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1950년대

황태자의 첫사랑 / The Student Prince 리뷰 + 동영상 모음

김제건 2012. 1. 31. 17:18
황태자의 첫사랑 / The Student Prince 리뷰 + 동영상 모음
1954년/감독: Curtis Bernhardt + Richard Thorpe / 주연: Edmund Purdom +
Ann Blyth / 음악: Nicholas Brodszky /105분



20세기 말에 인기가 대단했던 (남성) 성악가들을 꼽으라면,
역시 ‘테너, 삼인 방(Tenors, Big Three)’이라 불리던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1935-2007. 이태리 모데나),
도밍고(Placido Domingo. 1941, 스페인 마드리드),
카레라스(Jose Carelas. 1946, 스페인 바르셀로나)

들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누가 이들의 계보를 세기가 바뀐 21세기에 또 새롭게
이어갈지 궁금한데, 그런데 이들이 자라나면서 우상으로
생각하였던 성악가는 과연 누구였을까?
바로 마리오 란자 (란짜/Mario Lanza. 1921-1959, 미국)이다.
20세기 초,
최고의 성악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다는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 1873-1921, 이태리 나폴리)
의 계보를
스테파노(Guseppe Di Stepano. 1921, 이태리 시실리)와
코렐리(Franco Corelli. 1921-2003, 이태리 안코나)와
함께 (공동으로) 이어 나갔다고 평을 받았던
마리오 란자(란짜/Mario Lanza).(이하 ‘란자‘로 표기-아래 사진)



공교롭게도 카루소가 세상을 뜬 1921년에 스테파노와
코렐리 그리고 마리오 란자가 태어났다.
(그래서 카루소의 혼을 물려받았다는 말도 있다.)
두 명은 카루소의 나라, 이태리에서 그리고 또 한명은
바다 건너 먼 미국의 필라델피아에서(이태리 이민의 후손으로),
당연히 카루소의 적자(嫡子)는 스테파노 나 코렐리로 보였었다.
그러나 1951년도에 타임(Time)지의 표지(아래 사진)에도
등장했었듯이 1950년대에 대중적인 인기는 마리오 란자가
훨씬 더 대단하였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RCA 레코드를 통하여 1945년에서부터
발매한 팝 뮤직에 가까운 음악들과 (9편의) 영화 출연의
영향인 것 같았지만, 바로 이런 점이 란자는 오페라무대만
고수한 정통 성악가가 아니라는 혹평들의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1951년에 출연한 (그의 세 번째)영화,
‘위대한 카루소(The Great Caruso)’에서의
카루소 역할은 그를 단연 세계 최고의 테너로 부각시키게
되었고, 마치 카루소의 계승자 같이 승승장구 하였으나
(배우로서도), 하지만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바로 문제의 이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에서부터
시작된 복잡한 갈등들이 결국은 그로 하여금 할리우드를 떠나
조상의 나라, 이태리 로마로 이사(1957년)를 가게 만든다.
그리고 1959년10월7일에 심장마비와 폐렴의 후유증으로
38세의 황금 같은 시기에 세상을 떠나면서 안타깝게도
비운의 일생을 마친다.



1899년에 출간된
독일의 빌헬름 마이어 포르스터(Wilhelm Meyer Forster)의
소설, ‘칼 하인리히(Karl Heinrich-Old Heidelberg)’
20세기에 들자마자 단숨에 전 유럽에서 베스트셀러가 된다.
수많은 연극과 오페레타의 무대를 걸쳐,
1923년에는 독일에서 영화가 만들어 졌고
1927년에는 영국에서 다시 영화화가 된 이후,
‘학생 황태자(The Student Prince)’의 이야기는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상당히 알려지게 된다.
당시, 할리우드의 뮤지컬 보고와도 같았던 MGM은 그래서
전속계약을 맺고 있던 마리오 란자의 대중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그를 주인공으로 하여 이 영화를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네마스코프(Cinemascope) 대형화면으로
리메이크하기로 하고, 몇 년간을 준비해오고 있었는데,
독일 출신의 이민자인,
커티스 베른하르트(Curtis Bernhardt. 1899-1981, 독일)
(1924년 데뷔)
감독과 보석같이 아끼던 마리오 란자가
그만 첫 번째 촬영(테라스 씬)을 하자 말자,
대판 싸우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었다.
연기라면 모를까, 자신의 창법에 문제를 삼는 감독과는
절대로 같이 일을 할 수가 없다고 선언한 란자는
결국 이 문제가 도화선이 되어 1956년에 한편의 영화를
더 완성한 후 (‘Serenade’) 할리우드를 영원히
떠나게 되었고, 베른하르트 감독 역시 결국 이 영화 제작에서
중도 하차를 하게 된다.
(란자는 이후, 유럽에서 ‘로마여 안녕(Arrivederci Roma. 1958)’
‘첫 사랑(For The First Time. 1959)‘ 이라는 두 편의 영화를 더 만들었다)




이미 이 영화에 사용이 될 OST의 녹음을 1952년 8월에
미리 다 완료한 란자는 결국 MGM과의 남은 계약기간
(15개월)과 이곡들의 사용 권리를 맞바꾸기로 합의를 하면서,
영화사상 보기가 드문 ‘목소리만의 출연’을 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복잡한 속사정에도 불구하고 당시에 여성들에게
대단한 인기였던 락 허드슨(Rock Hudson. 1925-1985, 미국)을
무척이나 많이 닮았다는
에드문드 퍼돔(Edmund Purdom. 1924, 영국)
립싱크를 하면서 만들어낸 이 뮤지컬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고
덩달아 RCA 레코드까지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1951년에 ‘위대한 카루소(The Great Caruso)’에서
마리오 란자와 같이 일했던
리처드 쏘프(Richard Thorpe. 1896-1991, 미국 캔사스) 감독이
결국 영화를 마무리 지었는데,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1939)’ 같은 성공한
뮤지컬에도 관여를 한 경험을 토대로 유럽의 분위기가
물씬 넘쳐 나는 또 하나의 명작 뮤지컬 영화를 탄생시킨 것이다.



프러시아(Prussia), 칼즈버그(Karlsberg)왕국의
왕위 계승자, 즉 황태자인,
칼 하인리히(Karl-Edmund Purdom, 1924-2009. 영국)
약혼식 날,
이미 어려서부터 서로 정혼이 되어있던 노스 하우즌왕국의
요한나 공주(Johanna-Beta St. John, 1929, 미국 CA)
월츠를 추는 것을 지켜본 왕(조부)과 황태자의 개인교수는
그가 너무 군대식으로만 교육을 받아 왔기에
이제는 좀 더 ‘부드러운(Warm And Charm)’
또 다른 인성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하게 된다.
그래서 개인교수의 추천에 의해 며칠 후
독일 하이델베르그로 유학을 오게 되고, 또 지난 300년간
한곳에서 계속해서 여러 유럽 왕족들을 모셔왔다는
루데르(Joseph Ruder-S.Z. Sakall, 1884-1955, 헝가리)
작은 여관에 묵게 되는데, 한편,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대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아름다운
캐씨 (Kathie-Ann Blyth, 1928, 미국 뉴욕)
바로 그의 조카이다.



황태자라고 해도 별로 어려워하지 않고,
할 말을 다하는 캐씨 덕분에 귀족 의식을 버리고 난 뒤
평민 대학생들로만 구성이 되어있는 웨스트 벨리언스
합창단에도 가입을 한 대학 신입생 칼은
시간이 가면서 캐씨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캐씨 역시 신분격차에 부담을 느끼기는 하지만
결국 칼의 집요한 구애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둘이서만 빠리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날 밤에
칼은 조부인 왕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갑자기 귀국을 하게 되고, 이후 왕위를 급히 계승하면서,
결국 하이델베르그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노스 하우즌 왕국으로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기차를 타고
가는 국왕 칼은 하이델베르그에 잠시 정차할 것을 명하고
캐씨를 찾아가 상봉을 하지만
지난날의 사랑만 확인한 채 다시 이별을 하게 된다.
“학생 때는 같은 세계에 있던 우리들 이었는데,
그러나 우리들만 지금 달라졌을 뿐 이곳은 변한 게 없다”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캐씨에게 “굿바이 캐씨...” 라고
작별인사를 하는 칼은 예전과 같은 ”굿바이 칼....“이
아니라 “전하(Your Majesty) , 안녕히(Goodbye)... "라는
달라진 작별인사를 들으면서 쓸쓸히 하이델베르그를
떠나가게 된다.



뮤지컬 영화인데다, 마리오 란자의 목소리가 연기를
대신하는 영화이다 보니 이 영화의 음악들은 더욱
각별한 주목을 받았었는데, 러시아에서 이민을 온
니콜라스 브로즈스키(Nicholas Brodszky. 1905-1958, 러시아)
만든 화려한 오리지널 스코어(OS)외에도 또 별도로
만들어 삽입을 한 10곡정도의 추가 창작곡들
(Additional Songs)이 매우 훌륭한 극중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 Drink, Drink, Drink,(일명: Drink Song, Drinking Song)


평민 대학생들의 합창단인, 웨스트 벨리언스에
칼이 대학 신입생으로서 가입을 한 날, 녹색 모자를 쓰고,
그들의 전통의식대로 1,000CC가 넘어 보이는 맥주를
단숨에 (원 샷으로)마실 때, 독창과 합창으로 흐르는
이곡이 이 영화의 메인 테마(Theme) 곡이다.
오프닝 타이틀 장면과 엔딩 크레디츠 에서도 연주곡으로
반복이 되지만, 칼즈버그로 돌아온 칼이 하이델베르그를
그리워하며 잠시 부르기도 한다.

* Summertime In Heidelberg


루데르 여관에 처음 도착한 칼에게 방을 안내하고 난 후
칼의 고압적인 요구에 마지못해 피아노를 치며 캐씨가
이곡을 부르는데, 중간에 칼이 노래를 같이 하면서
마치 사랑의 이중창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칼의 갑작스런 키스에 캐씨가 매우 당혹해 한다.
이곡과 아래의 ‘Be Loved’, ‘I'll Walk With God’도
이 영화의 추가 창작곡들로서
모두 다 니콜라스 브로즈스키가 작곡을 하고,
폴 웹스터(Paul Webster)가 작사를 하였다.

* Deep In My Heart, Dear


칼을 오해하고 도망을 가는 캐씨를 붙잡아
오해를 풀라고 칼이 노래를 하자 캐씨도 함께
노래를 하면서 아름다운 이중창을 만들어 내었다.

* Serenade


잠시 칼로 부터 떠난 캐씨를 강 건너 그룬발츠에서
찾아낸 후, 지난날의 무례함을 사과하고 함께 공원을
산책하다가 칼이 구애의 노래로 이곡을 힘차게 부른다.
“밝은 달빛아래 만발한 꽃들과도 같은 나의 사랑을 받아주오”
라는 가사가 전형적인 세레나데(세레네이드) 형식인데,
역시 마리오 란자의 대단한 가창력을 느낄 수 있는
명곡이고, 일명 ‘드링크 송’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진 매우 서정적인 곡이다.

* Beloved


빠리로 둘이서만 여행을 가자고
카니발이 끝난 후에 칼이 다시 구애를 하면서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는 나의 열정을 숨길 수 없다”고
이곡을 테라스에서 부른다.
(바로 란자와 베른하르트 감독이 충돌을 하였던
문제의 그 시퀀스라는데, 결국 란자의 자존심과
카리스마가 무척이나 상했었다고 한다.)

혹자는 마리오 란자의 또 다른 히트곡인
‘Be My Love’와 착각을 하기도 하지만,
물론 전혀 다른 곡이고, ‘Be My Love’는
이 영화에서 절대로 들을 수가 없다.

* I'll Walk With God


하이델베르그에서 돌아온 며칠 후,
조부인 선왕이 서거를 하자 그의 관 앞에서
왕위를 계승한 칼이 (성당 안에서) 이 곡을 부른다.
“신의 손을 잡고 신과 함께 나라를 통치하겠다.“는
엄숙한 분위기의 노래인데,
역시 테너로서의 마리오 란자의 가창력이 대단하다.

* Golden Days


정해진 결혼식을 하기 위해 노스 하우즌 왕국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개인 교수, 주트너 교수(Prof. Juttner-
Edmund Gwenn, 1875-1959, 영국)
와 함께
하이델베르그에서의 지난날들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이다.
아닌 게 아니라 대학 신입생 시절만큼 황금 같은 나날들이
우리들 인생에서 다시 있을 수가 있겠는가?
결국 이 노래를 하고나서 칼은 캐씨를 다시 찾게 된다.

* Gaudeamus Igitur


웨스트 벨리언스 합창단원들이 (영화 초반부에) 헤어지면서
부르던 이곡은 마지막 장면에서 캐씨를 떠나는 칼의 쓸쓸한
뒷모습과 함께 다시 한 번 더 흘러나온다.
13세기서부터 유럽 각국에서 대학교의 무슨 큰 축제 행사
(개강식, 졸업식 포함)에서 전통적으로 불리어 진다는
라틴어 가사의 이 곡(Academic Hymn)은 현대에 와서는
종교 음악과 크리스마스 시즌의 캐롤로도 다시 알려지게
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근래에 결혼식에서도 자주
불리고 있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 독일)가
1880년에 발표한
‘대학 축전 서곡(Academic Festival Overture. Op.80)’의
마지막 장에도 인용이 되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우리가 젊었을 때 우리들의 젊음을 기뻐하자.”
가사 내용의 18세기 버전이 사용되었다.



‘위대한 카루소(The Great Caruso. 1951)’ 에서
란자의 상대역으로 이미 함께 공연했었고,
‘로즈 마리(Rose Marie. 1954)’ 같은
작품들에서 노래실력도 인정받은바 있는
앤 브라이스(Ann Blyth. 1928, 미국 뉴욕)
그 예쁜 연기도 좋았지만,
그러나 역시 립싱크만으로도 대단한 열연을 펼친
에드문드 퍼돔(Edmund Purdom. 1924, 영국)
대타 아닌 그 훌륭한 대타 역할은 참으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19세기말에 있었던 얘기이며, 또 영화가 만들어진지도
반세기가 지났건만, 아직도 그렇게 어색하지 않게 이 작품을
다시 볼 수 있는 것은 역시 현대의 감각에도 뒤지지 않는
이런 (잘 만든) 음악 작품들의 힘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가 있겠는데,
특히 어느 성악가보다도 20세기 중반에 대중적인 인기를
많이 받았던 마리오 란자의 그 낭랑한 목소리를 세월이
가는 것과는 관계없이 여전히 이렇게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가장 큰 즐거움임에는 틀림이 없다.
한편, 이 영화가 대 성공을 거둔 이후 이 영화의 배경이
되었고, 원작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하이델베르그 구 시가지(Old Heidelberg)‘
학사주점과 고성 그리고 감옥 등등이 유명한 관광지로
부각이 되면서 아예 ‘Student Prince Town’ 이란 동네
(윗 사진)까지 등장을 하였고, 또 ‘Student Prince Tour’도
여전히 이 도시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니,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1965)’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같이 이 도시도
이 영화의 덕을 아직까지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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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sed. May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