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1950년대

자이언트 / Giant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김제건 2013. 4. 24. 21:29
자이언트 / Giant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1956년/ 감독: George Stevens/ 주연: Rock Hudson + James Dean +
Elizabeth Taylor/ 음악: Dimitri Tiomkin/ 201분



세계 3대 야구 강국, 한국, 미국, 일본 세 나라 모두에서
프로야구단의 이름으로 쓰고 있어서 그런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람의 얼굴과 용의 몸을 가졌다는
거인 족, ‘기간테스(Gigantes)’에서 유래되었고,
또 요즘 많이 쓰는 기가(Giga)라는 단어와 같은 핏줄인
‘자이언트(Giant)‘ 란 영어단어를 모르는 이들이 거의 없겠지만,
그러나 이 영화 제목에서의 의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그런 의미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들을 또 내포하고 있다.
미국의 현대화 초기에 엄청난 부를 과시하던 거인(자이언트)같은
사람들뿐 만아니라,
대 목장을 통하여 또는 석유를 통하여 부를 가져다준 광활한 땅,
즉, 텍사스(Texas)와 또 그 대지의 거대함(자이언트)도
한편으로는 상징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25년에 ‘소 빅(So Big)’이라는 작품으로
퓰리처(Pulizer)상을 수상한 여류 소설가,
에드나 훼버(Edna Ferber. 1887-1968, 미국 미시건)
자수성가를 하여 엄청난 부를 축척하고, 1949년에 휴스턴의
샴락(Shamrock) 호텔과 또 인근에 공항을 오픈하여,
타임지의 표지인물까지도 된바 있는 텍사스의 전설적인
실존인물, 글렌 맥카시(Glenn Mccarthy)의 일생을
소설화하여 1952년에 ‘자이언트(Giant)’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하였다.
바로 그 해부터 많은 텍사스 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화화를 준비해 온 워너브라더스(WB)의 전설적인 사장,
잭 워너와 조지 스티븐스(감독)
4년이 지난 1956년도에 화제 속에 발표를 한 이 대작 영화,
‘자이언트’ 에서는 그러나 글렌 맥카시는 제2의 주인공
(제임스 딘의 역할)으로 등장을 하게 된다.



일반인들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광활한 대지의 목장
(59만5천 에이커)에서 무려 5만두의 소들을 키우며
누나와 단둘이서 살고 있는 (28세의) 텍사스의 대지주,
빅(Jordan Benedict 2세. Bick- Rock Hudson, 1925-1985)
메릴랜드(원작에는 버지니아)에 종마를 사러갔다가,
25세의 레슬리(Leslie Lynnton-Elizabeth Taylor, 1932, 영국)에게
반해, (번개) 결혼을 하고 함께 전용객차를 타고 텍사스, 리에타
(Reata, Texas)의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멕시칸 인부들에게 가해지는 인종차별과 편견 등의 구습에
당당하게 맞서며, 농장에 새로운 기풍을 불러오는 동부출신의
새색시 레슬리 때문에 심기가 몹시 불편해진 빅의 누나,
러즈(Luz Benedict-Mercedes Mccambridge, 1916-2004, 미국)
레슬리의 애마, 워 윈드(War Wind)에게 화풀이를 하다
그만 낙마사고로 죽게 되고,
레슬리는 이후 실질적인 안주인으로서 남편, 빅과 티걱태걱을
하면서도 차츰 강인한 텍사스인(Texan)으로 변모를 해나가며,
아들 딸, 쌍둥이,
조단(Jordan Benedict 3세-Dennis Hopper, 1936, 미국)
주디(Judy Benedict-Fran Bennett), 그리고 여동생인 셋 째,
러즈(Luz Benedict 2세-Carroll Baker, 1931, 미국)
출산하게 된다.



빅에게 반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의 농장에서 인부로 일을 하던
젯(Jett Rink-James Dean, 1931-1955, 미국 인디애나)
새색시 레슬리를 몰래 흠모하게 되는데,
빅의 누나 러즈에게서 생각지도 않았던 땅(버팔로 윌로우/
약 5백 달러의 가치)을 유산으로 상속받게 되고,
빅이 제안하는 시가의 두 배가 넘는 현금의 유혹을 뿌리치고
그 땅을 팔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빚을 잔뜩 짊어진 채,
외롭게 석유 채굴을 계속하던 그곳에서 드디어 기름이
터져 나오면서 마침내 인생역전을 맞이하게 된다.
이후, 제텍사스(Jetexas)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재벌수준으로
키운 젯은 이제는 오히려 빅에게 땅을 팔라고 압력을 가하며
그동안 받았던 설움을 앙갚음한다.
20세기가 되면서 텍사스의 여기저기서 전부 목장을 포기하고
석유를 채굴하던 당시의 시류에도 굴하지 않던 빅은
성년이 된 자식들이 평생을 가꾸어온 리에타 농장을
대를 이어 맡아주길 거부하면서 다소 의기소침해지게 되고,
빅의 바람과는 달리, 의사가 된 외아들 조던은 멕시코 여자
후아나와 결혼을 하면서 혼혈인 손자를 안겨주고,
막내딸인 러즈는 눈에 가시 같은 젯을 사랑하면서
속을 상하게 만든다.
그러나 흘러가는 세월과 변하는 세상을 빅이 어떻게
혼자서 이기고 막을 수 있겠는가?



이 영화 제작 때, 23세의 나이로 아버지의 작업에 공동으로 참여한
조지 스티븐스 주니어(George Stevens Jr. 1932, 미국 LA)
이 영화의 주제가 원작 소설과는 달리 ‘대조(Contrast)’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회상하였다.
빅과 젯의 대조, 빅과 레슬리의 대조, 동부와 서부의 대조, 그리고
나아가 백인과 유색인종의 대조 등, 자연환경, 인물, 인종, 문화,
등등의 여러 대조들을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제인
약 30여 년간의 변해가는 시대 상(3대가 출연)을 통해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전용기차가 자가용 비행기로 바뀐 사이, 신세대가 구세대가 되고,
큰 것만이 최고이던 세상이 작은 것을 선호하는 풍조로 바뀌고,
또 무시하였던 하인 같던 일꾼이 자기보다 더 나은 위치에
서는 (빅이 원치 않는) 세상의 변화자체도 그래서 이 작품의
제 2의 주제가 되었지만,
그러나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자주 볼 수 있는
인종 차별(문화)도 이 영화에서는 아주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1958년에 발표되어 인종차별 (개선)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명화, ‘흑 과 백(The Defiant ones)'보다도 오히려
더 일찍 이 작품이 인종차별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뤘다.
주인공, 빅은 처음에는 당시에 (남서부에서) 흔히 그래왔던 것처럼
멕시칸 인부들을 차별하고, 부인 레슬리에게 그들과 이야기조차도
아예 못하게 하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멕시칸 며느리와 또 혼혈 손자를 얻게 된 다음에는
인종차별 주의자와 치고받고 싸우며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유색인종이 득세를 하는 미국의 미래상을 미리 보여주었다고
해서 더욱 더 큰 화제를 낳기도 하였다.
(이 영화의 예언대로 인종문제에 관하여 지금의 미국은 너무 많이 변했다.)



1925년,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피아니스트 출신의 작곡가,
디미트리 티옴킨(Dimitri Tiomkin. 1894-1979, 우크라이나)
특히 서부영화의 주제곡들로 좋은 명성을 얻었지만,
이 영화의 메인 테마(Theme)곡 역시
그런 그의 대표적인 히트곡이다.
이 주제곡은 이 영화의 부제이기도 한
‘이곳이 바로 텍사스(This Then Is Texas)’ 라는
제목으로 이후, 밋치 밀러(Mitch Miller)합창단을 비롯한
많은 가수들이 가사를 붙여 녹음을 하기도 했었지만,
힘차고 경쾌한 휘파람과 함께 시작되는 주 멜로디는
언제 들어도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편, 이곡과는 정반대적인 어둡고 황량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제 2의 주제곡(2nd Theme),
‘젯 링크의 테마(Jett Rink's Theme)’
아코디언을 주로 사용하면서 젯이 혼자서 고생을 할 때를
비롯하여 제임스 딘이 등장하는 전반부 대부분의 장면에서
주로 쓸쓸하게 들려온다.



또한 디미트리 티옴킨은 텍사스를 상징하는 아주 유명한
두 곡의 음악을 삽입곡으로 적절하게 잘 사용을 하였는데,
텍사스의 '비공식 주가(Unofficial State Song)'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진
‘아이즈 오브 텍사스(The Eyes Of Texas)’
여러 번 듣게 하였다.
조단(Jordan Benedict 3세)의 네 번째 생일 파티장면과
빅의 사위인 밥(Bob-Earl Holliman, 1928, 미국)이
전쟁터에서 귀향할 때,
또한 젯이 거드름을 피며 성대한 호텔 개관 파티석상에
입장을 할 때를 비롯하여, 엔딩 크레디츠에서도
다시 들을 수가 있었다.
이곡은 현재도 행진곡으로서,
그리고 텍사스 소재의 여러 스포츠 팀들을 위한 응원가
(Fight Song)등으로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주 화려한
분위기가 일품인 제이 신클레어(J. Lance Sinclair)의 명곡이다.





엘비스 프레슬리도 위의 곡과 또 다음 곡인
‘텍사스의 황색 장미(The Yellow Rose Of Texas)’
모두를 메들리로 취입하고, (아래 노래)
영화, ‘비바 라스베가스(Viva Las Vegas)’에서도
부른 적이 있지만,
‘아이즈 오브 텍사스’ 못지않게 경쾌한 분위기의
이 ‘텍사스의 황색 장미’ 역시 상당히 알려진 인기 팝송이다.
빅의 가족은 젯이 주관한 호텔에서의 파티도중 나와 차를 몰고
‘국경의 남쪽(South Of The Border)‘ 이라는
당시의 인기 팝송을 신나게 합창하면서 집으로 향한다.
그러다 어느 식당에 들려 인종을 차별하는 덩치가 큰 주방장과
빅이 치고받고 싸울 때, 쥭 박스(Jukebox)에서 이곡을
두 번씩이나 흐르게 한 음악 연출은 이 영화에서 무척이나 중요하여,
그래서 음악(박자)에 맞추어 그 싸움 장면들을 모두 편집하였다고 한다.





한편, 빅의 삼촌인
엉클 베일리(Uncle Bawley-Chill Wills, 1903-1978, 텍사스)
시간이 날 때마다 빅의 저택의 오르간을 자주 연주하는데,
항상 드뷔시(Debussy)의 '달 빛(Clair De Lune)'
연주를 하다 (4-5번 영화에 등장) 마지막에 빅으로부터
“그 곡 말고는 다른 아는 곡은 없냐?”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또, 멕시코의 유명한 여류 싱어 송 라이터, 콘수엘로 벨라즈퀘즈
(Consuelo Velazquez. 1924-2005, 멕시코)가 만든
‘베사메 무초(Besame Mucho)’
2차 대전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하여 큰딸, 주디와 사위,
밥이 데이트를 할 때 흘러나오기도 한다.



1915년에 아역 배우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1923년부터 촬영감독을 거쳐, 1930년에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로,
1938년부터는 제작자로도 활동을 한 다재다능한 원조 스타일리스트,
조지 스티븐스(George Stevens. 1907-1975, 미국 CA)
‘젊은이의 양지(A Place In The Sun, 1951)’에 이어
이 영화를 포함하여 그의 3대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셰인(Shane, 1953)’을 만들어 오면서도,
동시에 워너브라더스(WB)와 함께 공동으로 4년 동안 이 영화를
제작, 감독하였는데,
그 기간 동안 단돈 1달러의 생활비도 손에 쥐지 못하는
고생을 하면서도 뛰어난 기획력 덕분에 드디어 그의 생애의
최고의 명작을 탄생시키게 된다.
우선, 베테랑 대배우가 없이
20대의 신세대 세 명의 주연배우들
(23세의 리즈 테일러, 24세의 지미 딘 , 29세의 락 허드슨)
신인들 중심으로 캐스팅을 하였다는 자체가 당시로서는
크나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었지만,
20대에서부터 50대까지 노역 분장을 하면서 스티븐스의 깐깐한
연기지도를 믿고 잘 따라주며 뛰어난 연기를 펼친 이들의 눈부신
노력으로 스티븐스의 도박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스펜서 트레이시(Spencer Tracy)의 연기를 모방하였다는
락 허드슨의 노년연기는 정말 일품이다.
자세한 락 허드슨의 이야기는 ‘9월이 오면(Come September)’에서]

또 흥행을 위해 두 시간짜리의 편집을 주장하던 영화사 사장,
잭 워너의 고집을 꺾고 세 시간이 넘게 대작으로 한 편집 역시
(원래 10시간 분량의 필름을 무려 일 년 동안이나 스티븐스가
직접 편집을 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이후
최고의 ‘대하 서사시’라는 찬사와 함께 1957년도 제29회
미국 아카데미의 감독상도 받게 만든다(10개 부문 후보).



23세의 어린 나이에 벌써 두 번째로 출산을 하고 3개월도 되지
않아서 촬영에 임한 엘리자베스 테일러
1950년대의 미국 남서부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는
의지가 강한 훼미니스트 역으로 이 영화 이후
최고의 할리우드 여배우로 자리 매김을 하게 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비비안 리와 좋은 대조)
또 이 영화로 스크린 데뷔를 한 신혼 4개월째의 캐롤 베이커
(엄마 역의 테일러보다 오히려 한 살 더 많음)
네 번째 영화로 출연을 한 어린 데니스 호퍼(Dennis Hopper)
역시 모두 다 스타로 성장을 하게 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자기가 맡은 분량의 99%의 촬영을 마치고,
전체 촬영마감 2주 전인 1955년 9월30일에 비운의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제임스 딘(James Dean)의 사망소식
이 영화 제작 당시의 최고의 화제가 되었고,
그래서 공교롭게도 이 작품의 촬영도 끝내기 전(개봉 약 일 년 전)
부터 자연스럽게 홍보를 해주는 효과를 낳았다.
스티븐스 감독은 무슨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포르셰(Porsche Spyder)를
사놓고, 틈틈이 고속으로 경주를 즐기던 제임스 딘을 불러 앉혀놓고는
촬영 기간 중에는 절대로 어떤 경우에도 그 차를 운전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 놓았었다고 하는데,
노역 회상시퀀스 한 장면의 촬영만을 남겨놓고 그만 방심한 사이에
자식과도 같은 제임스 딘이 죽었다고, 한동안 무척이나 슬픔과
자책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빅과 레슬리가 노역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장면은 그래서 젯이
나오질 않는 것으로 일부 개작을 하였고, 또 촬영후의 녹음작업도
젯이 술에 취해 호텔 볼룸에서 쓰러지기 직전에 하는 대사 같은
부분들은 모두 대역으로 마무리를 하였다고 한다.)




텍사스의 광대한 풍광이 촬영되었던
‘맬파‘라는 소도시(Marfa-당시 인구 약 5,000명)에 가면,
먼지밖에 없던 황량한 벌판에 고딕양식으로 세워졌던 빅의
대저택 세트의 기둥들이 지금도 변색된 채 보전되고 있다고 하고,
아직도 더러 생존해 있는 이 영화의 엑스트라를 하였던 주민들은
이 명작에 잠깐이나마 출연하였던 것을 온 가족의 일평생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20세기 초반에서 중반으로 세월이 흘러가는 사이,
내 맘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다는 한탄을 하는 주인공, 빅의
회상처럼 정신없이 변해 가던 시대상을 그린 이 대서사시가
개봉을 한지도 벌써 반세기가 훌쩍 지났다.
그리고 지금 21세기의 새 시대에도 세상은 여전히 우리가 원하던
원치 않던 그 시절보다도 더욱 더 정신없이 매우 빨리 변해가고 있다.
그래서 몇 십 년 후,
이런 스타일로 시대 변천을 그리는 영화가 또 나온다면
과연 21세기인 이 시대를 어떻게 그릴까 새삼 궁금해지는데,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원작소설이 나올 때와 비교해 볼 때,
이 작품의 제목이 의미하는 ‘자이언트(Giant)’
분명히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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