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건의 음악단상

사랑에 관한 단상 - 미스터 론리

김제건 2012. 3. 1. 17:40

사랑에 관한 단상 – 미스터 론리




오늘은 바비 빈튼(Bobby Vinton. 1935. 미국)이란 이름의
작곡도 하는 연주가 겸 가수가 1962년에 발표 하였던
‘미스터 론리(Mr. Lonely)‘라는 곡에 관하여
이야기를 좀 해보기로 하죠.
초등학교 4-5학년 때부터 듣기 시작한 걸로
기억이 되는 수많은 팝송들 가운데에서
제 어린 시절에 가장 좋아하던 곡을 꼽으라면
단연 중학교 시절에 즐겨 듣던 바로 이 곡이었습니다.
1962년에 바비 빈튼이 에픽(Epic)레코드사의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한 세 번째 앨범이 되는
‘Roses Are Red‘(아래 사진-LP 레코드 커버)의 A 면,
네 번째 곡으로 수록이 되어, 거의 묻힐 번 하던 이곡은
1964년에 싱글 레코드로 재발매가 되면서
그 해 12월, 빌보드 차트에 정상 등극을 하고,
어린 제가 살던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매우 큰 히트를 하게 됩니다.



명절 때만 되면 모두다 모여서 시끌벅적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대 가족과는 환경적으로 아주 거리가 먼.........
홀로 외롭게 자라나던 저의 어린 시절.
그래서 중학생 때부터 즐겨 듣던 이 곡은
마치 ‘제 자신의 주제가‘ 같은 곡이 되어버렸죠.
가사는 해외로 나간 젊은 미군이 외로움을 하소연하는
내용이지만, 영어 실력이 시원치 않았던 그 어린 시절엔
마치 사랑에 굶주린 제 자신을 노래하는 것 같은 착각도
했었죠.
물론 당시에 베트남에 파병을 시작한 미국의 정치 상황도
이곡이 크게 히트하는데 시의적절한 일조를 했다지만,
그러나 이곡의 가장 큰 매력은 그런 가사의 내용보다도
역시 심금을 울리는 듯한 감미로운 멜로디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03년에 미조구치 하지메(Hajime Mizoguchi)가 녹음한
쓸쓸한 분위기의 첼로 연주가 이런 제 말을 더욱 뒷받침 합니다.



어때요? 편곡도 물론 좋지만,
워낙 오리지널 멜로디가 훌륭하지 않습니까?
그럼 가사를 보면서 바비 빈튼의 노래도
다시 한 번 들어보시죠.



오케스트라의 연주로는 만토바니(Mantovani)나
후랭크 책스필드(Frank Chacksfield) 등도 잔잔한 분위기를
잘 연출하였지만, 그러나 여성들의 코러스와 현악기의 앙상블이
뛰어난 후랑크 푸르셀(Frank Pourcel) 악단의
연주야 말로 군계일학 격으로 가장 뛰어난 것 같습니다.



당시 심야에 즐겨듣던 라디오 팝송 프로그램에서
이 연주의 전주만 들려도 온몸에 소름이 끼쳐올 정도였습니다.
한 밤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최고의 편곡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화 음악이야기를 전문적으로 쓰고 있는 저로서는
‘블루 벨벳(Blue Velvet. 1986)‘의 경우처럼
이곡이 주제곡으로 쓰인 영화가 없나 해서, 조사도
해보고 또 어렵게 DVD를 구해서 감상을 해보았는데,
예고편에서부터 이곡이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오래전의
이스라엘 영화 ‘그로잉 업(Eskimo Limon. 1978)‘
십대들의 이야기뿐인 그 내용도 유치한 데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 곡을 싸구려 취급하듯 막 다루어서
정식으로 리뷰를 쓰고 싶은 마음조차 없어졌습니다.

* ‘그로잉 업’ 예고편:


그러나, 2007년도에는 정식으로 바비 빈튼의 오리지널 버전을
주제곡으로 사용하면서 동명 타이틀의 제목을 붙인
‘미스터 론리(Mister Lonely. 2007)‘가 개봉을 했습니다.
24세에 데뷔를 한 젊은 괴짜 감독,
하모니 코린(Harmony Korine. 1973. 미국)이
직접 각본도 쓰고 제작에다 감독까지 하였는데,
비록 흥행에는 실패하였지만, 작품성은 그런대로
인정해 줄 만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의 영화음악 이야기에 정식으로 리뷰를 작성하고,
동영상들도 올렸습니다.
시간이 되면, 천천히 한 번 감상해보시길 바랍니다.

* 바로가기: 미스터 론리/ Mister Lonely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 ‘미스터 론리’ 예고편 외:



1964년에 바비 빈튼(Bobby Vinton)의 오리지널 버전이
크게 히트하기 이전인 1962년부터
버디 그레코(Buddy Greco)의 커버 버전을 비롯하여
오늘날까지 수 십 명이 나름대로 이곡을 리메이크 했다지만,
2005년에는 세네갈 출신의 에이콘(Akon)이란 흑인 친구가
이 노래를 가져다 요상하게 샘플링을 하면서
노래 자체를 망치는 경우도 있었네요.
그런데도 곡을 직접 만들고 부른 바비 빈튼. 참 너그럽습니다.



전문적인 영화 음악 이야기와는 달리 제 자전적 이야기와
또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다루는
‘사랑에 관한 단상’ 시리즈의 주제는
당연히 사랑일진데, 어쩌다보니
외로움(Loneliness)이 오늘의 주제가 되어버렸네요.
그런데 이 외로움도 사랑과 아주 관계가 없는 건 아니지요?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다.“
좀 역설적인 듯 한 말도 있긴 하지만,
애당초 외롭기 때문에 사랑을 갈망하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외로움이 사랑을 부르는 관계가 성립이 된다고도 하는데
그러나 외로움은 결코 좋을 게 없습니다.
오죽하면 외로움은 단명을 재촉한다고도 하지 않습니까?
제 자신의 주제곡 같던 이곡을 무척이나 좋아하였고,
항상 사랑에 굶주려있었던 중학생 시절과 비교를 해서
그럼 지금은 제가 외롭지 않을까요?
아니, 지금도 너무나 많이 외롭고........
또 이 고독의 그림자도 너무나 긴 것 같아요.
팔자일까요?
명절 때만 되면 항상 북녁을 바라보시면서 더욱 더 외로워하시던
돌아가신 어머니와도 같이 저 역시도 이젠 명절이 되어도 갈 곳이
한 군데도 없습니다.
아마도 이 외로움이란 건 제가 벗어나고 싶어도 절대 벗어날 수가
없는 어쩌면 저의 영원한 숙명일까요?



Jay. 구정. Feb.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