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건의 음악단상 34

사랑에 관한 단상 – 시네마 천국에서

사랑에 관한 단상 – 시네마 천국에서 "나, 엔니오 모리코네는 세상을 떠났다 (Io Ennio Morricone sono morto)." 2020년7월6일, 세상을 떠난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1928-2020)가 직접 작성했다는 자신의 부고장은 이렇게 시작하고, 마지막엔 아내 마리아를 향해 "지금까지 우리를 묶어준 각별한 사랑을 되새기고 이제 떠나게 되어서 슬프다. 가장 가슴 아픈 작별 인사를 그녀에게 보낸다." 라고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언제나 가까웠던 친구들과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모든 분께 제 사망 소식을 전합니다. 모든 분의 이름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커다란 사랑을 담아서 작별 인사를 보냅니다."라는 내용도 중간에 있는 그의 특이한 부고장을 접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유..

사랑에 관한 단상 – A Whiter Shade Of Pale

사랑에 관한 단상 – A Whiter Shade Of Pale 프로컬 핼럼(Procol Harum)이라는 1967년에 조직이 된 영국 출신의 락 밴드가 데뷔를 하면서, 같은 해에 빅 히트를 시킨 싱글곡이 바로 이 ‘A Whiter Shade Of Pale‘입니다. 오리지널 버전은 6분이 넘는 긴 곡 (방송용으로 4분 편집 버전도 있음)입니다만,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클래식 음악에서 메인 테마(Main Theme)를 인용하고, 또 1년 전에 미국에서 갓 나온 펄시 슬레이지(Percy Sledge)의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When a Man Loves a Woman)‘의 도입부 테마도 일부 차용하면서, 마치 요즈음의 퓨전 요리 같이 작곡을 한 음악이라고 하는데, 반세기가 지나..

사랑에 관한 단상 – 찔레꽃

사랑에 관한 단상 – 찔레꽃 토크 쇼에 나온 주인공들이 어쩌다 어머니, 또는 엄마이야기가 화제로 나 올 경우에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보는 시청자들도 마음이 울컥해지고 짠해집니다. 우리는 왜? 어머니, 또는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나오는 걸까요? 엄마 일 가는 길엔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엄마 엄마 나 죽거던 앞산에 묻지 말고 뒷산에도 묻지 말고 양지 좋은 곳 묻어 주. 비 오면 덮어주고 눈 오면 쓸어 주. 내 친구가 나 찾으면 엄마 엄마 울지 마. 논..

사랑에 관한 단상 – 다시 혼자가 된다는 것

사랑에 관한 단상 – 다시 혼자가 된다는 것 세상에 올 때도 혼자였었던 우리들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이 갈 때도 물론 혼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본다면 이 노래의 제목은 참으로 잘 지었다고 느껴집니다. Alone Again (Naturally).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다시 혼자가 된다. 다시 혼자가 된다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어떻습니까? 당신은 혼자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우신지요? 아일랜드 출신인 길버트 오 설리번(Gilbert O'Sullivan. 1946)이 1972년에 직접 만들어 불러 큰 인기를 얻었던 이 자작곡의 긴 가사는 상처받은 한 영혼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혼자가 되는 것을 노래합니다. 결혼식 날, 교회에서 신부에게 바람을 맞고 꿈이 산산조각 난 젊은이가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다시 혼..

사랑에 관한 단상 – 나였던 그 아이

사랑에 관한 단상 – 나였던 그 아이 서울시 광화문 사거리와 신논현역 사거리에 있는 교보문고의 외벽에 늘 걸려있는 큰 현수막에는 언제나 좋은 글들이 쓰여 있습니다. 좋은 글이 있는 책을 파는 문고로서는 아주 그럴듯한 발상이 아닐 수 없죠. 위의 사진도 운전 중, 신호대기를 하다가 글이 마음에 와 닿아 사진으로 담았었죠. “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 어떻습니까? 우리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는 글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은 이 지구상에서 누구보다도 바로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고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나였던 그 아이도 내가 가장 사랑했을 텐데, 과연 아직도 내속에 있을까요? 아마 중년이 넘은 사람들은 거의 다 이렇게 생각을 할 겁니다. 내 마음속에 그 아이는 ..

사랑에 관한 단상 – 내 나이 마흔 살에는

사랑에 관한 단상 – 내 나이 마흔 살에는 “내 나이 마흔 살에는“ 라는 제목의 양희은의 노래가 있습니다. 환갑을 넘어선 양희은도 이 노래를 마흔 살이 넘은 나이였던 1995년에 자신이 직접 작사를 하여 녹음을 했었다지만 한편으로는 이 노래의 키워드를 40살이 아니라 50살 그리고 60살, 70살 이라고 바꿔, 개사를 해서 불러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아주 많이 공감이 되는 가사이죠. 얼핏 이 노래를 들으면, 경쾌한 남미풍의 리듬과 또 느리지 않은 템포 때문에 즐겁게도 느껴지는 첫 인상이지만요 그러나 가사를 천천히 음미하며 들으면 가슴이 너무나 짠해집니다. 그리고 슬퍼지기까지도 하죠....... “봄이 지나도 다시 봄~ 여름 지나도 또 여름~ 빨리 어른이 됐으면... 난 바랬지, 어린 날에... 나이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