를 타고
오게 된 멤피스에서 리지(Lizzie)라는 가명을 쓰며
낮에는 식당 그리고 밤에는 바에서 분주히 일을 하며 지내는
엘리자베스는 뉴욕에서 떠나온 지 57일째 되는 날부터 제레미를
그리워하면서 엽서에다 타향살이의 생활상을 적어 그에게 보낸다.
“당신에게 저는 무엇으로 기억이 되는지요.
블루베리 파이를 좋아하던 여자?
실연을 당했던 여자? 당신에게 무슨 말이던 다 했던 여자? “




경찰관인 남편, 어니(Arnie Copeland/Davis Strathairn. 1949. 미국)
사랑이 너무 부담스러워 바람을 핀다는
수 린(Sue Lynn/Rachel Weisz. 1971. 런던).
괴로워하는 하는 어니는 밤마다 마지막 술잔을 비운다며 바를 찾고,
차를 사려고 돈을 모은다고 말하는 엘리자베스에게 많은 팁을 준다.
그리고 비가 오는 어느 날 밤.
자살인지 사고인지 전신주를 들이받은 차안에서 죽음을 맞이한
어니를 슬퍼하는 수 린을 위로하게 되는 엘리자베스.
251일째부터 온 엽서들에는 네바다, 엘리(Ely)의 한 카지노에서
일을 하다가, 돈을 다 잃어 만나게 된
레슬리(Leslie/Natalie Portman. 1981. 예루살렘)에게
돈을 빌려주게 되고, 또 죽어간다는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러
라스베이거스를 함께 가게 된 사연들도 적혀있다.
뉴욕을 떠난 지 300일째,
옛 남자친구가 살던 그 이층집엔 ‘세놓음(For Rent)‘ 이란
팻말만이 걸려있고, 그 아래 잠시 서있던 엘리자베스는
마침내 길을 건너 클류치 카페에서 제레미와 재회를 한다.
“변하고 싶어 떠났던 난, 타인들을 거울삼아 자신을 알게 되었고,
결국 이 길을 건너는데 만 일 년이 걸렸군요....“
라고 말하며
다시 블루베리 파이를 먹는 엘리자베스.
잠시 후 카운터에서 잠이 든 그녀의 입술 주위에 묻은 파이크림을
일 년 전의 어느 날 밤과도 같이 제레미는 입맞춤으로 닦아준다.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 주인공, 노라 존스의 노래들이
모두 다 너무 좋았다고 말하는 걸 들었지만,
하지만 실상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들이 아니겠는가?
실제 이 영화를 위한 노라 존스의 노래는 단 한곡밖에 없고,
오히려 그녀와 목소리가 비슷한 다른 여자 가수들의 노래가
분위기를 더 많이 잡아 주었는데,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곡이
바로 ‘더 그레이티스트(The Greatest)’ 라는 곡이다.
안 팔려서 버리려는 블루베리 파이를 엘리자베스가 처음으로
맛보던 날 밤에 조용한 카페의 그 분위기를 잘 묘사한 이곡은
이후 남녀주인공이 재회를 하는 마지막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세 번이나 등장을 하면서 주제곡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는데,
주인공인 가수, 노라 존스의 노래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깬 왕 감독과 두 명의 뮤직 수퍼바이저들의 용기를
먼저 칭찬해주고 싶다.
이곡은 캣 파워(Cat Power)라는 무대명(Stage Name)을 가진
챈 마셜(챌린/셜린 마샬. Charlyn Marie Marshall. 1972. 조지아)
노래인데, 1995년에 데뷔를 한 그녀가 2006년에 발표한 앨범,
‘더 그레이티스트(The Greatest)’의 동명 타이틀곡으로서
주제곡 같은 대접(예고편에도 등장)을 받게 된 이 곡 외에도
같은 앨범에 수록이 되었던 ‘Living Proof’ 이라는 곡도 한 번
더 나오며, 그녀 자신도 까메오로서 이 영화에 (첫)출연을 하였다.

* The Greatest by Cat Power:


한편, 이 영화의 본 주제곡으로 사용키위해 주인공, 노라 존스의
음성으로 준비를 하였었고, 아닌 게 아니라, 오프닝 크레디츠와
남녀 주인공이 재회 후에 키스를 나누는 마지막 장면,
그리고 엔딩 크레디츠에서도 세 번이나 들을 수가 있는
‘이야기(The Story)’라는 아름다운 발라드는
노라 존스의 매력이 여전히 넘치는 아름다운 곡으로서
이 영화의 Love Theme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한 곡이다.

* The Story by Norah Jones:




20세기의 인기 연예인들의 자녀가 오늘날, 스타가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지만, 1970년대 초에 비틀즈(특히 조지 해리슨)와도
교류를 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던 인도 출신의 시타(Sitar)연주자,
라비 샹카(상카르, Ravi Shanker. 1920. 인도)의 딸로서,
2001년, ‘First Sessions' 와 다음 해, ‘Come Away With Me'
라는 앨범으로 데뷔, ‘Don't Know Why(2002)'로 스타덤에 오른
노라 존스(지다리 노라 존스 샹커, 1979. 뉴욕 태생)의 경우는
예외인 듯하다.
2002년 한 해에만, 약 2천3백 만 장의 경이로운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 존스는 같은 해, ‘Two Weeks Notice'에 까메오로 출연을
하면서 오늘 날, 이 데뷔작의 주인공 발탁에 기틀을 마련하였었다.
한 편, 빔 벤더스(Wim Wenders) 감독과 함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999)‘이란 영화를
만드는데 일등공신이었던 기타리스트 출신의
라이 쿠더(Ry Cooder. 1947.LA)
이 영화의 전체 오리지널 스코어(OS)를 담당하면서, 마치
‘모터싸이클 다이어리(The Motorcycle Diaries. 2004)’와도
같은 음악분위기를 연출하였다.
그러나 정작 왕 감독이 애착을 가지고, 또 다시 이 영화에도
주제 음악같이 사용한 곡은 1991년에 만든 일본의 독립영화,
‘유메지(꿈/ Yumeji. 1991)’의 주제곡이다.
이 곡은 왕 감독의 '화양연화(In The Mood For Love. 2001)'와
'2046(2004)'에서도 이미 등장을 하였었지만,
뉴웨이브 락 밴드였던 EX의 리더였으며
1985년부터는 영화음악도 작곡하기 시작한
우메바야시 시게루(Shigeru Umebayashi. 1951. 후쿠오카)
작품으로서 이번에는 하모니카 연주버전으로 다시 들을 수 있었다.

* Yumeji's Theme




다른 영화의 주제곡이 다른 감독의 영화, 세 네 편에 연속으로
마치 주제곡같이 등장을 하는 경우가 참으로 흔치 않지만,
그런 특이한 행동도 불사하는 왕 감독, 역시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엘리자베스가 멤피스에서 일을 할 때 들리는 노래들 중에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이나 루스 브라운(Ruth Brown)과
같은 왕년의 리듬 앤 블루스(R & B)스타들의 옛 히트곡들
(Try a Little Tenderness / Looking Back)
매우 이색적인 선곡으로 손꼽히고 있는데,
닐 영(Neil Young)이 불렀었던 ‘Harvest Moon‘
카산드라 윌슨(Cassandra Wilson)이 발라드로 리메이크한
버전도 주목받을 만 한 곡의 하나이다.

* Try a Little Tenderness by Otis Redding


* Harvest Moon by Cassandra Wilson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가
아시안 감독으로서는 가장 존경한다고 밝혔던
왕 가위(웡 가 와이. Wong Kar Wai. 1956. 상하이).
1987년의 데뷔작, ‘열혈남아(Wong Kok Ga Moon)’이후,
‘홍콩 느와르(Hong Kong Noir)‘라는
국적불명의 급조된 단어까지 나오게 만들었고, 또
홍콩 영화계의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을 과시했다는
1994년의 ‘중경삼림(Chung King Express)’ 이후,
13년 만에 드디어 완전 영어로 대사를 하는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일부 선전에는 ‘왕 가위 최초의 할리우드 작품‘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프랑스(Studio Canal)와 홍콩(Block 2 Pictures)의 합작
자본에다 왕 감독자신도 투자를 하면서 공동 제작을 하였는데,
2007년도 제60회 깐느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이 되어
더욱 화제였었지만, 정작 미국시장에서는 성공도 실패도 아닌
결과를 가져왔었다고 한다.
글쎄? 절반의 성공이라고나 해야 할까? 아닌 게 아니라,
이 영화의 캣 파워의 ‘The Greatest’이나
노라 존스의 ‘The Story’ 역시도
왕 감독이 과거에 만든 작품들을 통해 다시 크게 히트한 바 있는
자비아 쿠가(Xavier Cugat)악단의 연주, ‘마리아 엘레나(Maria Elena)’,
마마스 앤 파파스(Mamas & Papas)의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g)’,
또 냇 킹 콜(Nat King Cole)의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Quizas, Quizas, Quizas.)‘ 등등만큼,
방송가나 음악 시장에서도 그리 유명세를 타는 것 같지는 않다.
왕 감독이나 노라 존스, 둘 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블루베리 파이의 징크스 때문일까?



* OST 앨범 수록곡 리스트:



1. The Story - Norah Jones (본문에 동영상)
2. Living Proof - Cat Power
3. Ely Nevada - Ry Cooder
4. Try a Little Tenderness - Otis Redding (본문에 동영상)
5. Looking Back - Ruth Brown
6. Long Ride - Ry Cooder, My Good Eye
7. Eyes on the Prize - Mavis Staples
8. Yumeji's Theme (Harmonica Version) - Shigeru Umebayashi
9. Skipping Stone - Amos Lee
10. Bus Ride - Ry Cooder
11. Harvest Moon - Cassandra Wilson (본문에 동영상)
12. Devil's Highway - Hello Stranger
13. Pajaros - Gustavo Santaolalla
14. The Greatest - Cat Power (본문에 동영상)




* 관련 동영상 모음:



* 주인공, 노라존스의 또 다른 동영상 모음:







Jay. 238번째 영화리뷰. Dec.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