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1980년대 하

그랑 블루 / Le Grand Bleu 리뷰 + 동영상 모음

김제건 2011. 12. 6. 18:49
그랑 블루 / Le Grand Bleu 리뷰 + 동영상 모음
1988년/ 공동제작+원작+감독: Luc Besson 주연: Jean Marc Barr +Jean Reno
Rosanna Arquette / 음악: Eric Serra + Bill Conti / 70mm, 168분(감독 판)



“작품성이나 줄거리가 좋아서...” 유명해지는 영화. 그리고,
“배우나 감독이 대단해서...” 또는 “영화음악이 너무 좋아서...”
이렇게 유명해진 영화들에는 이유들도 많다.
그런데 이 영화는 “포스터가 워낙 유명해서...” 라는 이유가
또 하나 추가된다.
20세기를 마감하고 새 세기를 열던 2,000년도까지만 하더라도
어지간한 커피샵이나 카페의 벽이면 장식을 위해 대부분
붙어있던 어른 키보다도 더 큰 대형 패널 포스터(맨 아래 사진).
그 속의 돌고래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던 인상적인
이 포스터는 이 영화를 안 본 사람들 까지도 “아! 그거” 라고
아직까지도 기억 할 정도로 너무나 유명한 작품(?)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상업용 영화 포스터 기록보유.)



그런데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과 그리고
본고장 프랑스에서도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빠리에서는 이 영화가 1988년에 개봉을 하고
나서 무려 4년간이나 장기 상영을 하였었다니,
그 붐(Boom)자체가 자연스럽게 포스터로 옮겨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고,
또 더군다나 도시인들이 항상 동경하는 바다가 그 주제가 아닌가?
아니, 주제라기보다는 오히려 바다 자체가 주연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런 의미인지 이 포스터에는 출연 배우들의 얼굴이 전혀 없다.)
'바다의 푸르른 영상 서사시' 라고
한마디로 쉽게 표현하여 선전을 한 이 영화는 어린 10대 시절에
이미 원작소설을 직접 쓰고, 우여곡절 끝에 영화로도 제작 까지 한
뤽 베송(Luc Besson. 1959. 빠리)감독의
자신의 어린 시절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하는데,
1959년에 빠리에서 태어난 뤽 베송은 스쿠버다이빙 강사였었던
부모님을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전 세계의 주요 바닷가를 거의
다 다녀보았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자신도 이 영화 속의 주인공같이 수중 다이빙을
잘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돌고래를 전문으로 하는
'해양생태 학자(Marine Biologist)'가 되려 하였던 그 어린 시절의
꿈은 그러나 17살 때 당한 수중사고로 무산이 되고 만다.
더 이상 수중 다이빙을 할 수가 없다는 의사의 말에 낙담을 하면서
귀국을 한 그는 우연히 길에서 어느 단편 영화 촬영을 목격하였다가
졸업을 두 달 남긴 고등학교를 자퇴할 정도로 모든 걸 다 던져버리고,
“영화의 세계와 급속히 뜨거운 사랑”(본인 표현)에 푹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빠리에서 영화의 기초와 기본을 배우면서 이 영화의 원작과
‘제 5원소(1997)’의 원작 소설을 10대 시절에 쓰게 된 그는
이후 할리우드에서 3년간 원정 영화공부를 하고 귀국을 한 후,
‘Les Films De Loups‘ 라는 자신의 프로덕션을 차리게 된다.
그리고는 바다를 향한 평생의 그리움과 그의 못 이룬 꿈을
마침내 그의 다섯 번째 제작 작품인 이 영화를 통하여
훌륭하게 스크린에다가 표출해낸 것이다.



전 세계 수많은 바닷가를 다녔던 10대 시절의 경험들을 기초로
하여 집필한 그의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은
한편으론 ‘돌고래 인간(Homo Delphinus)’이라는 특이한 별명과
국제 다이빙계의 ‘살아있는 전설(Living Legend)‘이라 불리던
실존 인물, 장 자크 마욜(Jean Jacques Mayor. 1927-2001)
수중 다이빙 인생을 주 이야기로 하고 있다.
(위는 1983년도 신기록당시의 실물 사진/영화에선 장 마르크 바가
연기/ http://www.jacques-mayol.net - 그의 공식 홈페이지 참고)

그는 미 해군이 보유하던 프리 다이빙의 세계 신기록을 실제로
1976년에 ‘3분39초간의 99미터 잠수’로 깬 바가 있는데,
56세의 만만치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1983년에는 105미터
잠수의 최고기록을 보유하였었다.
(영화 속의 400피트의 기록은 좀 과장되어 있다고 함)
(21세기 신기록: https://www.freedivingrecords.com/)
그러나 이 영화가 발표되고 13년 후인, 2001년에 이태리에서 그만
자살을 하였다고 하니 각본까지도 직접 쓴 뤽 베송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그의 말년을 마치 예언한 듯 하였다.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마욜은 1970년대에 이미 영화에서 본인의
실명 사용을 허락하였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영화촬영 당시에는 기술고문으로 제작에도 참여했었지만,
그에 관한 영화후반부의 이야기는 물론 논픽션이다.



그리스의 지중해 바닷가에서 유년 시절서부터
친구이자 서로의 라이벌로 자라게 되는 주인공,
자크 마욜(Jacques Mayor-Jean Marc Barr, 1960, 독일)
엔조 모리나리(Enzo Morinari -Jean Reno, 1948, 모로코).
어른이 되어 오랜만에 재회를 하여서도 이들의 관계는 여전하다.
또한 여기에다 페루에서 만난 이후 자크를 줄곧 사랑하고 있는
조애나 베이커(Johana Baker-Rosanna Arquette, 1959, 뉴욕)
등장하여, 이들 셋은 시실리 타오르미나(Taormina)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된다.
나중에 조애나가 자크의 아기를 임신하고 나선 더욱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중, 그리스에서 열린 프리 다이빙시합에서 무모한 신기록의
경쟁으로 인하여 벌어진 엔조의 죽음은 자크에게 너무나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얼마 후,
자크 자신도 사랑하는 조애나의 간곡한 만류를 뿌리치고 기어코
밤바다의 심연 속으로 (돌고래와 함께) 사라져 간다.
(그토록 그가 가고 싶어 한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
주인공인 자크가 마지막에 왜 그렇게 바다 속으로 사라져갔어야만
했느냐는 점에 관하여는 아직도 논쟁이 분분 한 듯하다.
아래 동영상 참조)




진주(조개)를 캘 목적으로 시작이 되었다는 인류의 프리 다이빙의
역사는 무려 5,000년이 넘는다고 한다.
제주도의 해녀들같이 아무런 장비도 없이 누가 더 오래 더 깊이
내려 가나를 가리는 이 프리 다이빙 시합의 관건은 실제로 누가
맥박을 더 느리게 (서맥)하여 산소 소비를 더 줄일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영화에서도 페루의 얼음호수 장면에서 나왔듯이,
포유동물인 고래를 되도록 많이 닮은 주인공, 자크같은 사람
(Homo Delphinus)이 유리한건 사실이지만
그러나 실제로 한 번의 호흡으로 숨을 얼마만큼 참을 수 있는지에
관한 인간의 한계는 21세기인 아직까지도 완전 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Free Diving World Cup의 신기록은 프랑스의
Jean Delmore가 보유한 6분 42초이라고 한다.
http://www.divernet.com/compet/free998.htm 참조)




‘새로운 이미지(New Image)’를 의미하는
‘누벨 이마쥬(Nouvelle Image)‘라는
‘누벨 바그(Nouvelle Vague)’의 6촌 뻘 정도나 되는
또 다른 장르의 선두주자로 부상하였던 뤽 베송으로서는
이 영화를 통해 영상의 미가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더군다나 누구보다도 바다를 잘 알고 있는 만큼
그 바다가 주는 매력을 참으로 낭만적으로 훌륭하게 그려내어
(심지어 첫 장면에서 흑백으로 처리한 바다조차 너무나 아름답다),
예술적 프랑스영화의 새로운 기대주로 각광을 받았었는데
다음 작품인 ‘니키타(Nikita.1990)’로부터 시작된 폭력과 스피드에
관한 과다한 액션 몰입에 실망하는 팬들도 상당히 많이 생겨났으나,
이 ‘그랑 블루‘ 같은 스타일의 영화로는 다시 돌아올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그가 제작한 ‘속 레옹’이라는 2001년도의 ‘Wasabi’에선
그를 아끼는 팬들의 실망의 도가 최고조가 된 것 같은데,
또 왜 그렇게 장 르노하고만 계속 노는지 모르겠다는
불평도 뤽 베송으로선 새겨들어야만 할 것 같으나, 그러나
본인으로서는 여러 장르의 작품들을 골고루 하느라
나름대로는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펠리니-로타(Fellini-Rota)콤비’라는 말도 있지만,
영화 감독과 음악 작곡가의 멋진 궁합(협력)의 사례들은
이미 20세기 세계 영화의 역사에서만 수십 명의 명 콤비
(Collaborator)들을 어느새 탄생시켰는데,
(1964년의 황야의 무법자 리뷰 참조)
'베송-세라(Besson-Serra)‘
이 동갑내기 친구 커플도 이 리스트 중의 하나에 속한다고
할 수가 있다.
뤽 베송의 데뷔작인 흑백 단편영화, ‘Avant Dernier, L'(1981)’
때부터 10여 편 이상을 계속 음악 작업을 같이 하고 있는
에릭 세라(Eric Serra. 1959. 빠리).
베송과 마찬가지로 1959년, 같은 해에 빠리 근교에서 태어난
에릭 세라는 1950-60년대의 프랑스 샹송계에서 널리 알려진
작곡가, 끌로드 세라(Claude Serra)의 아들로서
아버지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11살부터 기타를 연주하였고 이후 세션 맨으로 활약을 하다,
락 밴드에서 베이스기타 파트를 맡기도 하였다.
이런 경력으로 해서 때론 영화음악 녹음 때 그 자신이 직접
베이스기타를 연주하기도 하였는데 (‘Subway.1985’),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 OS의 베이스 소리는 유별나게
크고 힘차게 들린다.



스팅(Sting)의 ‘Shape Of My Heart'가 너무나 유명한
‘레옹(Leon.1994)’의 오리지널 스코어(OS)에 있는
’Ballard For Mathilda‘도 이 에릭 세라의 명작으로
손꼽히지만, 그래도 역시 이 ‘그랑 블루‘의 몽환적인
메인 테마(Main Theme)곡 (Overture)이야 말로
그의 출세작의 하나라고 할 수가 있다.
특히 신세대 연주자답게 전자악기(Moog Synthesizer)들을
주로 많이 사용하였는데,
돌고래의 울음소리가 연상되는 전자악기의 소리를
(초반부에) 기묘하게 섞어가면서, 색소폰과 같은 관악기와
함께 때로는 통기타와도 함께 협주해나가는 재즈스타일의
연주가 영화의 줄거리와도 상당히 잘 어울린다.



특히 페루와 이태리의 전통 민속음악을 적절하게 사용한
초반부의 오리지널 스코어(OS)도 좋고,
또 자크와 조애나가 두 번째로 재회를 하여 정사를 나누는
시퀀스에서 흐르는 인상적인 스페니쉬 기타 사운드역시
매우 강렬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자크가 마지막에 심연으로 사라져 갈 때의 배경음악,
‘Leaving The World Behind’ 는 아무래도 좀 약한 느낌을 준다.
한편, 에릭 세라 자신이 직접 작사, 작곡을 하고 노래까지도 한
‘마이 레이디 블루(My Lady Blue)’라는 곡도 엔딩 크레디츠에서
나오는데, 그의 창법에서도 느낄 수 있는 차갑고 쓸쓸한 분위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지만,
너무 뒷부분에서야 나오기 때문에 이런 곡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요즈음은 엔딩 크레디츠가 나오기도 전에 불이 켜지고 장내 청소부터
하니 이런 노래를 듣고 싶어도 도대체 들을 수나 있겠나?)

한편, 미국 개봉 판에는 '록키(Rocky)'시리즈의 음악으로도 유명한
빌 콘티(Bill Conti)가 또 동원이 되면서 그의 창작 음악들을 추가한
뉴 버전의 OS가 화제가 되었었다.

* ‘My Lady Blue’ by Eric Serra:


* 빌 콘티의 음악이 있는 미국 개봉 판 엔딩:




영화,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 1979)’에서도
이미 섬직한 분위기를 연출한바 있어 더욱 유명해진
바그너(Wilhelm Richard Wagner. 1813-1883, 독일)의
‘Ride Of Valkyries’.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두 번씩이나 좀 우스운 분위기로
등장을 하는데 자크의 아파트에 같이 사는 (맛이 간)
루이 삼촌이 좋아하는 곡으로 설정이 되어 있다.
여하튼 세라의 이 영화 오리지널 스코어(OS)의 전체적인
음악 색깔 역시도 베송 감독이 사전에 주문 한 바와 같이
“짙은 푸른색“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이 그랑 블루의 블루 컬러역시 더욱 더 짙고
푸르러진 것 같기도 하다.
‘베송-세라(Besson-Serra)’
둘은 아직 나이가 젊으니까, 앞으로 잘만하면 역시 동창
으로 친구사이인 ‘레오네-모리꼬네(Leone-Morricone)‘
짝꿍의 벽을 뛰어 넘을 가능성도 꽤 충분한 듯한데,
문제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명곡들이 워낙 하늘의 별들과도
같이 우리들 마음에 이미 수없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 OST 앨범 수록곡 리스트:



01. The Big Blue Overture
02. Deep Blue Dream
03. Sailing To Death
04. Rescue In A Wreck
05. La Raya
06. Huacracocha
07. Water Works
08. Between The Sky Scrapers
09. Remembering A Heart Beat
10. Spaghetti Del Mare
11. Let Them Try
12. Synchronised Instant
13. Homo Delphinus
14. The Monastery Of Amorgos
15. For Enzo
16. Cruise Of The Dolphin Tribe
17. Virgin Islands
18. The Third Dive
19. Leaving The World Behind
20. My Lady Blue
(본문에 동영상)



* 관련 동영상 모음:










revised. May.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