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건의 음악단상

사랑에 관한 단상 - 바다는 내 친구

김제건 2012. 3. 1. 17:33

사랑에 관한 단상 – 바다는 내 친구





영어 회화 공부를 한참 하러 다니던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 여러 외국인 친구들 중에서 나를 무척이나
좋게 봐주던 아주 특별한 미국인 한 명이 있었습니다.
샌 프란시스코에서 온 중년 나이의
그의 이름은 John A Ohms.
학교에 다닐 때, ‘옴스의 법칙(Ohm’s Law)‘이란 것도
배웠지만 전기 저항의 단위인 옴과 발음이 같아,
그 이름을 잊어버릴 일은 없겠다고 같이 공부를
하러 다니던 친구가 말했었죠.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있던,
당시로서는 아무나 살 수가 없던 상당히 고급 주택단지였던
외인 아파트 단지에 그가 살고 있었는데,
넓은 거실에 있던 비싼 오디오 시스템에서 뿜어져 나오던
당시의 엄청난 음악적 포스는 마치 그곳이 천국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곳에서 듣던 수많은 음악 중에서 아직도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곡은 바로 그가 직접 소개해준
시인이자, 1,500여곡을 만든 싱어 송 라이터,
로드 맥퀸(Rod Mckuen. 1933. 오클랜드)
‘바다는 나의 친구(My Friend The Sea)‘란 곡입니다.







‘미스 진 브로디의 전성기(The Prime of Miss Jean Brodie. 1969)‘
주제곡인 ‘진(Jean)‘이란 자작곡과 또 그가 영어 가사를 쓴
샹송(Chanson), ‘씨즌스 인 더 썬(Seasons in the sun)‘
같은 노래들이 한국에서는 매우 특이한
그의 허스키 목소리로 잘 알려 졌었지만,
사실, 그의 고향인 미국 서해안 바닷가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이 시집 앨범이야말로 그의 최고 대표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애니타 커 싱어스‘로 유명한 여류 작곡가,
애니타 커(Anita Kerr. 1927. 멤피스)
작곡과 편곡, 그리고 지휘를 한
산 세바스천 스트링스(The San Sebastian Strings)
영혼을 적시는 그 아름다운 선율은 정말 일품이죠.
로드 맥퀸과 애니타 커는 이 앨범,
‘바다(The Sea. 1967)’(위의 사진)의
대성공으로 이후, 14장의 앨범을 함께 더 만들게 됩니다.



나에겐 영어뿐 만 아니라, 각종 음악과 영화들
그리고 미국 상류사회의 여러 매너 등을 가르쳐주며
스승(또는 멘토)과도 같았던 그 미스터 옴스는
귀국을 앞두고 내게 미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할 것을
제의 했었죠.
그러나 여러 가지의 이유로 저는 그 제의를 수락할 수가
없었고, 이후 몇 장의 포스트 카드들이 국제우편으로
왔다 갔다 하다가, 언제부터인가 소식이 아예 두절이
되었습니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
미국에 있는 친지를 통해 어렵게 구한 CD 앨범으로
다시 듣는 이 ‘바다는 나의 친구(My Friend The Sea)‘
그가 내게 보여준 그 시절의 사랑과 또 이 로드 맥퀸과
많이 닮았던 그의 모습을 영원히 잊지 않게 만들고 있습니다.


Jay. Dec.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