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2000년대 하

잠수종과 나비/Le Scaphandre Et Le Papillon 리뷰 + 동영상 모음

김제건 2012. 5. 17. 17:07
잠수종과 나비/Le Scaphandre Et Le Papillon 리뷰 + 동영상 모음
2007년/감독: Julian Schnabel /주연: Mathieu Amalric + Emmanuelle Seigner
음악: Paul Cantelon/ 112분



우리들이 세상을 살면서 착각하기 쉬운 것 중의 하나가
장애인은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그렇게 되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실상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후천적인 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한다.
특히 사고의 후유증이 아니더라도, 각종 성인병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장애 또한 오늘날 점점 그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 모두 그렇게 되지 않도록
살아가면서 각별히 조심해야 될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中風(중풍)’이라고 부르는 뇌혈관 장애는
뇌졸중이나 뇌일혈을 일으켜 사지를 마비시키고,
여러 가지 각종 장애의 후유증을 가져다준다.
빠리에서 패션 잡지 엘르(Elle)의 편집장으로 일을 하다가
1995년, 43세의 많지 않은 나이에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은 후, 일명
‘락트 인 신드롬(잠금 신드롬/Locked-In Syndrome)’이라는
[의식 없는 뇌사 상태와는 다른 병으로서, 의식은 있지만 장기의
여러 기관과 몸의 기능이 마치 자물쇠로 잠근 것과 같이 대부분
정지가 되는 병이라고 한다. 컴퓨터가 갑자기 먹통이 되어
다시 부팅을 해야 할 때도 이 단어를 쓴다.]
희귀한 병에 걸려,
졸지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저널리스트 (실존 인물),
장 도미니크 보비(Jean-Dominique Bauby. 1952-1997. 프랑스)
(배우: Mathieu Amalric. 1965. 프랑스)
쉬운 말로 바로 이 중풍을 갑자기 맞은 거라고 할 수가 있겠다.
그런데 누구든지 깊은 좌절을 할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주목할 만한 사실은
한마디 말은 고사하고 손가락하나도 까딱할 수없는 이런 중증의
장애조차도 (희한한 방법을 동원한) 그의 집필에 대한 열망을
가로 막지는 못했다는 것이고, 그래서 더욱 인간 승리의 감동을
주는 이 장 도미니크의 자전적인 책,
‘잠수종과 나비’는 일약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 아래사진은 건강하던 시절의 장 도미니크 보비의 실제사진.


온몸이 마비가 되는 ‘락트 인 신드롬’의 불행에서도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왼쪽 눈꺼풀 하나만은 유일하게 자기 의사대로
움직일 수 있었던 장 도미니크에게 병상의 말년을 보냈던
‘바다(라 멜 – La Mer)’ 란 과연 무슨 의미일까?
푸르른 하늘아래 맑은 햇살이 비치는 탁 트인 시야의 바다가
주는 넉넉한 자유일까?
아니면 깊은 바다 속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게 되는
무거운 수압이 주는 엄청난 갑갑함일까?
1940-50년대에 인기가 대단하였던 프랑스의 싱어 송 라이터,
샬 루이 뜨레네(Charles Louis Trenet. 1913-2001. 프랑스)
만든 그의 최고의 명곡, ‘바다(La Mer)’
오프닝 크레디츠와 또 편집장 시절에 화려했던 장 도미니크의
지난 시절을 영화 중간에서 회상할 때에 마치 주제곡처럼
두 번씩이나 사용된 점은
그래서 장 도미니크가 개인적으로 좋아하였던 노래 란 점과
또 그의 바다를 향한 마음을 대변 하는 점 외에도 분명히
깊은 의미가 더 있는 듯 하다.







“맑은 해안을 따라 은빛 물결 출렁이며 춤을 추는 바다.
바다에 비치는 하늘의 뭉게구름.
투명한 여름하늘이 바다와 함께 어우러지고,
그 하늘을 담고 있는 바다는
하얀 구름들과 순결한 천사를 어울리게 한다.
바다는 영원한 하늘빛의 양치기 소녀.
바다는 사랑의 노래를 따라 또 해안을 따라
갈대밭과 새들과 또 저 집들을 살며시 감싸주고 간다. “


La mer qu'on voit danser le long des golfes clairs
A des reflets d'argent, la mer
Des reflets changeants sous la pluie
La mer au ciel d'été confond ses blancs moutons
Avec les anges si purs, la mer
Bergère d'azur infinie
Voyez près des étangs ces grands roseaux mouillés
Voyez ces oiseaux blancs et ces maisons rouillées
La mer les a bercé le long des golfes clairs
Et d'une chanson d'amour, la mer
A bercé mon coeur pour la vie
La mer qu'on voit danser le long des golfes clairs
A des reflets d'argent, la mer
Des reflets changeants sous la pluie
La mer au ciel d'été confond ses blancs moutons
Avec les anges si purs, la mer
Bergère d'azur infinie
Voyez près des étangs ces grands roseaux mouillés
Voyez ces oiseaux blancs et ces maisons rouillées
La mer les a bercé le long des golfes clairs
Et d'une chanson d'amour, la mer
A bercé mon coeur pour la vie


* 'La Mer' by Charles Trenet & Bing Crosby & Bobby Darin








샬 뜨레네가 1943년에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을 여행한 후,
빠리로 돌아오던 기차 안에서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
급히 화장지에다 약 10분 만에 작사 작곡을 완성했었다는
뜨레네의 최고의 샹송, 이 ‘바다(라 멜 – La Mer)’
이후, 1946년에 처음으로 녹음을 하게 되고,
1959년에는 미국의 바비 대런(Bobby Darin)이
빅밴드 스윙스타일로
‘비욘드 더 씨(Beyond The Sea)’라는 제목을 붙여
리메이크를 하면서 전 세계적인 히트를 하게 된다.
영어 가사는 브로드웨이출신의 명 작사가,
잭 로렌스(Jack Lawrence. 1912.뉴욕)가 하였는데,
21세기에도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가 다시 불러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 2003)’의 주제곡으로
또 다시 사용을 하였지만,
‘좋은 친구들(Goodfellas. 1990)’,
‘프렌치 키스(French Kiss.1995)‘,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1998),
‘몽상가들(The Dreamers.2003)등등의
20여 편 이상의 영화에서 계속 들을 수가 있다.
이곡은 전 세계적으로 무려 400여개 이상의 버전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곡 외에도 인상적인 팝송, 몇 곡이 더 우울해 지기 쉬운 분위기를
반전시켜 주었는데,
아버지의 날에 부인과 세 자녀들이 장 도미니크와 함께
모래사장에서 시간을 보낼 때 들리는 (장면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탐 웨이츠(Tom Waits)의 허스키한 목소리,
‘모든 세상은 푸르다(All The World Is Green)‘도
상당히 인상적인 음악 연출이었다.

* 'All The World Is Green' by Tom Waits




최근에는 ‘천일의 스캔들(The Other Boleyn Girl. 2008)’
음악도 만들었지만, 그전까지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뽈 깐뜨롱(Paul Cantelon)이 만든
이 작품의 오리지널 스코어(OS)는 감독이 나서서 직접
선곡을 한 샬 뜨레네 나 탐 웨이츠 등의 명 삽입곡들 때문에
(아래 OST 앨범 리스트 참조)
확실히 그 빛을 잃은 듯 보이지만, 그래도 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친
마띠유 아말릭(Mathieu Amalric. 1965.프랑스)
여러 번 반복되는 의미 있는 독백들을 무드 있게 잘 뒷받침하였다.
이 작품, ‘잠수종과 나비‘란 제목에서 ’나비‘
병상에 있던 장 도미니크가 해오던 ‘상상’이라고 하였지만,
장 도미니크가 회상을 하고 또 상상을 하는 장면에서 들려오던
‘울트라 오렌지와 엠마뉴엘’(Ultra Orange & Emmanuelle)의
락 스타일의 음악, 'Don‘t Kiss Me Goodbye' 도
그래서 또한 인상적이 아닐 수 없다.

* 'Don‘t Kiss Me Goodbye' by Ultra Orange & Emmanuelle


* 아래사진은 장 도미니크 보비가 (대리)집필을 하던 당시의 실제 사진.


오랫동안 베스트 소설의 제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잠수종과 나비’란 서로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 두 단어의 제목을 처음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수종’을 ‘잠수정’으로 착각하기도 하고, 또 ‘잠수종’이
도대체 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다.
원어인 ‘Scaphandre’보다는 영어로 번역이 된
‘The Diving Bell’을 통해 대충 그 의미를 파악하지만,
“종이 무슨 다이빙을 하냐?”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원래 ‘Scaphandre’는 물속의 공사장 같은 곳에서 많이 쓰는
‘공기 주입 튜브가 달린 종같이 생긴 잠수복 또는 기구‘를
의미하는데,
바다 속으로 끝없이 가라앉는 이 갑갑한 ‘잠수종’이 마치 병석의
도미니크 자신이나 또는 그의 삶인 것처럼 묘사가 된 것이다.
20만 번이상의 눈 깜빡임으로 완성을 한 책이 출간되고 나서
열흘 후인 1997년 3월 9일에 장 도미니크 보비는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화가 겸 영화감독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줄리앙 쉬나벨(Julian Schnabel. 1951. 뉴욕)
깐느 영화제(2007년)와 골든 글로브(2008년)에서 이 작품으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였고, 우리들에겐 다시 한 번
‘삶’과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 각성시켜 주었다.



* OST (다운로드 용 MP3) 앨범 리스트:


1. La Mer - Charles Trenet(본문에 동영상)
2. Chains Of love - The Dirtbombs
3. All The World Is Green - Tom Waits
(본문에 동영상)
4. Ultra Violet (Light My Way) - U2
5. Don't Kiss Me Goodbye - Ultra Orange & Emmanuelle
(본문에 동영상)
6. Pale Blue Eyes - The Velvet Underground
7. Ramshackle Day Parade - Joe Strummer And The Mescaleros
8. Theme For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 Paul Cantelon




* 관련 동영상 모음:











Jay. 235번째 영화리뷰. Sep.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