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1990년대 중

크래쉬/ Crash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김제건 2013. 8. 10. 19:57
크래쉬/ Crash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1996년/ 제작+각본+감독: David Cronenberg /주연: James Spader +
Holly Hunter 외/ 음악: Howard Shore /100분



교통사고로 우리나라에서만 한 해 동안 사망하는 인구가
2000년 통계로 약 일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부상자를 포함한 사상자 수로는
년 간 약 이십오만 명가량이나 된다고 한다.
그러니 교통사고로 졸지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거나, 또는
신체 장애인이 되면서,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그 수많은 사고 희생자들에게 정말 교통사고의 악몽이란
너무나도 끔찍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겠다.
그런데 여기에 그런 끔찍한 교통사고의
충돌(크래쉬/Crash)을 자진해서 즐기는 이상한 무리들이
있다니, 글쎄, 아무리 영화라고는 해도 그렇지,
이건 너무나 심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정신 질환으로 분류를 해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대를 가학함으로서 만족을 느낀다는
‘새디즘(사디즘, Sadism)’이나
또는 그 반대로 학대를 당해야만 즐거워진다는
‘매소키즘(마조히즘, Masochism)’은 익히 들어왔었지만,
글쎄 이런 건 일종의
‘변형된 매소키즘(Masochism)‘이라고나 할까?
(차량) 충돌 때 온몸으로 느껴지는 그 파괴의 고통을
기꺼이 즐기는 사람들........
그래서 이 작품의 키워드(Keyword)들을 꼽으라면
아마도 위에서 언급한 것들 외에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지 않는 묘한 단어들을 들 수밖에 없다.
우선 작품전체에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허무주의(Nihilism)'와 ‘염세주의(Pessimism)',
그리고 ‘폭력(Violence)'과 ‘광기(Madness)'에다
‘기괴(Bizarre)'는 말할 것도 없고,
‘성 도착(Sexual Deviation)'과 ‘변태(Kinky)',
‘관음증(Voyeurism)'등등, 일상적이지 않은 이런 키워드들이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많은 영화 팬들에게 이 범상치 않은
작품에 묘한 호기심을 느끼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텔레비전 광고를 만드는 커머셜 프로듀서, (위의 사진)
제임스 밸러드(James Ballard/James Spader, 1960 보스턴)
캐서린 밸러드(Catherine Ballard/Deborah Kara Unger, 1963 밴쿠버)부부는
각자 비밀이 없는 공개적인 외도를 하면서도
서로를 격려해주는 참으로 특이한 부부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어느 날, 제임스는 우연히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상대 차에 탔던 여의사,
헬런(Helen Remington/ Holly Hunter, 1958 조지아)
알게 되고, 이후 그녀와 깊은 관계를 맺게 되면서 새롭고도
요상한 세계를 접하게 된다.
헬런 때문에 알게 된 과학자,
본(Vaughn/ Ellias Koteas, 1961, 퀘벡)이라는 사내와
또 교통사고의 충돌을 즐기며 온몸이 흉터자국인 일행들을 알게 되고,
비운의 탑 스타, 제임스 딘(James Dean)이 죽었던 교통사고의 현장을
똑같은 포르셰 스포츠카로 (충돌을 포함) 그대로 재현해 보이는 이들과
어울리면서,
[이후, 제인 맨스필드(Jane Mansfield)의 교통사고도 재현을 시도 함]
제임스도 캐서린과 함께 차츰 차츰 그 컬트(Cult)스러운 분위기에
말려들어 가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점점 강도를 더 해가는 파괴와 충돌의 광기를
자제하지 못하고, 자신을 차량으로 공격하다가 사고로 죽게 되는 본과
어느새 닮아있는 자신을 발견한 제임스는 며칠 후,
하이웨이에서 캐서린이 몰고 가는 차량을 향하여 무섭게 돌진을 한다.
첫 장면에서부터 “다음 번, 다음 번 에는...”을 즐겨 쓰던 이들
밸러드 부부에게 과연 그 ‘다음 번(Next Time)'이란 존재할 것인가?



토론토 대학을 다니던 1966년에
7분짜리 ‘트랜스퍼(Transfer)’라는 단편영화를 제작,
감독하면서 각본을 쓰고 직접 촬영을 하고, 편집까지도 하며
영화계에 데뷔한 캐나다의
데이빗 크로넨버그(David Cronenberg, 1943, 토론토)
졸업 후, 1970년대를 주로 TV 시리즈들을 만들면서 실력을 가다듬다가,
‘비디오 드롬(Videodrome,1983)', ‘데드 존(The Dead Zone, 1983)',
‘플라이(The Fry, 1986)', ‘데드 링어(Dead Ringers,1988)'
같은
호러(Horror) 공포물들로 1980년대부터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다.
1990년대 들어와서는 제러미 아이언스(Jeremy Irons) 같은
인기 배우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한때는 드라마 스타일로
방향 전환을 시도하기도 하였지만,
그러나 아무래도 크로넨버그의 이미지에는 이런 스타일의 작품이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깐느 영화제에서 상당한 논란 끝에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기도 하였고,
1996년의 최고의 캐나다 영화(5개의 캐나다 Genie 상 수상)라는 평을
받았던 이 화제의 문제작도
그래서 크로넨버그의 1970-80년대와 1990년대의 개성과 색깔이
골고루 잘 표현 되었다고 할 수가 있는데,
아마추어 카 레이스로서 차에도 관심이 대단한 그(아래 사진)로서는
이번에 제대로 된 소재를 만난 셈이다.



글쎄? 자전적인 이야기를 소설화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의 남자주인공 이름과 이 영화의 원작소설의 작가이름이
같은 점도 특이한데, 영국인 원작자,
제임스 밸러드(James G. Ballard, 1930. 상하이)
1973년에 이 소설을 처음 내기까지 여러 출판사들로부터
정신 질환자로 오해를 받아 출판 자체가 사절이 되는
우여곡절까지 겪었었다고 하니,
우선 이 영화는 원작 자체부터가 벌써 심상치 않았던 셈이다.
거기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1989)’
‘세크리테리(2002)’등에서도
이상 성격의 소유자로 여러 번 등장을 한 바가 있는 개성파 배우,
제임스 스페이더(James Spader, 1960 보스턴)
비롯한 여러 출연진들의 (실제 같은) 연기 역시도
수많은 컬트 무비 팬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다.
항생제를 많이 복용하면 점점 내성이 생겨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듯이,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은 이제 어지간한 충격에는 쉽게 반응치 않는
내성이 이미 생긴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이 작품을 통해
다시 드는데, 성적(性的)으로도 그렇지만 자극이 심한
현대의 삶에서 이미 둔감해질 데로 둔감해진 밸러드 부부와 헬런,
그리고 본 등이야말로 바로 위험수위를 어쩌면 넘어섰는지도
모를 우리들의 자화상은 아닐 런지 걱정이 앞선다.



‘반지의 제왕(The Lord Of Rings)’ 시리즈의 음악으로,
3개의 아카데미상까지 수상을 하면서, 21세기의 매우 성공한
영화음악 작곡가가 되었고, 동시대에 함께 유명해진
대니 엘프먼(Danny Elfman, 1953 LA)과도
한 때 같은 (블루스)밴드에서 활동을 한 바 있는
하워드 쇼어(Howard Shore, 1946 토론토)에게는
같은 고향 선배인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야말로 그를 출세 시켜준
장본인이라고 말 할 수가 있다.
1979년의 ‘브루드(The Brood)’ 이후,
‘비디오 드롬(Videodrome,1983)’을 포함해서
벌써 여러 편을 크로넨버그와 함께 짝꿍같이 작업을 하면서,
크로넨버그의 의도를 음악적으로 가장 정확히 표현하였다고
칭찬을 받아왔던 하워드 쇼어로서는
이번에 매우 특별하고 독특한 스타일의 오리지널 스코어(OS)로
또 다시 주목을 받았었다.
원래 하워드 쇼어는 신서사이즈(Synthesizer) 악기의 대가로도
유명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전기기타의 원 맨 쇼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전기 기타 사운드만을 유독 강조를 하고 있다.
(아래 동영상의 음악 참조)
그리고 다른 악기의 협조 없이 기타만으로는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을 ‘광기’나 ‘염세주의’ 등등의 묘한 극중 분위기를
(음악 역시도) 매우 컬트스럽게 잘 묘사하여 첫 장면서부터
계속 반복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

* 영화 제목과도 같이 ‘크래쉬(Crash)’ 란 제목이 붙은 이 영화의
메인 테마(Main Theme)가 나오는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 장면:





대 도시, 로스앤젤리스(LA)에 사는
다 인종간의 생활상을 그려낸 2004년도의 화제작,
‘크래쉬(Crash. 폴 해기스 감독, 2006년도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수상)'
도 이 영화와 똑같은 제목을 사용하면서
새삼스럽게 이 ‘충돌(크래쉬/Crash)’ 이라는 단어가
또 다시 화두가 된 적이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21세기에 들어와서부터 더욱 더 심각하게
다가온 이 전 세계적인 ‘충돌’ 현상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참으로 크나 큰 문제 꺼리가 아닐 수 없다.
진주만 공습이후 최초의 미국 본토 피습으로서,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비행기가 충돌을 한
2001년의 9.11사태를 두고 누군가는
“문명 간의 충돌“이며, “종교 전쟁의 부활” 이라고도
얘기했지만, 이유야 어쨌든
이 충돌이란 게 우리들의 삶에 결코 좋을 리가 없겠고,
별들의 충돌이건, 국가 간의 충돌이던, 개인 간의 충돌이건
또 이 영화같이 차량 간의 충돌이건 간에 어찌되었던 충돌은
일단 피하거나 막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어차피 이 충돌(크래쉬/Crash) 이란 게
서로 피하지 않으면 결국은 공멸의 길로 갈수밖에 없을테니까.....



* 1997년에 발매된 OST 앨범의 수록곡 리스트:



1. Crash
2. CineTerra
3. Mechanism Of Occupant Ejection
4. Mirror Image
5. Where's The Car?
6. Sexual Logic
7. Road Research Laboratory
8. Mansfield Crash
9. Chromium Bower
10. A Benevolent Psychopathology
11. Two Semi-Metallic Human Beings
12. Triton
13. Accident...Accident...
14. A Crushed Convertible
15. Prophecy Is Dirty And Ragged




* 관련 동영상 모음:











Jay. 217번째 영화리뷰. Nov.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