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1970년대 하

텐 / 10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김제건 2014. 5. 26. 18:16
텐 / 10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1978년/제작+각본+감독: Blake Edwards / 주연; Dudley Moore + Bo Derek +
Julie Andrews/ 음악: Henry Mancini / 118분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자고로, 십진법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십(10) (十) (Ten)” 이라는 숫자는
꽉 찬 완전 숫자를 의미하였다.
그런데 우리들의 과학적인 한글과는 달리,
영어에서 이 ‘십(Ten)’이란 단어는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경우에 따라서 그 뜻이 크게 달라진다.
우선순위 나 서열을 의미할 때의 ‘텐’ 은
그 뜻이 별로 좋지가 않아 꼴찌나 바닥을 뜻하기도
하지만, (Ten=Terrible)
대신, 점수를 매기는 체조경기나 무슨 콘테스트에서의
이 ‘텐’ 은 가장 좋은 점수인 만점을 의미하기도 하니,
희한하게도 극과 극을 동시에 뜻하는 단어인 셈이다.
이 영화의 제목에서 말하는 ‘텐’ 은
바로 개봉 당시의 화제의 여자주인공이었던
보 데릭(Bo Derek)의 극중 매력점수를 의미하는데,
오히려 남자주인공인, 더드리 무어(Dudley Moore)
그녀에게 만점인 ‘텐’을 넘어서 ‘11’점을 줄 정도라니
도대체 그 사연은 무엇일까?



아카데미상을 네 번 씩이나 받을 정도로 실력 있는 작곡가,
조지 웨버(George Webber - Dudley Moore. 1935-2002, 미국)
베버리힐스의 자택에서 42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깜짝 파티를
걸 프렌드, 샘 (Samantha-Julie Andrews, 1935, 영국)에게서
선물로 받는데 기분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
최근 들어 38세의 이혼녀인 이 샘(새만사)과의 좋았던 관계도
시들해지고, 눈길은 자꾸만 젊고 예쁜 여자들에게만 쏠리면서
짜증만 자꾸 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찾은 정신과 의사는 바로 중년의 위기를 맞이했다고
충고를 해주는데, 그런 어느 날, LA 시내에서 신호대기를
하다 바로 옆 차선에 서있는
제니 헨리(Jenny Henry-Bo Derik, 1956, 미국 롱비치) 에게
그만 첫 눈에 홀딱 반하게 된다.
면사포를 쓰고 교회에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가는 그녀를
무작정 뒤쫓아 가는 조지.
그리고 이 맹목적인 추격 내지 추적은 그녀가 신혼여행을
간 멕시코까지 이어진다.



그녀가 오일을 바르고 선탠을 하는 해변 가에서
조지는 그녀를 옆에서 몰래 지켜보며
키스를 나누는 상상에서부터 온갖 꿈을 다 꾸게 된다.
세상에 이 제니 이상 10점, 만점의 점수를 줄만한
여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는데,
공교롭게도 그녀의 젊은 신랑을 익사 직전에 바다에서
구하게 되고, 그 일로 그 남편이 입원해있는 사이,
둘이서 함께 저녁 식사도 같이하고 춤도 추게 된다.
그리고 함께 돌아온 호텔 방, 제니는 축음기에다가
라벨(Ravel)의 ‘볼레로(Bolero)’를 틀어놓고서
완전 나체로 조지에게 다가온다.
아! 드디어 꿈에 그리던 그녀와의 정사!
이 얼마나 황홀한 순간인가?
그런데 잘 돌아가던 레코드판이 갑자기 튀고,
병원에 있는 젊은 신랑에게서 전화까지 걸려오면서
도무지 사랑의 행위에 집중을 할 수가 없는 조지.
이윽고 “결혼식 일주일 만에 이렇게 외간 남자와 자도
상관이 없냐?”
는 이성적인 대화가 몇 마디 오고 간 후,
흥은 깨지기 시작하고,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리며,
조지는 그냥 그녀의 방을 나오게 된다.
역시, 상상 속에서 10점 만점을 줄 때가
그래도 좋았었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그리고 다시 돌아온 LA,
조지는 드디어 기다리는 여친, 샘에게 청혼을 한다.



‘피터 건(Peter Gunn)‘같은 인기 TV 시리즈를
1950년대 말에 만들어오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1961년)’이란
대표작으로 이미 스타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굳힌
블래익 에드워즈(Blake Edwards. 1922, 오크라호마)
그의 최초의 직업이기도 했던 각본 집필도 다시 하고
직접 제작과 감독을 하며 한 동안 열중했었던
‘핑크 팬더(Pink Panther)’시리즈와는 격이 다른 이 색다른
성인 섹스 코미디를 만들어 또 다시 대단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는데, 자신이 직접 조지같이 1960년대 말에
LA시내에서 신호대기를 하며, 젊은 여성들을 쳐다보다가
상상을 하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는 아이디어를 얻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새 신부에게 헌정을 하는 작품이라 불리기도 하는
‘밀애(Darling Lili)‘의 제작 막바지인 1969년 11월에
줄리 앤드류스(Julie Andrews, 1935, 영국)
(두 번째) 결혼을 하면서 뒤로 미루어 두었던
이 영화의 제작은 화제의 여배우,
보 데릭(Bo Derik, 1956, 미국 롱비치)
발굴로 드디어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엄마 친구인 앤 매그릿(Ann Margret)
만나러 왔다가 졸지에 첫 번째 타이틀 롤을 맡게 된
보 데릭으로선 정말로 깜짝 신데렐라가 된 것이다.
이 영화내용과도 같이 그녀 역시 실제로 21살의 어린 나이
(1977년)에 나이 차가 무려 30년이나 나는 노년의 감독,
존 데릭(John Derik. 1926-1998)
이미 결혼생활을 했었다고 하는데, 이 영화 한편으로,
라퀠 웰치(Raquel Welch. 1940, 시카고)이후,
한동안 뜸했던 섹스 심볼 붐을 이어가는 영광을 누리게 되고,
그리고 그 붐의 절정을 남편, 존이 직접 만든 영화,
‘볼레로(Bolero. 1984년)'까지 이어간다.
(그러나 163Cm의 가냘픈 몸매의 그녀는 실제로 그래머는 아니었다.)



별도의 오리지널 스코어(OS)가 없진 않지만,
이 영화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음악은
역시 라벨(Ravel)작곡의 ‘더 볼레로‘(The Bolero)
아닐 수 없고, 아무래도 이 음악이 나오는 장면이야말로
줄거리로 보나 음악적으로 보나 이 작품의 명장면이고
클라이맥스인 셈이다.
근사한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춤까지 추다
호텔 방으로 함께 돌아온 조지 와 제니.
자연스럽게 대마초를 함께 피면서 그녀가 영국에서 유학을
하던 10대 시절을 포함해 여러 이야기들을 나눈다.
그리고 제니가 레코드판을 틀게 되는데,
프로코피에프(Prokofiev)의 클래식 음악이 나오자,
조지가 왜 하필 이 곡을 트느냐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런데 제니가 여기서 "트는 목적은 말이죠....."
라며 대답 하는 말이 너무 야한데 (성인용이지만 이 영화의
명대사이기도 하다), 그냥 영어대사 그대로 소개를 하자면
다음과 같다.
“Fuck........Not only ‘Prokofiev’......‘Ravel’......
Did you ever do it to Ravel's ‘The Bolero’?
My Uncle turned me on to it,
My step mother's younger brother Uncle Fred said
‘The Bolero’ was ‘The most descriptive Sex Music
ever written' And He proved It.“
이렇게 말을 하고서
라벨의 ‘더 볼레로‘ 판으로 바꿔 트는 제니.
그리고는 완전 나체가 된 ‘별나고 엽기적인 신부‘로 다가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영화가 개봉이 되고 나서,
라벨의 이 볼레로 디스크는 한 때,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되었고
또 많은 가정의 침실에서 밤에 이 음악이 들려왔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제니는 연주 시간도 아주 적당하다고 말을 하는데....
글쎄?





감독, 블래익 에드워즈와 무척 친분이 가까워
마치 형제 사이와도 같았다던 짝꿍 작곡가,
헨리 맨시니(Henry Mancini. 1924-1994, 미국)
전체 스코어와는 별도로, 극중 주인공이 작곡가이다 보니,
조지가 극중에서 작곡하는 곡(‘Don't Call It Love’)이나
그리고 뮤지컬 가수인 샘이 부르는 곡도 마치
‘문 리버(Moon River)’ 같이 별도로 다시 만들어야만 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 조지가 운전을 하며 (카세트 테잎 이전에 카스테레오
테잎으로 유행을 하던) ‘카트리지’로 듣는 줄리 앤드류스의 노래,
‘He's No More Than A Man’ 도 상당히 듣기 좋은데,
이 곡을 듣다가, 그 운명의 신호대기를 하게 된다는 게
역시 코미디 영화답다.
어쨌든 이 기가 막힌 삽입 곡, 라벨의 ‘볼레로’는
1984년에 보 데릭이 다시 한 번 영화, ‘볼레로(Bolero)’에서
야하게 우려먹게 되고, 1981년에 만든 프랑스의
끌로드 를르슈(Claude Lelouch) 감독의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Les Uns Et Les Autres)‘를 비롯하여
몇 편의 다른 영화들에도 주제곡같이 더 사용이 되었었다.



애들이 그렇게 떼를 쓰며 사달라고 조르던 장난감도
몇 번 쓰고 나면, 싫증이 나는지 구석에 처박아두는 경우가 있다.
그렇듯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버릇은 남는 모양이다.
그렇게 갖고 싶었고, 또 그렇게 하고 싶던 것들도
막상 경험을 하고 나면 별게 아니구나하는 느낌을 갖는데,
이 영화 속의 주인공,
조지도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던 10점 만점의 영계 역시
단지 상상 속의 10점 만점 이었던 것뿐이다(맨 위의 사진).
그래서 이 영화도 상상 속의 러브 씬들을
현실보다도 더 아름답게 표현하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나이쯤 되면 자족하면서 살줄도 알아야 하는 건데...........



* 관련 동영상 모음:










revised. Jan.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