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건의 음악단상

사랑에 관한 단상 – 찔레꽃

김제건 2014. 10. 28. 10:42

사랑에 관한 단상 – 찔레꽃





토크 쇼에 나온 주인공들이 어쩌다
어머니, 또는 엄마이야기가 화제로 나 올 경우에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보는 시청자들도 마음이 울컥해지고 짠해집니다.
우리는 왜?
어머니, 또는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나오는 걸까요?



엄마 일 가는 길엔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엄마 엄마 나 죽거던 앞산에 묻지 말고
뒷산에도 묻지 말고 양지 좋은 곳 묻어 주.
비 오면 덮어주고 눈 오면 쓸어 주.
내 친구가 나 찾으면 엄마 엄마 울지 마.
논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 기럭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 가도 끝도 없는 넓은 하늘을
엄마 엄마 찾으며 날아갑니다.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시골집 뒷산길이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새 색시 시집가네.“로 알려진 이연실이 부른 이곡은
”엄마 엄마“란 또 다른 제목도 붙었지만,
곡 중간에 “클레멘타인”의 멜로디에 “나 죽거든...”
운운하는 유언 같은 가사를 넣어 붙여 더욱 더
슬픈 느낌을 줍니다.
붙여 넣은 그 곡이 아니더라도
찔레꽃 자체로도 슬픈데 말이죠.



왕년의 가수, 백난아가 부른 1942년에 만들었다는
동명 제목의 가요에서도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이라고 찔레꽃이 등장하지만,
이 꽃은 5-6월에 흰색과 붉은(분홍) 색으로 피어나
전국의 산과 들의 기슭과 계곡에서 야생화로
흔히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귀하지 않은 이런 점이 곁에 영원히 같이
있을 줄만 알았던, 그리고 있을 땐 귀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엄마의 사랑으로 비유된 걸까요?
그러나 모든 꽃들이 그러하듯이
찔레꽃도 때가 되면 지기 마련이고,
모든 엄마들이 그러하듯
곁에 없어야만 그 귀함을 알게 마련일까요?
그래서 이 찔레꽃의 꽃말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있다면 그리움이 아닐 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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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 Oct.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