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1960년대 중

발지 대 전투(벌지 전투)/Battle of the Bulge 리뷰(역사) + 동영상 모음

김제건 2012. 3. 23. 17:21
발지 대 전투(벌지 전투)/Battle of the Bulge 리뷰(역사) + 동영상 모음
1965년/감독:Ken Annakin/주연:Henry Fonda + Charles Bronson 외
음악:Benjamin Frankel/167분



차만 좋으면 뭘 하나, 엔진 오일이 좋아야지......라는
TV광고 문구가 한동안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인류 전쟁의 역사에도 이런 식으로
“차만 좋으면 뭘 하나? “, ”기름이 있어야 굴러가지“
라고 비꼬아 말 할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제2차 세계대전의 매우 중요한 시점에서 실제로
일어 난 적이 있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성공을 한 1944년 6월 이후,
연합군은 승리의 기분을 만끽하는 가운데
독일 본토를 향해 신나는 진격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달 안에 독일을 쉽게 격침시킬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이상하게도 가을로 접어든 시기부터는
진격의 속도도 느려지고, 사기도 좀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가을이 지나가고 또 다시 시간은 흘러
그해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는데도
얼마 남지 않은 독일군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사실 이때 독일은 최전방의 전선에서
이렇게 시간을 벌면서 대세를 역전 시킬 수 있는
매우 위력적인 신무기들(제트기, V-2 로케트와
핵무기 등)을 개발하고 있었다고 하니,
지금 생각하면 당시 연합군(특히 미국 + 영국)은
참으로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만일에 독일이 최전방 전선 방어를 이런 식으로
몇 개월만 더 시간을 끌었더라면,
최초로 떨어졌던 핵무기의 피폭 장소는
일본이 아니라 유럽의 어느 곳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신무기 개발계획에 의하여 생산이 된 상당히
위력적인 신형 전차들이 실전에 대비해 전방에
이미 배치가 완료된 상황 이었다.
그리고 전쟁 말기에 이렇게 신무기로 개발된 일명,
‘킹 타이거’ 탱크(70톤 급)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여서 이때부터 연합군의 탱크들은
문자 그대로 마치 호랑이 앞에 고양이가 된 격으로
꼼짝을 못하게 된다. (아래 사진)
우선 같이 맞서서 동시에 포를 발사하여도
깨지는 쪽은 항상 연합군 측이었는데
그만큼 강판의 두께도 그렇고 성능도 월등히(약2.5배)
우수하였다니, 이 독일군의 탱크부대가 집결이 된
서부전선(벨기에 쪽)에서는 연합군이 당연히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 것 이었다.
그리고 탱크전의 살아있는 신화,
미국의 패튼(Patton)전차 군단도 이들을 제압하기에는
너무 먼 곳(자르 지방)에 주력부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개봉이 될 때는 제목이 ‘발지 (대)전투’라고 해서
마치 발지(벌지)라는 어느 한 특정장소에서 벌어진 전투를
다룬 영화겠구나 라고 생각들을 하였지만,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발지(또는 벌지)는 고유지명이 아니다.
이 영화 속의 전투가 벌어진 곳의 정확한 장소는
현재 벨기에의 남부 지방인
아르덴(아르덴느/Ardennes) 이라는 곳으로서
독일을 향해 넓게 포위하고 있던 원형의 대치 선(線)
(스위스에서 북해까지 총 길이로는 무려 1,000Km)에서
이곳만이 유일하게 진격 반대 방향으로
‘배 불뚝이(The Bulge: 돌출부)’처럼
튀어나왔다 해서 연합군 측에서 알기 쉽게 붙인
지도상의 한 지역의 별칭 또는 총칭인 것이다.
(아래 지도 참조)
(재미있게도 요즈음은 어느 PC 게임의 제목으로도 사용을
하고 있고, TV 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도
이 전투를 다루고 있다.)




1944년 12월16일부터 다음해 1월28일까지 치열하게
벌어진 제2차 세계 대전 사상 최대의 지상전투라는
‘발지 (대)전투(Battle of the Bulge)’
역사적 배경은 다음과 같다.
(미군 50만 명 투입, 81,000명 부상, 19,000명 사망함)
히틀러의 특명을 받은 룬트슈테트 장군은
동절기로 접어들면서 기상이 악화되어 연합군의 항공기
활동이 거의 불가능 해지자 이 신형 타이거 탱크 여단을
총 동원하여 남서부 방어 전선을 뚫고 나가
(로샤임 협곡에서 우르 강을 거쳐 뮤즈 강 쪽 으로)
연합군의 보급항구인 앤트워프를 점령할 계획을 세우고,
이에 쾰러 장군과 헤슬러 대령을 선봉으로 내 세운다.
이 계획은 독일 측으로서는 마지막 큰 모험 인 셈 인데
성공을 하면 대량 살상용 신무기가 개발되는 봄까지
전황을 유리하게 끌고 갈수 있지만, 그러나 만일에
여기서 실패하면 마치 둑이 터지는 격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원작소설의 제목도 히틀러의 마지막 도박이라고 지었다.
아래 사진)



프랑스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주제로 연합군과
독일군의 대응을 큰 윤곽으로 그린 대작 전쟁 영화,
지상 최대의 작전 (The Longest Day. 1962)
고집스러운 한 장군의 이야기를 그린
패튼 대 전차 군단(Patton. 1970) 과는
달리 이 영화는 마치 픽션같이 다음과 같은 양측의
몇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공교롭게도 이 가운데 한명만 제외하고는 지금 살아있는
배우들이 없다)

* 미군 카일리(Daniel Kiley)중령(Henry Fonda. 1905-1982):
전쟁 참전 전에는 20년간, 경찰이었다가
현재는 정보 수집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교전에 직접 참가하는 등 종횡무진 활약하며
대부분의 중요장면에 다 등장을 하는 제1의 주인공이다.

* 독일군 헤슬러(Martin Hessler)대령(Robert Shaw. 1927-1978):
최전방의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리라는 특명을 받고
러시아 전선에서부터 부임을 하게 되는데
전차로 일주일 만에 폴란드를 그리고 39일 만에
빠리를 점령한바 있는 무공의 전쟁광으로 묘사된다.
날카로운 눈매와 카리스마적인 연기가 볼만하다.
이 헤슬러 대령은 실존인물로서 영화의 줄거리와는 달리
포로로 잡힌 후에 전범재판소에서 무죄의 판결을 받았고
이 영화의 제작고문을 맡기도 하였다.



* 미군 그레이(Grey) 2성 장군(Robert Ryan. 1909-1973):
앙블레브(Ambleve)사단 본부장으로 후퇴대신 전부대의 사수를
명령하지만, 결국 첫 대결에서부터 패배를 하게 된다.

* 미군 프리처드(Pritchard) 대령(Dana Andrews. 1909-1992):
그레이 장군의 부관으로서 대니얼 중령의 정보를 무시하고
전황을 너무 낙관하다 독일군의 불의 의 기습을 받고
패배를 하게 만든 장본인.

* 미군 워렌스키(Wolenski)소령(Charles Bronson. 1921-2003):
독일군과 최전방에서 대치중인 전투부대의 지휘관인데
부하들의 군기가 엉망이다.
후퇴도중 우연히 사령관을 보호하게 된다.

* 미군 위버(Weaver)중위 (James Macarthur, 1937, 미국 LA)
어쩌다 독일군에게 생포가 되어 포로가 되었지만
끝 장면에서 탈출을 하여 연료기지를 사수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 미군 거피(Guffy)상사(Telly Savalas. 1924-1994):
전차 부대의 지휘관이지만 현지여인과 동업으로 향수, 스타킹 등
암시장(Black Market)물건을 공급하는 일이 우선이다.
그러나 낙오병으로서 끝 장면에서는 대단한 전공을 세우게 된다.



악천후 속에서도 정찰기로 항공촬영을 하던 카일리 중령은
최전선으로 부임하는 독일군 헤슬러 대령의 얼굴과
나무숲 속에 숨겨져 있는 신형 탱크 등을 촬영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분석 후에 독일군의 대 침공가능성을 사령부에 보고하나,
그레이 장군을 비롯한 수뇌부와 참모들은 이 의견을 무시한다.
한편 영어가 유창한 독일군 특수부대원(슈마커 중위 지휘)들은
통신선등을 차단하고, 미군 MP 복장으로 위장을 한 뒤
미군 점령지역에 투하되어 이정표를 바꿔놓는 등의
교란 작전을 수행하는 가운데, 드디어 12월16일에
전 타이거 전차 여단은 출동을 시작 한다.
(약 135Km 전선의 5 군데에서 일제히 침공을 개시)
대전차 화기를 비롯해 모든 무기가 힘을 못 쓰는 가운데,
앙블레브의 사단사령부는 초장부터 함락이 되고
결국 미군들은 후퇴하기에 급급하다.



이제 독일군들은 운명의 뮤즈 강까지 도착을 하였는데,
승승장구하던 그들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노출이 되기 시작한다.
바로 탱크의 연료보급 문제 인데, 그래서 문제는
이제 강 서쪽 20Km 지점에 있는 미군의 연료저장소를
누가 먼저 점령 하는가에 승패가 달린 셈이 된 것 이다.
미군 사령부의 폭파 명령이 내려진 연료 창고(Gasoline Depot).
그러나 거피 상사를 비롯한 낙오병들은 이 기지를 보호하면서
오히려 이곳을 향해 올라오는 헤슬러에게 드럼통을 굴려
터트리면서 전부 불에 타죽게 만든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전세가 반전되면서
그 대단한 성능의 전차들을 그냥 길에 나두고 걸어서
후퇴하는 독일군을 궤멸시키는 전기가 마련된다.
그러니, “전차가 아무리 좋으면 뭘 하나?
기름이 있어야 굴러가지“
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도
독일은 할 말이 없게 된 것이다.
그 좋은 머리들로 이렇게 하드웨어만을 생각을 하였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런던 출신이면서도 특이하게 음악교육은 독일에서 받은 작곡가,
벤자민 후랑켈(Benjamin Frankel. 1906-1973, 영국)
웅장한 스케일의 스코어(OS)를 만들고 또 직접 지휘를 하면서
녹음을 하였는데,
아무래도 전투장면이 많다보니 영화 속에서 음악(Main Theme)의
비중은 그리 큰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위의 동영상)
그런데 벤자민 후랑켈이 만든 이 주제곡 외에 이 영화를 보고나면
반드시 기억에 남는 노래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헤슬러 독일 대령이 전방의 탱크 부대로 부임을 하여
부하들과 함께 비장한 모습으로 부르는 (독일)군가이다.
제목은 바로 전차 행진곡(Panzerlied).



영화장면에도 나오는 것처럼 발을 굴러가면서 불러야
역시 제멋이 나는 듯 보이는 이곡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헤슬러 대령이 마지막 장면에서 불에 타면서 죽어가는
모습위로 다시 한 번 더 흘러나오는데,
그건 아무래도 연합군 측의 비아냥거림이 포함된
음악 연출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겠다.
그런데 이곡은 21세기의 아직까지도
독일 기갑사단의 대표적인 군가로 사랑받고 있다고 하니,
비록 히틀러와 롬멜이 좋아하던 노래이고
또 이태리 군인들까지도 불렀다 할지라도,
나치즘과 파시즘과는 상관없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인기 군가로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충성 전투가’도 이곡에서 따왔다고 한다)
요즈음 원유 값이 배럴당 100달러를 이미 돌파하였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려온다.
지금이나 또 이 전쟁이 벌어진 그때나 기름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 깨닫게 되는데,
이렇게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계속 올라가다가는 머지않아,
“차만 좋으면 뭘 하나? 기름이 있어야 굴러가지” 라고
말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된다.



* 관련 동영상 모음:










revised. Apr.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