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1980년대 중

남과여, 20년 후/ Un Homme Et Une Femme, 20 Ans Deja 리뷰 + 동영상 모음

김제건 2012. 3. 20. 20:14
남과여, 20년 후/ Un Homme Et Une Femme, 20 Ans Deja 리뷰 + 동영상 모음
1986년/각본+감독:Claude Lelouch 주연;Jean Louis Trintignant + Anouk Aimee
음악:Francis Lai/112분



사랑의 상처를 지닌 30대 중반의
'남(Un Homme)과 여(Une Femme)'.
우연히 만나, 정을 느끼고
다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 한다.
그러나 죽은 남편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는 여자는
(죄 의식과) 갈등을 느끼며 혼자서 기차를 타고
빠리로 그냥 돌아간다.
빠리의 기차역.
이 여자를 결코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한 남자는
어느새 달려와 그녀를 기다리고 있고,
마침내 둘이는 포옹을 하면서 영화,
남과여(Un Homme Et Une Femme, 1966)
그렇게 끝이 났었다.
해피 엔딩 ?



정말 그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빠리의 기차역에서의 그 포옹이 결혼으로 연결이 되어
함께 잘 살고 있을까?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남남으로 살고 있다.
꼬마 남자 애, 앙뚜완의 아빠,
장 루이(Jean Louis Trintignant, 1930, 남 프랑스)
아직도 카레이서의 생활을 하며 여전히 독신이고,
꼬마 여자 애, 후랑스와즈의 엄마,
안(Anouk Aimee, 1932, 프랑스 빠리)
그동안 영화 제작자와 결혼을 한 후 이혼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은 혼자서 여류 (영화)제작자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서로의 소식을 모르는 채
'남(Un Homme)과 여(Une Femme)'는 각각
지난 20년간 같은 빠리의 하늘밑에서 살아온 것이다.



계절은 전 편인 ‘남 과 여’ 와 같은 겨울,
또 다시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이 영화, ‘남 과 여, 20년 후’
승용차 경주 연습을 하는 장 루이의 현재 모습과
또 전쟁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안의 모습을 통해
각자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비쳐 주면서 시작을 한다.
이들의 모습은 둘 다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얼굴들이다.
특히 장 루이는 턱수염까지 길러 더욱 나이가 들어 보이며
얼굴의 주름도 상당히 깊게 패어있다 (위의 사진).
집까지 담보를 하여 70억 프랑이라는 거금을 투입하면서,
(커서) 배우가 된 딸, 후랑스와즈가 주연을 맡고
안이 직접 제작한 영화, ‘벌써 40년’이 개봉할 즈음,
공교롭게도 10년 전에 6명을 살인하고 그동안 정신병원에
있던 프랑소와 꼭달이라는 흉악범이 탈옥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뉴스거리가 된다.
이런 와중에서 영화는 흥행에 실패를 하게 되고
실의에 빠져있는 안에게 후랑스와즈는 연극 구경을 온
장 루이의 일행을 우연히 보았다고 말하는데,
문득 지난 과거를 회상한 그녀는 갑자기
장 루이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이들이 20년 만에 재회를 하는 레스토랑 시퀀스는
무려 10여분에 달한다.
그동안의 안부와 살아가는 이야기에서부터 20년 전의
둘만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까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는데,
“아쉬웠던 그날이 마치 5분전 같은데 벌써 20년이나 흘렀군요.”
라는 장 루이의 말에서 그동안 그녀를 무척이나 그리워했음을
짐작 할 수가 있다.
그러나 현재, 장 루이는 결혼한 아들, 앙뚜완의 처형,
마리 소피(Marie-Sophie L, 1963, 빠리)
(를루슈 감독의 당시 부인)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고,
또 그들은 곧 열릴 ‘파리-데카르 랠리’에 같이 출전을
하기로 이미 약속을 한 사이다.
후랑스와즈가 다시 주연을 맡아 우리가 1966년에 보았던
‘남 과 여’의 내용과 똑같은 뮤지컬 영화의 촬영
작업이 도빌에서 시작이 되는데, 이와 함께
‘남 과 여(1966)’ 의 오리지널 명장면들도 다시 보여 진다.
그리고 둘만의 추억의 장소인 도빌로 촬영 구경을 간 장 루이는
안에게 다시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둘은 20년 전의 그 바닷가
호텔에서 또 다른 정사를 나누게 된다. (아래 사진)



그런데 이번에는 장 루이가 어색하게 서두르면서,
호텔을 먼저 빠져 나오고,
(‘남 과 여’ 전작과는 반대로 이번에는 안이 적극적이다.)
장면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랠리 경주 장면으로 바뀐다.
울면서 운전을 하는 마리 소피,
그녀는 결코 장 루이를 안에게 뺏길 수 없다고 격하게 말한다.
그리고는 비행장으로 자길 데려다 달라는 거짓말을 하고서는
사막 한 가운데에서 전화와 자동차를 모두 고장 나게 한 후,
함께 동반 자살을 시도한다. (아래 사진)
실종 5일째, TV뉴스를 본 안은 안절부절이고,
헬기까지 동원된 현지 수색도 이젠 효과가 없다.
이미 먹을 물도 다 떨어진 마리 소피 와 장 루이,
그러나 아사 일보 직전에서 그들은 낙타를 탄
현지 주민들에게 구조가 되고, 이후, 빠리로 돌아온
장 루이는 도빌에서 촬영 작업 중인 안에게 곧장 달려간다.



세느 강에서 벌어지는 스피드보트 경주에 참가한 앙뚜완을
응원하는 장 루이와 안 그리고 후랑스와즈.
죽는 날까지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약속을 한다.
이날의 결합을 위해서 그동안 20년을 기다려 왔는가 반문하는
'남(Un Homme)과 여(Une Femme)'
영화는 이렇게 이번에는 확실한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1966년의 ‘남 과 여’를 보고나서 남은 왠지 모를 아쉬움.
그러면 이 영화를 보고나서 이제 그 아쉬움은 다 사라졌을까?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말처럼 아쉽게도 이 영화에서는
전편에서 느꼈던 신선함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장 루이와 안 그리고 두 자녀를 집중적으로 다룬 전편의
줄거리에 비해 이 속편은 너무 복잡하고 산만하다.
우선 이 두 사람의 재결합과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이 등장을 하는데,
영화 속에서의 영화 촬영장면이 많은 거야 그렇다고 치고,
탈옥수, 프랑소와 꼭달과 그의 의사, 닥터 떼브낭의
길고 긴 스릴러 타입의 이야기는 이 영화에 왜 필요한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냥 간단히 장 루이와 안 그리고 마리 소피와의
삼각관계만 묘사했어도 충분 하였을텐데....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영화의 첫 장면에,
작가 없이 짧은 시간에 기적같이 만든 영화 라고
큰 자막으로도 썼지만,
클로드 를루슈(Claude Lelouch. 1937, 프랑스 빠리) 감독의
즉흥적인 창작 기질이 참으로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가 있다,
전편, ‘남 과 여’도 촬영도중에 수시로 줄거리를 즉흥 창작하고
수정하면서 만들었듯이,
이 속편 역시도 마찬가지의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제약 없이 마음껏 표현해 보자는 작가주의적인 정신이
아주 강한 그로서는 이 두 사람 외에도 가급적 많은 이야기들을
담으려 한 것 같은데,
원래 이 속편의 계획은 애당초 없었다고는 하지만, 차라리
다들 좀 더 젊었을 때인 1970년대에 제대로 된 기획을 하여
비포 선셋(Before Sunset. 2004) 같은
스타일로 속편을 만들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1977년의 ‘남 과 여 2’라는 를루슈의 또 다른 작품은 한글 제목만
그럴듯하였지, 실상, 1966년의 ‘남 과 여’ 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1966년의 ‘남 과 여’
클로드 를루슈(Claude Lelouch. 1937, 프랑스 빠리) 감독과
후랑시스 레이(1932-2018. 프랑스 니스),
그리고 장 루이 뜨렝띠냥(Jean Louis Trintignant.1930, 남 프랑스)
모두에게 다 출세작 이었다
[아눅 에메(Anouk Aimee)는 당시에 이미 스타급 여배우였었다].
그리고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를루슈 감독은 로맨스 드라마의 새로운 트렌드와
패러다임으로 이미 프랑스 영화계의 거장이 되었고,
요즈음도 일 년에 한 편 꼴로 창작 활동을 계속 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보여주었던 예리한 감은
많이 무뎌진 듯하다.
후랑시스 레이 역시도 ‘후렌치 무드 팝’의 대명사로서
세계적인 작곡가로 발돋움을 하였는데, 1966년의
성공이후 100편이 넘는 영화 음악에 관여를 하였다.
그는 이 ‘남 과 여, 20년 후’ 에서도
전편에 사용하였던 OS의 사랑의 테마(Love Theme)를 그대로
사용하였는데 다만 시대에 맞게끔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편곡을 새로이 한 것이 달라진 점이다.



배우이기도한 니콜 크로와지(Nicole Croisille. 1936. 프랑스 쎄느)
목소리로 “바다바다다”가 반복해 들어가는 스켓(허밍)
창법의 그 유명한 사랑의 테마(Love Theme)
전자악기를 이용하여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었는데,
휘파람소리 비슷한 신서사이저(Synthesizer)의 신비스러운
사운드가 무척 이색적이고, 이곡은 첫 타이틀 장면을
비롯해 여러 장면에서 역시 반복되어 흐른다.



전편에서, 장 루이와 안이 도빌의 호텔에서 정사를 나눈 후
(헤어지는 장면에서),
삐에르 바루(Pierre Barouh)와 니콜 크로와지
이중창으로 불렀던
‘Love Is Stronger (Far) Than We(Plus Fort Que Nous)’
라는 곡도 후랑스와즈가 주연을 맡은 뮤지컬 영화의 촬영 때,
그녀의 노래로 다시 한 번 길게 들을 수가 있다.



첫 장면의 카 레이스 씬과 마지막의 스피드 보트 경주 씬에서는
전편과 거의 똑 같은 오리지널 스코어(OS)의 연주음악을
들을 수 가 있는데,
모노(Mono)에서 돌비(Dolby) 시스템으로 바뀌어 진 전체 음향은
훨씬 생동감이 넘쳐 난다.
특히 사하라 사막의 랠리 장면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아프리카
타악기 연주는 매우 음질이 뛰어나다.



클로드 를루슈(위의 사진 맨 우측)의 천재성에 대하여
누굴 모방한다느니 한때 말들이 많았었다.
그러나 지금 와 다시 생각하면
그는 확실히 탁월한 영화인임에는 틀림이 없다.
요즈음이야 ‘감성 멜로’라는 게 흔해 빠진 시대이지만,
그 감성적이라는 영화의 유행이 누구에게서 비롯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될 일이다.
그리고 이 작품도 너무 많을 걸 보여 주려 하다 보니,
좀 산만 해졌을 뿐, ‘남 과 여’를 사랑한
영화 팬들이라면 한 번 쯤은 꼭 봐두어야 할 작품이다.
다시 나오는 전편의 명장면들로 인해서
20년 전의 추억도 되살릴 수가 있어 더욱 좋다.
클로드 를루슈가 1966년의 남과 여 의 센세이셔널 한 대성공을
거둔 이후에 후속 작으로 발표한 1967년 작인,
Vivre Pour Vivre (파리의 정사) 를 비롯하여
를루슈의 대부분의 작품이 그러하듯이 현재 그의 작품들을
DVD로 소장하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
최근에 And Now... Ladies And Gentlemen (2002)
오랜만에 국내에서 출시가 되었지만,
프랑스 본토의 PAL방식이 아닌 NTSC 방식의 나라들,
즉, 미국, 일본, 한국에서는 이 를루슈의 작품들이 이미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을 한 모양이어서 더욱 아쉬움을 준다.

(* 다행스럽게 2005년에 이 영화의 DVD가 한국에서도 출시되었다.)



* 관련 동영상 모음:








revised. Jan.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