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1960년대 중

라스페기 / Lost Command 리뷰 + 동영상 모음

김제건 2012. 2. 28. 17:05
라스페기 / Lost Command 리뷰 + 동영상 모음
1966년/ 제작 + 감독: Mark Robson/주연; Anthony Quinn + Alain Delon +
Claudia Cardinale/ 음악: Franz Waxman/129분



1960년대 중반하면,
알랑 드롱(Alain Delon. 1935, 프랑스)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하던 시기였다.
한국 남자배우로는 신성일 님이, 그리고 프랑스를 포함한
전 세계의 배우로서는 마치 그가 최고의 남자 배우인 듯
당시 우리나라 대중들에게 인식이 되었었다.
그 바람에 그가 출연만 하였다고 하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수입을 앞 다투어 바쁘게 하고, 또 보던 때가
바로 그 시절이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 알랑 드롱만 나왔다하면
개봉 족족 모두 다 성공을 거두었고, 흥행이 저절로
되었다고 하니, 수입영화 업체로서는 정말 대박의 찬스가
아닐 수 없었고, 또 그러다보니 만사를 제쳐놓고
그가 나온 영화를 들여오기가 바빴던 것이다.
그래서 1960년대는 한국에서 ‘알랑 드롱 신드롬’
바로 절정기 이었던 때였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시절에 개봉이 된 알랑 드롱이 출연한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도 이 영화는 그가 당시에 가장 많이
나오고 또 가장 좋은 반응을 받던 갱스터 영화가 아니었고
또 한편으로는 그가 제1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도
특이했었다,
그러나 그러던 말던 이 영화를 수입하였던 영화사는
마치 알랑 드롱이 제1의 주인공인양 선전을 하였고,
또 포스터도 그런 식으로 만들었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제1의 주인공은 바로 한글제목으로
사용이 된 라스페기(Raspeguy)라는 독특한 이름의
군인 장교 (대령)역을 맡은
앤소니 퀸(Anthony Quinn. 1915-2001, Mexico)이었고,
드롱은 여기서 제2의 주인공 이랄 수 있겠다.
그리고 알제리 여인, 아이샤 역을 맡았던
끌라우디아 까르디나레 (CC, 1938, 튜니지아)
그동안 이태리 국내용 배우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영어 대사를 하는 이 할리우드 영화에 국제적인 대스타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출연을 했다는 점도 상당히
이채로웠는데, 이 작품에서의 인기덕분이었는지, 그녀는
2년 후, 1968년에 본격적으로 할리우드의 대작 서부극,
‘웨스턴(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주인공으로 출연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알랑 드롱의 출세작인
‘Plein Soleil (태양은 가득히. 1960)’에서
드롱에 의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필립 역으로 열연을 한
모리스 로네(Maurice Ronet. 1927-1983, 프랑스) 역시
알랑 드롱과 같은 프랑스 공수부대의 (호전적인) 지휘관
보프라(Boisfeuras)대위로 출연을 하면서 눈길을 끌었는데,
지금까지 언급을 한 이 4명의 국제적인 대스타들이
결국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라고 생각을 하면 되겠다
당시의 포스터 홍보 문구 때문인지
프랑스 영화로 생각하는 분들도 더러 있었으나,
이 영화는 분명히 미국의 자본과 캐나다 출신의 감독이 만든
할리우드 영화로서, 어떻게 이렇게 당시 최고의 인기 배우들을
잘 기용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성공적인 월드 와이드 캐스팅이
우선 눈에 띤다.
감독까지 포함을 하여 캐나다에서부터 프랑스, 이태리까지
그리고 미주와 유럽, 동서 양 대륙을 망라한
‘1960년대 중반의 그 화려했던 다국적 캐스팅’이야말로
그래서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베트남전에서 같은 프랑스 부대의 군인으로써 싸우던 이들,
다함께 포로로 잡혀 있다가 종전 후 풀려나면서
제대를 하게 되고, 각자의 길들을 걸어가다가 무슨 운명인지
알제리 내전 때문에 다시 만나게 된다.
그동안 프랑스 시골에서 평화롭게 양을 치고
농부 생활을 하면서, 여자(백작부인)에게나 관심을 갖던
라스페기 대령(Anthony Quinn)
예전에 베트남전서부터 오른팔 같은 참모로서 줄곧 아껴오던
필립(Phillipe Esclavier-Alain Delon) 대위를
중심으로 하여 새로운 부대(제10 공수 연대)를 편성하고
현지로 출동을 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알제리 독립군의
지휘관은 과거의 프랑스군의 전우였었던
마히디(Mahidi-George Segal, 1934, 미국) 로서
이제는 서로 싸우고 죽일 수밖에 없는 사이가 된다.
그리고 필립 대위를 유혹하며 접근을 하는 매력적인 현지 여인
아이샤(Aicha-Claudia Cardinale-아래 사진)역시
알고 보니 마히디의 여동생으로서 알제리 독립군이 미인계로
이용을 한 스파이였던 것이다.



결국, 인권을 존중하는 이성적인 필립 대위의 작전 계획은
무시되고, 호전적인 장교, 보프라 대위가 베트남전의 전우였던
마히디를 사살하고 알제리 독립군들을 전멸시키는 상황으로
(오레스산의) 산상 전투가 끝나면서,
한때나마 지휘권을 상실하였던(Lost Command라는 제목의 뜻)
라스페기 대령이 마침내 장군으로 승진하는 상황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제작자나 감독을 포함하여 서방측에서 만든 작품이라서 그런지,
알제리 독립운동인 게릴라전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점령군인
프랑스편만 들어줬다는 점이 지금 다시 보아도
많이 부자연스럽다.
(마치 인디언들이 모조리 악당으로만 나오던 아주 오래된
서부 영화 같은 느낌도 드는데, 그러나 알제리 역시
지금은 물론 당당한 독립 국가이다.)




영화를 연출한 캐나다 출신의 감독,
마크 랍슨(Mark Robson. 1913-1978)
‘원한의 도곡리 다리(The Bridges at Doko-ri)’라는
1955년 작 한국 관련 영화로 우리에게도 꽤나 친숙하였는데,
이 영화는 그가 직접 제작까지도 하였다.
오리지널 스코어(OS)는 독일 이민자 출신으로서 미국에서
열심히 활동하면서 1930년대부터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영화음악가로 성장하였던
프란츠 왁스만(Franz Waxman. 1906-1976, 독일)
만들었다.
물론 전쟁 영화이어서 그렇겠지만,
1957년에 음악 연출을 하였던 하오의 연정 이나
‘페이튼 플레이스(Peyton Place. 1957)',
‘대장 부리바(Taras Bulba, 1962)' 에서와 같은
인상적인 주제곡(아래 음악)은 아쉽게도 발견할 수가 없고,
대신 라스페기 대령이 짝사랑하던 백작부인과 춤을 출 때,
배경음악으로 흐르던 (줄리엣 그레꼬 등이 불러 히트시켰던)
물랑 루즈(Moulin Rouge)라는 오래 된 샹송만이
기억에 남는다.
[1952년도 영화, '물랑 루즈(Moulin Rouge)'의 주제곡]









21세기가 되면서 영화 산업은 무척이나 발전에 발전을 더 하여,
문자 그대로 산업이라는 단어를 써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은
시대가 되었건만, 어찌된 일인지 이 영화같이 한 시대에
각 대륙을 대표하던 (당대의) 명배우들은
오히려 질적으로 양적으로 더 줄어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알랑 드롱의 계보를 잇는 프랑스의 미남 명배우가 오늘 날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앤소니 퀸 같이 유럽과 할리우드를
넘나들며 활약을 하던 그런 대 배우도 이젠 볼 수가 없다.
소프트웨어 보다는 그저 하드웨어만
홀로 발전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
무려 반세기나 세월이 흘러갔고
또 지금의 신세대들에게는 전혀 의미가 없을지 모르는
1960년대 중반의 그 화려했던 다국적 캐스팅
자랑인 이 작품은 그래서 그들의 젊은 시절의 얼굴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당시의 추억들이 저절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올드팬들에게는 (영화의 수준과는 상관이 없이)
그저 무척이나 반갑기만 할 뿐인 것이다.



* 관련 동영상 모음 :










revised. Apr.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