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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하는 리처드 커티스 영화, 4色 매력<스크랩>

김제건 2013. 12. 26. 10:24

한국인이 사랑하는 리처드 커티스 영화, 4色 매력

'어바웃 타임' 224만·'러브 액츄얼리 무삭제판' 2만명 동원


1. 연인 외 가족·친구도 있다
2. 휴 그랜트 등 익숙한 배우
3. 악당 없는 착한 설정
4 노팅힐 '쉬' 등 영국 팝음악

한국인이 사랑하는 커티스 영화, 4色 매력
5일 개봉해 24일 현재 224만 관객 동원('어바웃 타임'), 10년 전 영화를 재개봉한 '러브 액츄얼리:크리스마스 에디션(무삭제판)' 역시 18일 개봉 후 1주일 만에 2만명 관객…. 올겨울 한국 극장가를 휩쓰는 '커티스 열풍'의 현주소이다. 올해 개봉작에 힘입어 10년 전 작품이 함께 흥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네 번의 결혼식, 한 번의 장례식' '빈'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 국내 흥행한 대중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영국의 작가 겸 감독 리처드 커티스(57). 어느덧 그가 시나리오를 썼거나 연출한 영화는 '연말 공식 지정 영화'로 불릴 정도다. 2003년 12월 개봉한 '러브 액츄얼리'와 2001년 9월 개봉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 1, 2편은 공중파나 케이블 TV에서 '성탄 특선'으로 꾸준히 방영됐다. 그래서 '어바웃 타임'을 배급한 UPI코리아는 지난 9월 영국에서 개봉한 이 영화를 일부러 12월에 맞춰 개봉했다. 미국에선 안 되고 한국에선 흥행보증수표로 통하는 커티스 작품들의 특징과 흥행 비결을 찾아봤다.

영화 '어바웃타임' 한장면. /UPI코리아 제공
영화 '어바웃타임' 한장면. /UPI코리아 제공
 

 

연애에 끼어드는 가족들

'로맨틱 코미디' 보다 '패밀리 코미디'에 가까운 커티스 영화는 가족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한국 관객의 가치관과 어울린다는 평가다. 그의 영화에선 주인공의 괴짜 가족이나 친구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연애에 개입한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할리우드 로맨스 영화에선 연인들만 등장하지만 커티스 영화에선 친구나 가족들이 연애에 끼어드는데, 이는 한국에서도 익숙한 상황"이라고 했다.

 


낯익은 배우들

배우 선택에 엄격한 커티스는 직접 각본을 쓰거나 감독한 영화에 단골 배우들을 쓴다. 휴 그랜트('네번의 결혼식 한번의 장례식'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어바웃 타임'의 아버지역 빌 나이('러브 액츄얼리' '락앤롤 보트'),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로완 애킨스('빈' '러브 액츄얼리') 등이 대표적. 관객들로선 '커티스'를 떠올리면 이 배우들까지 함께 연상될 정도로 친근하게 느껴진다.

 


일상의 소박함

미국 언론은 그의 영화에 대해 '순진하다'(naive)고 하지만 등장인물 중에 '악당'이나 욕심부리는 사람도 없고, 다들 소박하게 살아가는 게 특징. '어바웃 타임'의 남자 주인공 역시 시간 여행 능력을 갖추고도 복권 당첨 번호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커티스 감독은 "'삶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란 질문으로 '어바웃 타임'을 시작했다"며 "크고 화려한 업적으로 행복해지기보다는 어떻게 평범한 삶에서 행복을 찾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감정은 음악으로

주인공들이 감정을 꾹꾹 눌렀다가 영화가 끝날 때쯤에야 고백하는 소심함도 한국 관객에 어필한다는 분석이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종이에 쓴 글로 사랑 고백을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커티스 감독은 "영국 사람들은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대신, 영국 팝 역사에는 엄청난 노래들이 있다"고 했다. '노팅힐'의 '쉬'(She·엘비스 코스텔로), '러브 액츄얼리'의 '올 유 니드 이즈 러브'(원곡 비틀스) 등 그의 영화에 나온 음악도 영화와 더불어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커티스 감독 주요 작품들
한국인이 사랑하는 커티스 영화, 4色 매력

 

☞ 커티스 감독

리처스 커티스<사진>는 1956년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다국적기업의 임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필리핀·스웨덴을 거쳐 11세 때부터 영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명문 사립 헤로우스쿨과 옥스퍼드대(영문학 전공)를 졸업한 뒤 방송과 영화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다. 그는 현재 ‘노팅힐’의 주인공처럼 아내, 아이 넷과 영국 런던 노팅힐에서 살고 있으며 ‘어바웃 타임’의 가족처럼 영국 시골에 별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변희원 | 조선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