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건의 음악단상

사랑에 관한 단상- 그대와 영원히

김제건 2012. 3. 1. 17:36

사랑에 관한 단상 – 그대와 영원히




요즈음이야
스타벅스 니 커피빈스 니 탐 앤 탐스 같은
외국계 프랜차이즈 커피 샵들이 대세이지만,
1970년대만 하더라도
번화가의 지하나 2층에 위치하던
다방이라는 곳이 사람과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던
가장 대중적인 장소이었습니다.
친구나 연인들의 보편적인 약속 장소이기도 하였지만,
때로는 선을 보기도 하던 그런 곳이었는데,
커피 맛만큼이나 다방에서 중요한 또 한 가지가
바로 들려오던 음악이 아니었나 싶네요.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던 거리의 다방에선
거의 다 DJ 박스(뮤직 박스)라는 걸 만들어서
신청곡들을 틀어주곤 하였는데,
그러던 그 시절 1970년대 초에
하루에도 몇 번씩 들을 수가 있었던 곡이
모던 팝스 오케스트라(Modern Pops Orchestra)
바로 이 ‘포에버 윗 유(Forever With You)‘ 이었습니다.
그런데, 금지곡들을 수만 곡이나 만들어내며
위세가 당당하던 당시의 군사정권아래 문화공보부의
심의를 버젓이 통과하여 나온 어느 국내 레코드에
수록이 되었던 (경음악이라고 표현이 되던)
이 연주곡이 일본(금지)곡이라는 사실을 안
사람들은 당시에 거의 없었죠.







이 봉조(1931-1987. 진주) 선생님이나
실 오스틴(Sil Austin. 1929-2001. 미국) 같은
색소포니스트의 연주들이 워낙 인기를 얻던 시절이다 보니
그저 미국의 어느 악단의 연주이겠거니 다들 생각했었는데,
모던 팝스 오케스트라가 녹음을 위해 임시로 조직이 된
일본의 프로젝트 밴드란 걸 알게 된 것은
세월이 한 참이나 흐른 후였고,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대단했었던
벤춰스(The Ventures)나 또 클리프 리처드의 백밴드,
셰도우스(The Shadows)도 1960년대에 이미 일본에서
이곡을 연주하여 크게 인기였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죠. (별칭: 'Together With You')
그리고 일본의 배우 겸 뮤지션,
카야마 유조(加山雄三 - Kayama Yuzo)
1965년에 녹음을 한 오리지널 곡,
‘그대와 언제까지라도(君といつまでも-Kimito Itsumademo)’
(弾 厚作 작곡 岩谷時子 작사)
한참 후에 듣고 나서는 여러 이유들로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 加山雄三(Kayama Yuzo)가 부른 '君といつまでも (Kimito Itsumademo)':


* 개인적 친분이 깊다는 벤춰스(The Ventures)와 협연하는 加山雄三(Kayama Yuzo):


하루에도 몇 번씩 들을 수 있었던 이곡을
당시에 무척이나 좋아하면서 이곡의 제목과도 같이
영원히 함께 지낼 것만 같았던 그 시절의 여친과는
이곡의 인기가 시들해 지던 몇 년 후,
어쩌다 헤어지게 되었고,
곧 이어 그녀가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몇 십 년이 지난 20세기 말의 어느 날,
혼자 산다는 그녀를 미국 땅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죠.
그런데 나 자신에 관하여는 그렇게 많이 물어보더니만
정작 자신의 과거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질 않더군요.
저는 지금도 왜 그녀가 미국엘 가게 되었으며,
한국에선 어떤 결혼생활을 했었는지,
또 자식이 몇 명이나 되는지 전혀 알지를 못합니다.
지금도 이곡을 들을 때면
물론, 1970년대 초가 생각나지만,
그러나 일본 곡을 미국 곡으로 잘 못 알고 있었듯이,
그녀 역시도 그동안 제가 잘 못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음악 이야기입니다.
언제까지나 두 사람의 마음은 변치 않는다는 가사 때문인지
일본에선 결혼식의 축가로 많이 불리어 졌다는 이곡의
멜로디에서 지금 다시 들으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슬픔이 느껴짐은 무슨 일 일까요?



Jay. Jan.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