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1990년대 중

스타 메이커/L'Uomo Delle Stelle (The Starmaker) 리뷰 + 동영상 모음

김제건 2013. 6. 12. 16:17
스타 메이커/L'Uomo Delle Stelle (The Starmaker) 리뷰 + 동영상 모음
1995년/각본+감독:Giuseppe Tornatore/주연:Sergio Castellitto
음악:Ennio Morricone/113분



무슨 대단한 발견이나 한 듯,
사람의 얼굴을 앞에서 유심히 이리보고 저리 뜯어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하고 거기다 큰일 할 인물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들뜨지 않을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바로 그 점을 노리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못 생긴 사람한데도
너무나 개성이 뚜렷한 외모라고 띄어준다.
그러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거의가 이 야바위꾼,
조 모렐리(Joe Morelli/Sergio Castellitto, 1953, 로마)
술수에 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코 묻은 푼돈일지라도 자청을 해서
그에게 바치게 되니 과연 누굴 탓한다 말인가?



어릴 때 한번쯤 연예인이나 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안 가져본 사람이 있겠는가....
20세기 초, 상업 영화가 나오고서부터 시작된 대중들의 이런
욕구들은 TV가 보급되면서부터는 더욱 간절해지기 시작하여,
오늘날에도 연예인 지망생들은 아마 우리나라에서만도
수천 명이 넘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요즈음은 소위 ‘기획사’라고 불리는 연예전문
회사 만해도 그 수가 만만치 않은데,
문제는 간혹 가다가 이 영화의 주인공 같이 허영심에
들떠있는 이들을 등쳐먹는 사기꾼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옥석을 잘 가려야만 할 텐데.......
그러나 들뜬 마음에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2차 대전이 끝난 1940년대 말,
파시스트와 공산주의자들, 그리고 마피아 단원들과 선량한 어부들
등등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시칠리아(시실리) 섬에 어느 날,
로마의 ‘우니베르살리아 (영어로 유니버설)’영화사에서
신인공모를 하러 나왔으니 모두들 광장에 모이라고
확성기로 외치는 사내가 있다.
낡은 트럭에 몇 가지 촬영 장비를 싣고,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현혹하는 야바위 꾼.
“내일은 또 다른 날이 시작되리라” 라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1939)‘
유명한 대사를 한 번 해보라고 하고선 대충 촬영을 한 뒤
일인당 1,500리라씩 받아 챙긴다.
그리고 로마에서 곧 연락이 올 거라는 말과 함께 영수증까지 써준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벌 떼처럼 몰려드는 순박한 시골 사람들.
심지어 내 몸까지도 줄테니 내 딸을 제발 로마로 데려가 달라는
여인 (Anna의 엄마 역-Clelia Rondinella-아래 사진)에서부터
험악하게 생긴 마피아 단원들까지 모두들 카메라 앞에서는 진지하게
마치 진짜 배우처럼 각양각색의 연기를 펼쳐 보인다.



산을 넘어가다 총을 든 산적들을 만나 죽을 번하다가도,
떼돈을 벌 수 있는 기가 막힌 얼굴들이라는 속이 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넘기고, 촬영 후, 오히려 영수증을 써주고 산적들의
돈까지 뜯어내는 이 사내.
그러던 어느 날 수녀원에서 고아로 자라난 10대 소녀,
베아타(Beata/ Tiziana Lodato, 1976, 이태리)
만나 곤욕을 치루 게 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신은 로마로 가서 배우가 되어야 한다고,
트럭 뒤에 몰래 올라타며 달라붙는 그녀를 도저히 떼놓을 수가
없는 이 사내.
결국 ‘길 (La Strada. 1954)’ 에서 젤소미나(Gelsomina)를
조수로 데리고 다니는 짬빠노(Zampano-앤소니 퀸)같이
그녀와 함께 다닐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쯤에서 눈치 빠른 관객들은
이 영화 내용의 일부가 바로 그 유명한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1920-1993, 이태리)
향한 오마주(Hommage)의 한 부분 이란 걸 눈치 채게 된다.
트럭 한 대로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사는 부평초 같은 인생에
어린 여자조수도 같은데, 다만 차력 쇼를 하는 우직한 짬빠노와
이 영화의 조가 다른 점은 카메라로 신종사기를 친다는 점이
아니겠는가?
(물론 베아타에게 키스하는 법 등을 가르치는 것도 좀 다르긴 하지만...)
그러나 어쨌든 이제야 틀이 좀 잡힐 만하니까 이 사내에게
재앙이 다가온다. 베아타가 울부짖는 가운데 경찰에 그만 조가
체포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많은 군중들 앞에서 그의 과거가 전부 밝혀진다. (아래 사진)



조 모렐리, 법의 이름으로 널 체포한다.
본명, 주세페 로모로. 1913년 8월18일, 알바노 태생.
절도, 무단침입, 사기전과에 무장 강도 및 도박전과도 있음.
7년 4개월의 형이 감형되었고, 1947년에 미국에서 불법
체류를 하다가, 매춘 조직에 결부되어 추방되었고,
쿼바디스 영화사에 장비조수로 채용되었으나 스탭들에게
밀수 담배와 마약을 밀매하다 해고를 당하였음.

언젠가 조 앞에서 촬영을 한 적이 있는 경찰 서장은
이런 말을 하면서 그를 체포 하고, 그 와중에서도
조는 베아타에게 어서 피하라고 소리를 지른다.
2년 후, 옥살이를 치룬 조가 창고 속에 처박혀 있던 자신의
트럭을 되찾으면서, 그 트럭 속에서 6개월이나 먹고 자던
어린 여자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 베아타를 찾아 나서는데,
이윽고 한 정신 병원에서 발견한 베아타.
그러나 조도 알아보지 못하고 횡설수설을 하고 있다.



“함께 있는 동안에는 몰랐었지만,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유일한 여자가 바로 너였다.“

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길을 떠나는 조의 모습 뒤로
그동안 그가 찍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연기하던 모습들이
오버랩 되는 엔딩 크레디츠에서 우리는 이 영화를 만든
주세페 토르나토레(Giuseppe Tornatore. 1956, 시실리)(아래 사진)
감독이 6년 전에 만들었던 그의 일생의 대작,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1989)’
마지막 장면(키스 씬 모음)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 속의 또 다른 영화라는 주제로 만든
그의 1990년대 중반의 이 작품은 아무래도
‘시네마 파라디소’ 같은 대단한 반응을 얻지는 못하였다.
오히려 이 영화 이후에 만든 작품,
‘피아니스트의 전설(1998)’ 이나 ‘말레나(Malena. 2000)’
보다도 반응이 시원치 않았었는데,
그건 ‘시네마 파라디소’와 같은 분위기를 억지로 비슷하게
가져 가려했던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본 듯하다.
(이 시대 배경과 또 이 시칠리아를 너무나 많은 영화들이
우려먹는 듯한 느낌이다.)
이 영화 역시 마지막에 TV앞으로 모여드는 (광장의)
군중들을 통해 영화의 황금시대가 마감되고 있음을
암시하였지만, 정작 줄거리의 핵심이 명확하지 않음도
이 영화의 큰 약점이 되었다.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1929-1989. 이태리)
감독과 동창의 단짝 친구로서 함께 성공(Win & Win)을 한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1928-2020. 이태리)
매우 의도적으로 토르나토레 감독을 밀어 주는듯하였다.
최근의 ‘말레나(Malena. 2000)’까지도
계속 공동 작업을 하였는데, 그러나 그들 최고의 명작인
‘시네마 파라디소’의 벽은 아직까지도 깨트리지 못하고 있다.
(아마 영원히 깨지기 힘들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서도 엔니오 모리꼬네는 한 곡의 메인 주제
(Theme)을 미리 만들어 놓고 여러 스타일의 변주를 통해
때로는 코믹하게(조가 사기 칠 때 등, 때로는 애절하게
(베아타와의 러브 씬 등) 음악연출을 하였는데,
‘시네마 파라디소’주제곡과 아주 유사한 이 OS가
그리 크게 어필한 것 같지는 않았다고 봤을 때,
모리꼬네 의 수많은 다작 작품들(약 550여 편)중에,
그저 평범한 한편의 작품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다만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냇 킹 콜(Nat King Cole. 1919-1965, 미국)
구수한 목소리로 잘 알려졌었던
‘스타더스트(Stardust)'라는 오래 된 명곡(아래 동영상)을
마치 주제가인양 여러 번 연주곡으로 등장시키는데,
그건 아마도 이곡의 제목 자체가 주는 상징성을 스타가 되기 위해
몰려드는 군중들과 대비시키려는 뜻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엔니오 모리꼬네의 메인 테마곡(Main Theme):






출세와 부가 보장된다면 모두가 속아 넘어가던 군중들.
그러나 그들은 진실했었다고 야바위꾼, 조는 나중에 회상을 한다.
시대가 바뀐 21세기 오늘날에도 스타가 되려는 수많은 사람들과
또 이 영화의 영어제목같이 이들을 키우려는
'스타메이커(The Starmaker)'
정말 문자 그대로 별들만큼이나 무수히 많이 존재하고 있다.
허나 분명한 것은 허영심을 버리지 않는 한 사람들은 언제나
이런 꾼들에게 쉽게 속아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니? 스타는 아무나 하나?



* 관련 동영상모음:








revised. Dec.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