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1970년대 상

빗속의 방문객 / Le Passager De La Pluie 리뷰 + 동영상 모음

김제건 2012. 2. 6. 14:23
빗속의 방문객 / Le Passager De La Pluie 리뷰 + 동영상 모음
1970년/감독: Rene Clement /주연: Charles Bronson + Marlene Jobert
음악: Francis Lai / 120분.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소멸될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들의 전성기와 비교하기는 무리겠지만,
할리우드에 버금갈 정도로 영화를 잘 만들던
프랑스 영화계의 전성기를 말하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이 작품이 태어난 1960년대와 1970년대를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굳이 뤼미에르(Lumiere) 형제의 (영화의 초기)시대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 유명한 시인,
장 콕도(Jean Cocteau, 1889-1963)까지도
감독을 직접 하면서, 1930년대부터 그들의 영화계가
발전(아방가르드 운동 등)을 거듭한 이래,
장 르누아르(Jean Renoir, 1894-1979),
로베르 브레송(Robert Bresson, 1901-1999),
장 비고(Jean Vigo, 1905-1934),
앙리 조르주 끌루조(Henri Georges Clouzot, 1907-1977),
르네 끌레망(Rene Clement, 1913-1996),
장 삐에르 멜빌(Jean Pierre Melville, 1917-1973),
앙리 베르뉴(Henri Verneuil, 1920-2002),
끌로드 소떼(Claude Sautet, 1924-2000),
장 뤽 고다르(Jean Luc Godard, 1930-),
후랑수와 트뤼포(Francois Truffaut, 1932-1984),
자크 드미(Jacques Demy, 1931-1990),
끌로드 를르슈(Claude Lelouch, 1937-) 등등이
쌓아올렸던 금자탑은 참으로 눈이 부셨다.



거기다 그 시절의 프랑스 배우들은 또 어떠하였나?
모리스 슈발리에(Marice Chevalier, 1888-1972),
샤를 보와이에(Charles Boyer, 1897-1978),
장 가방(Jean Gabin, 1904-1976),
장 마레(Jean Marais, 1913-1998),
루이 드 퓌네(Louis De Funes, 1914-1983),
앙드레 부르빌(Andre Bourvil, 1917-1970),
리노 벤튜라(Lino Ventura, 1919-1987, 이태리),
이브 몽땅(Yves Montand, 1921-1991),
시몬느 시뇨레(Simone Signoret, 1921-1985 독일),
잔느 모로(Jeanne Moreau, 1928-),
샤를 아즈나부르(Charles Aznavour, 1924-),
모리스 로네(Maurice Ronet, 1927-1983),
아니 지랄도(Annie Girardot, 1931),
아눅 에메(Anouk Aimee, 1932),
브리짓 바르도(Brigitte Bardot, 1934-),
알랑 드롱(Alain Delon, 1935-),
장 뽈 벨몽도(Jean-Paul Belmondo, 1933-),
안나 카리나(Anna Karina, 1940- , 덴마크),
까뜨린느 드뇌브(Catherine Deneve, 1943),
제라르 드빠르듀(Gerald Depardiue, 1948) 등등
모두가 다 1960-70년대의 월드 스타가 될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었다.



그리고, 오슨 웰스(Orson Welles, 1915-1985),
잉그리드 버그만(Inglid Bergman, 1915-1982),
커크 더글러스(Kirk Douglas, 1916),
글렌 포드(Glenn Ford, 1916- 2006),
윌리엄 홀든(William Holden, 1918-1981),
앤소니 퍼킨스(Anthony Perkins, 1932-1992) 등과
같은 할리우드의 인기 탑 스타들은 물론이고,
캔디스 버겐(Candice Bergen, 1946)같은 (당시)신인들도
이미 프랑스 영화에 출연을 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마초 맨(Macho Man),
찰스 브론슨(Charles Bronson, 1921-2003)
당시의 신혼 상태였던 부인(두 번 째: 1968-1990),
질 아일랜드(Jill Ireland, 1936-1990)와 함께
출연을 하면서 프랑스 영화치곤 우선 캐스팅 면에서부터
상당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브론슨은 프랑스 최고의 탑 스타,
알랑 드롱(Alain Delon, 1935-)과 함께 일 년 전에
‘아듀 라미(Adieu L' Ami, 1968)’에서
한판의 연기 대결을 이미 펼친 적도 있었지만,
그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남성 제 1주인공으로서
그의 새로운 멋과 개성이 철철 넘쳐나고 있다.



종일 비가 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의 어느 조용한 바닷가 마을.
낡은 버스에서 레인코트의 깃을 세우고 붉은색 손가방을 든
한 사내가 내리고, (맨 위의 타이틀 사진과 아래 동영상)
친정어머니가 운영하는 볼링장의 창을 통해
이를 물끄러미 내다보던 (아래 사진)
멜리(Melancolie ‘Mellie’ Mau - Marlene Jobert, 1940, 프랑스)
그날 오후 스타킹을 얼굴에 뒤집어 쓴 채 집안으로 침입한
그 사내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되고,
정신을 차린 잠시 후 어쩌다 사냥총으로 그를 살해하게 된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
바닷가 절벽에서 홀로 시체를 밀어 유기한 후,
떨리는 가슴으로 출장에서 돌아온 비행기항법사인 남편을
대하는데, 사소한 일에도 짜증만 내는 보수적인 남편,
토니(Tony Mau-Gabriele Tinti, 1932, 이태리)
멜리에게 약간의 현금을 집어준 후 또 다시
해외출장을 떠나버리고 만다.
그리고 얼마 후,
해리(Harry Dobbs – Charles Bronson, 1921-2003)라는
정체불명의 또 다른 방문객이 나타나면서
멜리의 공포는 더욱 더 커져만 간다.
마치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죽은 그 사내의 행방과 또 그가 들고 있던
(TWA 항공사 로고가 새겨진) 붉은 색 손가방을
물어보면서 괴롭히기 시작하는데......
남편이 없는 집에 들어와 독한 술까지 강제로 먹이면서
다그치기도 하고, 때론 구슬리기도하면서 여러 형태로
멜리를 압박하며 심리전을 펼치는 노련한 해리 앞에,
그러나 아무것도 모른다고 딱 잡아떼며 부인하는 멜리는
마치 늑대 앞에 서있는 새끼 양처럼 연약하게만 보인다.
(위의 사진)
그리고 빠리로 까지 이어지는 이 두 사람의 심리전은
결국 해리의 신분이 미군 대령 수사관으로 밝혀진 후,
해리가 빠리의 갱들의 소굴로부터 멜리를 구출해내면서
점차 반전되기 시작한다.





결코 미인 형의 여배우라고는 할 수가 없겠고,
오히려 미소년의 얼굴에 더 가까운 트위기(Twiggy)나
미아 휄로우(Mia Fallow), 또는 골디 혼(Goldie Hawn)과
비슷한 이미지의 여주인공,
말렌느 조베르(Marlene Jobert, 1940, 프랑스)(위의 사진)는
이 작품에서 눈 밑의 주근깨까지도 다 예뻐 보일 정도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니꼴 부띠끄를 운영하는 바비 인형같은 금발의 섹시한 자태의
질 아일랜드(Jill Ireland, 1936-1990)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었지만,
‘샤레이드’(Charade, 1963)
‘어두워 질 때까지’(Wait Until The Dark, 1967)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 1929-1993, 벨지움)
연상시키는 (공포속의) 그 가련한 이미지는
뭇 남성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작품에서는 찰스 브론슨의
그 능글능글한 완숙미의 원 맨 쇼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그의 새로운 매력이 스크린을 꽉 채운다.
‘아듀 라미’ 때부터 새로이 선을 보인 콧수염에다,
할리우드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았던 흰 드레스셔츠의 말끔한
정장 차림은 마치 새 배우를 보는 듯하였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작품은 브론슨에게 ‘아파치(Apache, 1954)‘,
‘베라 크루즈(Vera Cruz, 1954)’같은 오래전의 시절서부터
또 일 년 전에 출연하였던 ‘판초 빌라(Villa Rides, 1968)’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968)‘ 같은
할리우드 서부영화에서의 조연이나 또는 제 2-3의 주인공을
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위상의 변화를 가져다주었고,
‘아듀 라미’ 나 이 작품 같은 프랑스 영화의 출연이
계기가 되면서, 이후 그는 대기만성 형(당시 48세)의
탑 스타로서 최전성기를 맞게 된다.



1952년에 발표한 ‘금지된 장난 (Jeux Interdits)‘ 으로
프랑스를 넘어 이미 세계적인 스타급 감독이 되어 있던,
르네 끌레망(Rene Clement. 1913-1996, 프랑스)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 1960)를 통해
이미 ‘낭만이 가득한’ 스릴러를 선보인 적이 있었지만,
이 작품 역시도 도처 도처에 교묘하게 낭만을 감춰놓았다.
눈을 감거나 뒤로 던져도 항상 정확한 목표를 맞출 수 있는
호두까기의 대가, 해리가 마지막 장면에서는 창틀이 아닌
유리를 깨는 장면도 그래서 재미난 해석을 낳았지만,
특히 (줄거리 전개에 매우 중요한) 여러 소품들을 이용한
끌레망 다운 치밀한 연출이 일품이다.
이렇게 해리가 즐겨먹던 호두에서부터 요일을 알려주며
시종일관 긴박감을 표현하던 고풍스런 벽시계의 추,
또 문제의 붉은 색 손가방과 사체의 손에서 나온
멜리 옷의 작은 단추 등등,
또한, 멜리에게는 시종일관 속옷에서부터 레인코트와
모자까지도 전부 흰색으로만 입히면서,
무언의 상징도 보여주었지만, 특히 터프 가이, 브론슨의
이미지를 또 다르게 창조해낸 점은 높이 살만 하였다.
그는 이 작품으로 1971년, 골든 글로브 상의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도 수상하였는데,
이번에 할리우드 배우로 재미를 보아서 그런지,
차기작인 ‘빠리는 안개에 젖어(1971)’에도
훼이 더나웨이(Faye Dunaway, 1941)를 기용하면서
당시 프랑스의 최고 감독으로서의 명성을 계속 이어간다.



20대에 빠리로 홀로 상경하여
끌로드 를루슈(1937, 프랑스 파리)를 만난 이후,
‘남과여(Un Homme Et Une Femme. 1966)’
통하여 를루슈와 함께 놀라운 감성적 재능을 선보이며
프랑스 문화계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킨
후랑시스 레이(Francis Lai, 1932, 프랑스 니스)
이 작품에서도 무척이나 신선하고 인상적인
오리지널 스코어(OS)를 선보였다.
그는 이 영화의 OS에 두 개의 테마(Theme)곡을 큰 축으로 하면서
끌레망이 추구하는 낭만적인 서스펜스 분위기를 잘 살려주었다.
메인 테마(Theme)이자 제1의 주제곡은
비가 나리는 첫 장면에서부터 기타의 선율로 잔잔히 슬프게
들려오다 서서히 전자 올갠과 선율이 합쳐지는 곡으로서
원래 이름이 멜랑꼴리(Melancolie)이기도 한 여주인공,
멜리가 느끼는 외로움이나 우수를 멜랑꼴리의 분위기로
잘 전달하며 전편을 통해 여러 번 반복이 된다.
‘멜리의 테마(Melie‘s Theme)’라고도 불리는 이곡은
세브린느(Severine)의 노래로 엔딩 크레디츠를 장식하기도 한다.





제2의 테마(Theme)곡은
멜리가 참석을 한 어느 결혼식의 피로연에서 들려오는
월츠 곡으로서, 바로 해리가 멜리에게 처음 접근을 하는
장면에서 등장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에 광고음악으로 사용이 되면서
메인 테마(Theme)곡보다도 오히려 대중적으로
더욱 잘 알려지기도 하였다.
‘La Valse Du Mariage‘ 란 제목의 이 제2의 테마(Theme)곡
마지막 일부분은 편곡을 통하여 때론 긴장된 분위기를
잘 묘사하기도 하였는데,
멜리가 어린 시절의 불행하였던 일을
회상하는 장면마다 이곡이 배경음악으로 들려온다.
이 분위기는 이태리의 니노 로타(Nino Rota)에게도
영향을 준 듯, 그 유명한 ‘대부(The Godfather, 1972)’에서의
결혼식 시퀀스 월츠 음악에 까지 이어지는 듯하였다.
레이는 이 영화의 음악을 만들자마자,
이어 할리우드로 무대를 옮겨 작업에 착수한
‘러브스토리(Love Story, 1970)‘
대망의 아카데미상을 처음 수상하게 되었다.

* 제 1의 테마(Theme)곡.


* 제 2의 테마(Theme)곡.




현대의 대중 경제에 결코 좋을 리가 없는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이나
‘양극화(Polarization)’ 현상이 오늘날 전 세계 영화계에서도
크나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모두 다 같이 잘 살아보자는 세계화 현상의 대표적인 단점인
셈인데, 막강한 자본력의 할리우드 영화들에 치인 제 3국들의
작품들은 이제, 시간이 가면서 점점 더 그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는 것이다.
1,000만 관객이 드는 한편의 작품보다도 100만 관객이 드는
10편의 작품들이 연이어 나오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우리나라의 영화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큰 고민이지만,
한 시절, 이렇게 세계를 풍미하였던 프랑스 영화계도
같은 고민에 휩싸여 있는 것이 오늘 날의 현실이다 보니,
자연히 이렇게 할리우드의 스타들이 제 발로 찾아와
출연을 하였던 1960-70년대가 그리워 질 수밖에 없겠다.
우리나라 영화계에 바라는 바도 마찬가지이겠고,
또 비록 큰 별과 영웅이 없다는 21세기 오늘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부디, 할리우드에 기죽지 않고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랄뿐인데,
우리나라의 '왕의 남자(2005)‘
또는 프랑스의 '라 비 앙 로즈(La Mome, 2007)‘ 같은
작품들이 훌륭한 이정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



* 관련 동영상 모음:











Jay. 218번째 영화리뷰. Nov.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