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1950년대

그날이 오면 / On the Beach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김제건 2012. 2. 23. 14:24
그날이 오면 / On the Beach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1959년/감독: Stanley Cramer/주연: Gregory Peck + Ava Gardner
Fred Astaire + Anthony Perkins/음악: Ernest Young/134분



컬러와 시네마스코프(Cinemascope)라는 신기술의
영화 제작 풍토가 할리우드 영화사들마다 경쟁적으로
한창 유행이던 당시에 무슨 제작 예산이나 아끼자고
이렇게 흑백(黑白)영화를 만든 것은 절대 아닐 것 이다.
제 3차 대전이 발발하면서 핵폭탄으로 인하여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들이 멸망한다는
그 심각한 주제가 주제이니만치
이 흑백영화 제작에는 분명히 어떤 상징성이
있는 것 같고, 또 굳이 컬러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모노(Mono)컬러만으로도
거장,스탠리 클래머(Stanley Cramer. 1913-2001, 뉴욕)
로서는 충분히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냈다고
(제작도 하였음) 평할 수가 있겠다.



'해안가 백사장에서(On the Beach)‘라는
어울리지 않게 낭만적인 영어 제목과는 달리,
한글 제목으로는 심훈님의 시(詩)제목과 똑 같은
‘그 날 이 오면’.
물론 이 영화 제목에서의 ‘그 날’은 그러나
(전 인류에게) 무척이나 심각한 날이다
폭탄은 고사하고 총 한번 쏘는 장면조차 없이
핵폭탄의 가공할 위력과 공포를 전해준 각본
(시나리오)도 그럴 듯하지만,
미국과 소련의 양강(兩强)구도였던 1950년대의
냉전시대에서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핵전쟁의
참혹한 결과를 특이하게도 그 소재로 하여 매우
차분하게 연출한 고전 명작의 하나라고 할 수가 있다.
(호들갑스럽고 요란한 요즈음의 재난 영화,
특히 지구 멸망 소재 작품들과는 격이 아주 다르다.)

핵이 주제이면서도 아이러니컬하게 우라늄이 연료인
핵 잠수함 덕에(위의 사진) 생명을 몇 개월 더
연장 할 수 있었던 (아래의 사진) 주인공들,



미 해군의 핵 잠수함, '톱 가오리(Sawfish)'호의 함장,
드와이트 타워스(Dwight Towers)역에
그레고리 펙(Gregory Peck. 1916-2003, 미국)(위의 사진),
(그의 사이트: http://www.reelclassics.com/Actors/Peck/peck.htm)
이 드와이트 함장을 사랑하는 여인, 모이라(Moira)역에
에바 가드너 (Ava Gadner. 1922-1990, 미국)(위의 사진).
이 두 사람은 1952년 작품인 ‘킬리만자로 의 눈’
이후, 상당히 오래 간만에 또 다시 호흡을 맞추면서
주인공역들을 잘 소화하였다.
1956년 작인 ‘우정 어린 설복(Friendly Persuasion)’
에서부터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이래,
이 영화와 1960년의 ‘사이코(Pscycho)’,
또 1962년 작인 ‘죽어도 좋아(Phaedra)’
연속적인 히트로 한국 팬들에게는
유별나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앤소니 퍼킨스(Anthony Perkins.1932-1992, 미국)(아래사진)
호주 해군의 젊은 장교로 출연을 하였으며,
미국 뮤지컬(영화)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거장 배우,
후레드 애스테어(Fred Astaire. 1899-1987, 미국)까지
출연을 하였으니 당시의 캐스팅으로서는 만점에 가깝다.



지구의 북반구(北半球)는 핵폭탄으로 인하여
이미 멸망을 한지 몇 달이 지났고,
그곳으로부터 방사능(낙진)이 몇 개월 후에
서서히 도달하면서 이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멸망하게 되는 나라, 호주.
통증 없이 죽을 수 있다는 자살 약을 배급받기 위해
줄서있는 그 행렬의 모습은 어쩌면 핵이 있는 한,
앞으로 언젠가 우리들에게도 현실로서 다가올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정해진 시한 속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들은 그 다가오는 죽음을 앞두고 과연
무엇을 해야만 하고 또 할 수가 있을까?
바로 이런 심각한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이 영화는
비록 1950년대 말에 만들어진 (당시로서는 SF적인
요소가 다분하였던) 영화이긴 하지만,
세기가 바뀐 오늘 날, 21세기에도 그 때나 마찬가지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인류의 공통된 공포 때문인지
여전히 흥미진진하게 다시 볼 수가 있다.
재미난 건 영화가 개봉하고 얼마 되지 않은
1964년의 어느 날을 바로 멸망의 ‘그 날’
시나리오 속에서 설정하고 있는 점이다.
(그래야만 당시로선 극적인 효과가 더 했을 것이고,
또 마무리도 아주 비극적이다.)

이 영화 내용은 2000년에 TV 극(아래 동영상)으로
다시 리메이크가 되었다.



영화 음악(OS)은 오스트리아 출신으로서
‘영광의 탈출(Exodus. 1960)’ 로도 유명한
어니스트 골드(Ernest Gold. 1921-1999, 비엔나)
만들었는데, 특이 한 것은
'호주 판 아리랑' 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호주의 비공식 국가,
‘월칭 마틸다(Waltzing Matilda)(아래 노래+가사+설명)’의
멜로디를 메인 테마(Theme)로 활용을 하면서,
마치 주제곡 같은 느낌을 주었다는 점인데,
이는 스탠리 클래머 감독의 강력한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인류의 마지막 생존지, 호주를 주제로 한
영화이기에 호주를 대표하는 이곡이 당연하게
선곡된 듯한데, 때론 행진곡 풍으로 신나게,
때론 애수 어리게 잔잔히 각각 편곡(변주를) 하여
오프닝 타이틀에서부터 무려 10번 이상 전편에 걸쳐
반복해서 들려오기 때문에 이곡을 모르던 사람도
영화가 끝날 때 즈음에는 거의 다 외울 수 있을 정도다.
또한 가사가 있는 노래(아래 가사)로도 등장을 하는데,
주인공 일행들이 산장으로 놀러가 숭어 낚시를 할 때
합창으로 흘러나온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곡의 제목을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안일하고 쉽게 그냥, ‘월츠를 추는 마틸다여’ 라고
단순 번역을 하였다는 점이다.
[아래의 '월칭 마틸다(Waltzing Matilda)' 곡 해설 참고]



호주를 상징하는 이 유명한 노래 외에도
곧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공포를 음악적으로
잘 표현한 어니스트 골드의 오리지널 스코어(OS)역시
상당히 인상적 인데,
특히 영화 중반부에서 주인공들의 모국인 미국,
샌 디에고(San Diego)에서 포착되는 무전 신호를
추적해가는 장면에서 들리는 몰스 부호가 섞인
긴박감이 넘치는 그 특이한 배경 음악은 비록
모노(Mono)로 녹음이 되었지만, 지금 다시 들어도
골드의 대단한 역량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다.
또한 잠망경으로 바라보는 샌프란시스코의 텅 빈 거리
모습(위의 사진) 장면 등도
21세기의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2007)' 같은
영화에 영향을 주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시한부 인생을 사는 주인공들의 고뇌와 비장함까지도
이 골드의 음악으로 잘 표현을 하고 있다.
마지막 생존지라고 해서 들렸던 호주에서
죽음을 맞이하나, 고향인 미국에서 죽음을 맞이하나
단지 짧기만 한 불과 한 두 달의 시간 차이뿐이라면
과연 우리 같으면 어느 곳에서 죽기를 원할까?



* ‘월칭 마틸다(Waltzing Matilda)‘에 관하여...
‘마틸다(Matilda)’가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 캥거루를
의미하는 속어임을 감안하면 ‘월츠를 추는 마틸다여’라고
‘월칭 마틸다(Waltzing Matilda)’
해석하는 것도 꼭 틀리다고 볼 수는 없겠다.
그러나 호주의 국민시인이자 작가로 추앙을 받는
밴조 패터슨(Banjo Paterson. 1864-1941. 호주)
1895년에 작사를 한 이곡의 가사(시) 중에서,
"Who(또는 You) will come a Waltzing Matilda with me?"
라는 동행을 의미하는 구절을 살펴보면
이곡에서의 ‘마틸다(Matilda)’는
사람 등에 지는 봇짐(배낭)의 형태를 의미하는 게 맞다.
‘월칭(Waltzing)’도 독일어, ‘Auf der Walz (업무적 여행)’
에서 비롯된 단어임을 감안할 때,
‘월칭 마틸다(Waltzing Matilda)’
‘여행할 때 등에 지는 봇짐‘을 의미하는 것이 맞으며
그래서 미국의 인기가수, 해리 벨라폰티(Harry Belafonte)가
불러 히트 시킨 유명한 팝송, ‘마틸다(Matilda)’와도 전혀
다른 뜻이 있는 것이다.
같은 해, 크리스티나 맥퍼슨(Christina Macpherson)
작곡을 하여 1903년에 악보로 처음 출판이 된 이래,
현재 호주의 비공식 국가라고 할 정도로 이 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곡인데,
우리나라로 치자면 ‘아리랑’과 같은 존재로서,
1977년에는 노동당 정권에 의해 새 국가로 지정될 뻔 했었다.
올림픽 입장식 때마다 호주 선수단이 꼭 사용하기도 하는
이곡은 1959년도의 멜버른 올림픽 폐막식에서
‘Goodbye Olympians’의 제목과 새로운 가사로
사용이 되었으며 2000년의 시드니 올림픽 공식 팡파르로도
그 멜로디가 인용되었다.
현재는 또한 ‘God Bless Australia’라는 제목과
새로운 가사로도 불리고 있다.
1942년의 ‘Desperate Journey’ 라는 영화에
주제곡으로 사용이 된 이후,
'Once A Jolly Swagman(1949)'
이 영화, ‘그날이 오면’의 메인 테마로 더욱 유명해졌으며,
1985년의 ‘코카콜라 키드‘,
1996년의 ‘바스키아’,
2008년의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 등등의
수많은 영화에 계속해서 등장을 하고 있다.



* ‘월칭 마틸다(Waltzing Matilda)‘와 가사






Oh, there once was a swagman camped in the billabong,
Under the shade of a coolibah tree,
And he sang as he looked at the old billy boiling,
Who'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Chorus:
Who'll come a-waltzing Matilda my darling,
Who'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Waltzing Matilda and leading a waterbag,
Who'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Down came the jumbuck to drink at the water-hole,
Up jumped the swagman and grabbed him with glee,
And he sang as he put him away in his tucker-bag,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Up came the Squatter a-ridding his thoroughbred,
Up came Policemen - one, two and three,
Whose is that jumbuck you've got in the tucker-bag,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The swagman he up and he jumped in the water-hole,
Drowning himself by the coolibah tree,
And his ghost may be heard as it sings by the billabong,
Who'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 관련 동영상 모음:







* 2000년에 리메이크가 된 TV극 :



revised. Jul.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