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건의 음악단상

영화관의 추억 - 1970&80년대

김제건 2012. 3. 1. 17:15

영화관의 추억 – 1970&80년대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레코드회사에 취직이 되면서
약 3년 동안 출근을 하던 중구 인현동 사무실 근처에는
충무로도 물론 가까웠었지만,
‘스카라 극장‘’명보 극장‘
그리고 ‘국도 극장‘ 도 가까이 있었는데,
퇴근 후 동료들과 술 마시느라고 바빠서 그랬는지
당시에 그 동네에서 영화를 본 기억은 별로 없지만
대신 1974년, 한국 영화계에 흥행 신기록을 수립하던
화제작, ‘별들의 고향’을 보기 위해서
극장 옆 골목으로 이어진 몇 백 미터의 줄 끝에 섰던
기억은 나는군요.
그리고 정작 이직을 하고나서 한참 후에 ‘명보 극장’에서 본
‘캣 피플(Cat People. 1982)‘
여자 주인공, 나스타샤 킨스키(Nastassja Kinski)의
청순미는 아직도 기억에 또렷하답니다.
‘스타 워스(Star Wars)’를 개봉하던
’피카디리 극장‘에는 결혼 후에
가족을 위한 봉사를 한답시고 큰 애를 안고 가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The Empire Strikes Back. 1980)’등을
보기도 했었는데, 큰 애는 오히려 ‘대한 극장’에서 본
‘백야(White Nights. 1985)‘를 더 잘 기억하고 있더군요.



1980년대 초,
미 8군의 주요 PX에 AV제품을 납품하면서,
최신 영화들을 보러 기지안의 극장에도 갔었는데,
그 당시의 영어실력이면 80%이상은 이해를 하리라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정작 50-60% 밖에 알아듣지 못하던
영화 대사에 무척이나 실망을 하고, 이후
영화 비디오테잎을 여러 번 리와인드(RW)해가면서,
더욱 더 영어 공부에 분발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 시절 이전서부터 열을 올리고 공부하던
이 영어가 나의 인생 진로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주었음은
너무나 분명한데, 중 고등학생 시절에 즐겨듣던
동아 방송(DBS) 라디오의 ‘스크린 영어’ 라는
프로그램에서도 그랬지만,
영화 대사들을 통해서 배운, ‘살아있는 영어‘야 말로
아직도 많은 장면들과 함께 생생합니다.
저는 지금도 영화나 미드를 통해 영어공부를 하라고
추천을 하는 편이죠.
시대가 변해가면서
이제 영화관의 모습들도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대한 극장‘같이 스크린의 좌우 폭이 50미터는 넘는 듯하여
70mm 대작들을 보기에 너무나 좋았던
대형 스크린들은 다 사라지고,
이제 올망졸망한 작은 스크린들이 한 빌딩에 여러 개가
있는 복합 상영관(Multiplex)만이 존재하는 듯한데,
강남 역 근처에 있는 그런 극장들에서 본
‘반지의 제왕‘시리즈나 ‘우주 전쟁‘등이
최근의 ‘영화관의 추억‘이 되는군요.



세상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우린 지금, 우리가 어린 시절에 상상하던
그 이상으로 잘 살고 있죠.
4K급 화질의 UHD프로젝터와 120인치 스크린을
천장에다 매달고, 8개의 스피커를 놓아,
아파트 거실에다 홈 씨에터를 꾸민 후,
DVD로 다시 본 ‘셰인‘ 같은
옛 영화들은 그러나 1950년대 부산의 그 시절이
주었던 설레임과 감흥을 다시 가져다주진 않았습니다.
‘오케이목장의 결투’도, ‘대 모험’도, 그리고
‘맥켄나의 황금’까지도 다 마찬가지였죠.
왜 그럴까요?
케이블 유료 영화채널이나 근래엔 Netflex를 통해
일 년에 평균 약 200편 이상의 영화를 보기 시작한지도
어느새 20년은 넘은 것 같습니다.
이러다 보니 바람직한 현상은 물론 아니지만
영화관과는 자연히 거리가 더 멀어지는 듯한데,
그런데 이렇게 집에서 본 영화들의 제목은
너무 빨리 잊어 먹어서 몇 달만 지나면 본 영화인지,
안 본 영화인지 쉽게 구별이 되지 않는 단점이 있더군요.
이 역시도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들 중의
하나가 될까요?



내가 아끼고 즐겨 찾았던 인터넷 사이트,
‘마이 디브디 리스트(My DVD List)
홈페이지에는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DVD뿐만 아니라
자기가 평생 본 영화들도 정리를 하게끔
‘마이무비’ 라는 카테고리도 있어서,
시간이 날 때 마다 조금씩 평생에 본 영화들의 평점도
스스로 매겨 가면서 리스트 업을 했었는데
3,000개 정도도 다 채우질 못하였습니다.
도대체 내가 평생에 본 영화들은 전부 몇 개나 될까요?
최소한 오륙천 편은 넘지 않을까 싶은데
막상 정리를 하려니 제목들이 생각나지 않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어쨌든 5,000편이상의 영화를 그 ‘마이무비’
올릴 예정이었는데 그만 사이트가 폐쇄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살면서 이렇게 저렇게 볼 영화들이 꽤 많을 텐데
이젠 정리하기가 힘들게 생겨서 상당히 아쉽습니다.

“영화관의 추억-2“에서 이어짐. Jay. June.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