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1980년대 하

데칼로그: 십계 / Dekalog (The Decalogue) 리뷰 + 동영상 모음

김제건 2014. 5. 14. 18:21
데칼로그: 십계 / Dekalog (The Decalogue) 리뷰 + 동영상 모음
1988년/ 각본+감독: Krzysztof Kieslowski /주연: Henryk Baranowski 외
음악: Zbigniew Preisner / 10편, 약 570분.



세상이 변하고 달라진 요즈음은
이렇게 만들라고 해도 만들 수가 없겠지만,
이런 심각하고 난해한 주제의 드라마를 만들어,
TV 시리즈물로 방영을 했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질 않는다.
1989년 12월10일에 폴란드 국영 방송국 채널을 통하여 시리즈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방영이 되면서, 전국적으로 크나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이 작품, ‘데칼로그: 십계‘
아직도 폴란드 최고의 천재 감독으로 불리며 사랑을 받고 있는
크쥐시토프 키에슬롭스키(Krzysztof Kieslowski. 1941-1996. 폴란드)
생애 최대의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리스어로
‘십계명(十誡命, The Ten Commandments, Covenant)’
의미한다는 ‘데칼로그(Dekalog)’.
아주 아주 오랜 몇 천 년 전, 구약 시대에 받았던 이 계명들을
세상이 완전히 바뀐 이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그대로 지킬 수
있단 말인가? 라는 의구심을 오늘 날 많은 크리스천들이
갖고 있다고도 하지만,
젊은 시절엔 신부가 되기를 소망했었다는 가톨릭 신자,
키에슬롭스키 역시도 이 십계명뿐만 아니라 내세에 관해서까지
깊은 회의를 한 때 가졌었다고 한다.
이 작품의 각본은 그가 그런 신앙적 갈등 속에 있던 1983년과
1984년에 탈고를 하였다고 하는데,
많은 탄압을 받고 있던 당시의 공산 정권아래서 어떻게든
이 작품을 영화화를 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
운이 좋게도 당시 서독의 자본으로
(자유 베를린 방송국-약 십만 달러 정도의 저 예산)
드디어 촬영에 성공을 하게 되고,
이후 국영 TV 방송국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된 것 이다.



차별화를 하기위해서 일부러 다르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르면 안 될 것만 같은
모세의 십계명이 가톨릭과 개신교에선 분명히 다르다.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라고
우상숭배를 금하는 제 2계명이 없는 가톨릭에선 대신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마라.”라는 제 9계명이 있는데,
가톨릭 신자인 키에슬롭스키가 직접 쓴 이 작품의 각본은
물론 개신교가 아니라 가톨릭의 십계명을 기준으로 하였다.
하지만 제목에 신경을 쓰지 않고서 그냥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 픽션들의 일부 내용들이 어떻게 십계명과 연관이 되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도 말들을 하였는데,
(특히 ‘어느 사랑에 관한 이야기(Dekalog-06: Szesc)’)
키에슬롭스키는 모든 줄거리들은 어떻게든 십계명과 연결이
된다고 추후에 설명을 하기도 했었다.
자 그럼 어떤 내용이 과연 모세의 십계명과 연관이 되는지
간단하게 그 줄거리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 십계 01계명: 한분이신 하느님을 흠승 하여라.
‘어느 운명에 관한 이야기(Dekalog-01: Jeden)’
대학 교수인 아버지와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아들의 이야기.
죽은 개를 보고 죽음이 무엇인가를 질문하던 어린 그 아들에게 생긴 일은?

* 십계 02계명: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어느 선택에 관한 이야기(Dekalog-02: Dwa)’
임종이 가까워진 병석의 남편, 그리고 애인의 아기를 임신한 아내의 이야기.
그리고 이웃에 사는 의사의 진단은?



* 십계 03계명: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에 관한 이야기(Dekalog-03: Trzy)’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타난 옛 애인 때문에 거짓말을 하게 되는 어느 가장.
그래서 안식일에 부부관계는 금이 가고.....

* 십계 04계명: 부모에게 효도하여라.
‘어느 아버지와 딸에 관한 이야기(Dekalog-04: Cztery)’
딸이 어릴 적에 죽은 아내가 남겼던 편지의 겉봉에는
‘아버지의 사후에 개봉’이라는 글이 적혀 있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출장을 간 사이에 이를 뜯어본 딸.

* 십계 05계명: 사람을 죽이지 마라.
‘어느 살인에 관한 이야기(Dekalog-05: Piec)’
택시기사를 잔인하게 살인한 어느 청년,
그리고 사형을 반대하는 변론을 펼치는 한 변호사.
법 체재와 인간성에 대한 회의가 그 주제이다.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84분)’이라는 제목의 극장 판이 별도로 개봉되었었다.

* 십계 06계명: 간음하지 마라.
‘어느 사랑에 관한 이야기(Dekalog-06: Szesc)’
우체국에서 일을 하는 어느 젊은이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이웃 여인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벌어지는 일들.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86분)’이라는 제목의 극장 판이 별도로 개봉되었었다.



* 십계 07계명: 도둑질을 하지 마라.
‘어느 고백에 관한 이야기(Dekalog-07: Siedem)’
어머니로 알고 있던 여인은 할머니이고,
언니로 알고 있던 16세의 어린 여인이 어머니라면?

* 십계 08계명: 거짓 증언을 하지 마라.
‘어느 과거에 관한 이야기(Dekalog-08: Osiem)’
바르샤바 대학의 저명한 윤리학 교수를 바다 건너 멀리 미국에서부터
찾아 온 어느 유태인 여인의 정체는?

* 십계 09계명: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마라.
‘어느 고독에 관한 이야기(Dekalog-09: Dziewiec)’
어느 날 갑자기 성기능 장애를 겪게 되는 남편과
결혼은 성생활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아내.
그러나 결국 아내의 외도는 시작이 되고.....

* 십계 10계명: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마라.
‘어느 희망에 관한 이야기(Dekalog-10: Dziesiec)’
아버지의 죽음으로 상속을 받게 된 고가의 우표 수집품.
형제는 더 비싼 값에 이 우표들을 처분하기 위하여 일을 꾸미는데....



키에슬롭스키가 불혹의 나이를 넘어 발표한 작품,
‘끝없는(Bez Konca- No End. 1984)' 때부터
짝꿍사이(Collaborator)가 되면서,
계속해서 키에슬롭스키의 작품들의 음악을 만들게 되는
즈비그뉴 프라이즈너(Zbigniew Preisner. 1955. 폴란드)
학교에서 철학과 역사를 전공하느라 비록 정식으로 음악 교육은
받지 못하였다고 하지만, 파가니니(Paganini)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을 하였다는 이 시리즈의 테마(Theme)곡들은
마치 종교 음악과도 같이 상당히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각 악기의 솔로 연주를 중시하면서 만들었다는 이 스코어(OS)에서
마치 주 악기 같은 역할을 하는 소프라노,
엘즈비에타 토와르니카(Elzbieta Towarnicka. 1950. 폴란드)
목소리도 상당히 청아한 느낌을 주는데,
시리즈, 10부작 모두에서 다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 테마(Theme)들을 기본으로 하면서 상황에 따라 약간의 변주를
걸쳐 여러 형태의 색다른 분위기들을 잘 연출하였다.
이 엘즈비에타의 목소리는
프라이즈너의 음악이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La Double Vie De Veronique.1991)’에서도
다시 들을 수가 있다.

* 시리즈 오리지널 스코어 모음:









키에슬롭스키의 최고 걸작으로
‘데칼로그: 십계’를 꼽는 자가 있는 반면에
혹자는 프랑스에서 만든
‘세 가지 색(Trois Couleurs)’ 시리즈(1993-1994)
꼽기도 한다.
이 시리즈의 음악 역시도 물론 즈비그뉴 프라이즈너가 맡아
호평을 받았지만, 특히 교통사고로 요절을 한 작곡가가
유작으로 남긴 곡으로 설정이 되어있는
‘유럽 통합을 위한 곡(Song For The Unification Of Europe)’
같이 장엄한 분위기의 스코어(OS)가 있는 제1편,
'블루-자유 (Trois Couleurs 1: Bleu. 1993)'에서 특히
프라이즈너의 생애 최고의 (작곡)실력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선율의 마법사‘라는 별칭도 얻었던 프라이즈너의
최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시기에 다시 음악 연출을 한
루이 말(Louis Malle)감독의 ‘데미지(Fatale-Damage. 1992)’
또 할리우드 자본의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When A Man Loves A Woman. 1994)’
역시도 그의 OS 덕분에 영화전체의 분위기가 고급스러워
진 것 만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아무래도 프라이즈너를 무한 신뢰하였던 키에슬롭스키와
고생을 하면서 만든 작품들 보단 감동이 좀 덜한 듯한 느낌을 준다.

* 참고:
세 가지 색 제1편 '블루-자유 (Trois Couleurs 1: Bleu. 1993)'
세 가지 색 제2편 '화이트-평등 (Trois Couleurs 2: Blanc. 1994)'
세 가지 색 제3편 '레드-박애 (Trois Couleurs 3: Rouge. 1994)'




비록 프랑스 빠리에서 태어나긴 했으나
많은 폴란드인들이 자국의 큰 자랑거리로 생각하고 있다는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 1933. 프랑스태생)
또 그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선배 영화인으로 꼽히는
안제이 바이다(Andrzej Waida. 1926. 폴란드)
다녔었다는 로츠 영화학교(Lodz Film School)를 1964년부터
5년간이나 다니면서 혹독한 수련을 거친 키에슬롭스키는
졸업 전서부터 자유노조 운동 같이 사회적인 리얼리티를
강조한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만들면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지만, 그러나 대신 당시의 공산 정권에
의하여 이내 강도 높은 탄압을 받게 된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만든 그의 다큐멘터리들은
모두 20여 편이 넘는다.)

‘데칼로그: 십계’ 십 부 작도
결국은 그런 탄압 속에서 기획이 되었지만,
이 작품 후에 그는 당시의 공산 정권 붕괴 직전의 혼란을
피해 프랑스로 활동 무대를 결국 옮기게 된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La Double Vie De Veronique. 1991)’
‘세 가지 색(Trois Couleurs)시리즈(1993-1994)’
마지막으로 키에슬롭스키는 구상 중이던 ‘천국과 지옥, 연옥’을
주제로 한 3부작을 미처 만들지 못 한 채,
1996년 3월13일, 심장수술 도중, 55세의 많지 않은 나이에
그만 세상을 떠났다.



색(컬러)을 매우 중시하였다는 키에슬롭스키는
원래 10명의 각기 다른 감독들을 기용하여 각각 개성이
넘치는 여러 색들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고 하지만,
예산관계로 자신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
그러나 그의 이런 의욕적인 기획은 여러 명의 촬영 감독
(Cinematographer)들을 통해서 약간은 충족되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어느 살인에 관한 이야기(Dekalog-05: Piec)‘
영상과 그 컬러는 그래서 매우 독특하게 완성이 되었다.
“나의 생애에 본 유일한 걸작(Only Masterpiece)은
이 ‘데칼로그’밖에 없다”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이 말을 했었다지만,
두말할 필요도 없이 키에슬롭스키의 많은 작품들은
폴란드와 동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예술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비록 심각하고 난해하여 드라마로서의 재미가 좀 덜 하다는
점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와는 거리가 약간 있긴 하지만,
대신 관객들이 보고나서 내린 어떤 결론과 해석도 다 일리가
있다는 아리송한 포용성을 그는 자전적 인터뷰 다큐멘터리,
‘키에슬롭스키 감독과의 대화(I'm So-So....1995년5월)‘에서
보여주기도 했었고,
또 예술 예찬론자로서의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기기도 하면서
그가 만든 모든 작품들의 사상적 배경을 대신 설명하기도 했었다.
“종교, 정치, 역사, 그리고 민족주의 등등의 수많은 것들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비록 나뉘어놓고 있지만,
사랑이라는 단어의 뜻이 세상사람 누구에게나 다 똑같이
전달되듯이, 예술적인 문화만은 우리들을 하나로 만들 수가 있다.“




* 관련 동영상 모음:











Jay. 243번째 영화리뷰. May.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