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1960년대 중

희랍인 조르바/ Zorba The Greek(Alexis Zorbas) 리뷰+ 동영상 모음

김제건 2012. 1. 31. 17:23
희랍인 조르바/ Zorba The Greek(Alexis Zorbas) 리뷰 + 동영상 모음
1964년/제작+각본+감독: Michael Cacoyannis/주연: Anthony Quinn(공동제작)
+ Alan Bates/음악: Mikis Theodorakis/142분, 흑백.



난세에 명장은 자기를 알아주는 군주 한명을 위해서
목숨까지도 바친다는 중국의 오래된 옛말도 있지만,
멕시코 출신의 이 배우,
앤소니 퀸(Anthony Quinn. 1915-2001, 멕시코. 치후아후아)
경우, 아이러니컬하게도 할리우드가 아니라 정작
유럽에서 출세작들이 연이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역시 당시에 세계 영화계를 빛냈던 재능 있는
인물들 (또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주던)이 유럽에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도 된다.
1954년의 명작, 길 (La Strada) 을 함께 고생하며 만든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감독이
한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퀸 같이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는 정말로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콰시모토(Notre Damn De Paris, 1956)‘같이
흉물스러운 역부터 세계 최대의 재벌
(The Greek Tycoon, 1978)역까지,
어느 역할이던 맡기만 하면 척척 어울렸던
변신의 천재, 앤소니 퀸에게 있어서 이 작품에서의
그리스인 조르바(Zorba)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참으로 위대한 역할이었다.



그리스가 낳은
위대한 시인이며 소설가였으며 또한 철학가였던
니코스 카잔차키스
(Nikos Kazantzakis. 1883-1957, 그리스 크레타)

1942년에 ‘알렉시스 조르바스(Alexis Zorbas)’라는
소설을 발표하여 전 세계 문단에 참으로
신선한 충격을 던졌었다.
이후 1945년에서 1948년까지 그리스의 내무부장관을
역임하면서 사회적인 출세도 하였으나,
1948년의 ‘The Greek Passion’,
1950년의 ‘Freedom Or Death’, 그리고
1951년의 ‘The Last Temptation Of Christ’ 같은
(1988년에 마틴 스콜세지가 영화화하여 큰 문제를
일으킴 – 지금까지 카잔차키스의 총 6편의 소설이
TV극을 포함하여 영화화 됨)

종교적인 색채가 아주 강한 소설들을 쓰기 시작하여
문단뿐만 아니라 종교계에도 크나 큰 물의를 일으켰고,
그리스 정교회를 비롯한 전 세계 기독교계의 강한 지탄을
받았으며, 아직도 몇 권의 소설은 (그들의) 금지도서
목록에 여전히 올라있다고 한다.



여하튼 이렇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살다간
문인 카잔차키스의 자전적인 인생 경험이 일부 담겨있다는
이 소설의 무대는 그의 고향인 크레타(Crete)섬이다.
그 섬에 살던 이 소설의 주인공 조르바를 가르켜,
“지금은 비록 돌아가셨지만, 나의 인생과 영혼에 길잡이로서,
큰 자취를 남긴 사람인 그는 비록 (문명) 문화인이 세워놓은
도덕적인 규범과 종교 등의 (인위적인) 울타리를 무시하고,
또 쉽게 부셔버린 자이긴 하지만,
항상 인생을 정열적으로 사랑하되, 결코 죽음을 두려워말고
살라고 내게 내내 가르쳐 주었다“
라고 한
1940년대 말의 회상은
‘조르바(Zorba The Greek)‘란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이
과연 어떤 사람이었나를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자 그럼, 1954년에 시나리오 작가로서 또 감독으로서
동시에 그리스 영화계에 데뷔한 후, 10년째의 경력이 있던
미켈 카코야니스(Michael Cacoyannis. 1922, 싸이프러스)
이미 30년의 영화계 경력을 자랑하며 명예와 부를
걸머지고 있던 세계적인 거장, 앤소니 퀸과 공동으로
제작을 한 이 영화는 ‘희랍인 조르바(Zorba The Greek)’
과연 어떻게 묘사했는지(각본도 역시 카코야니스 감독)
한번 살펴보자.



새로운 인생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 젊은 영국인 작가,
베이질(Basil-Alan Bates, 1934-2003 영국)
유산으로 상속받은 (갈탄) 광산이 있는
그리스의 크레타 섬을 방문한다.
그리고 비가 쏟아지는 부둣가(첫 장면)에서 술주정꾼 같이
보이지만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아 보이는 중년의 희랍인,
알렉시스 조르바
(Alexis Zorbas-Anthony Quinn, 1915-2001, 멕시코)

만나게 되고, 넉살좋은 그를 즉석에서 고용하게 된다.
그러나 근엄한 영국식 (문명)교육을 받은 소심한 베이질에게
(시간이 가면서 본색을 드러내며, 자유를 추구하는 도를 넘어)
너무나 자유분방하고 제멋대로 세상을 사는 듯 한 조르바의
무분별한 말과 행동은 참으로 아슬아슬하게 보이고
또 거칠기 짝이 없다.
심지어 자재 사러 읍내에 간다고 하고선 며칠째
술과 여자에 빠져 아무런 소식조차 없는 경우도 있으니,
(시간관념이 분명한) 영국식 교육을 받은 베이질 같은
문명인의 관점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가 쉽지 않은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혼자 자는 여자를 그냥 내버려두는 것은 모든 남자의
큰 수치(If A Woman Sleeps Alone, It Puts A Shame
on All Man)“
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조르바.
프랑스에서 홀로 건너와 읍내에서 여인숙을 하는
어느 '여인’
(Madame Hortense-Lila Kedrova, 1918-2000, 러시아)

가까워지기도 하면서,
또 베이질에게도 읍내에서 혼자 사는 이름 모를
어느 ‘미망인’(Irene Papas, 1926, 그리스)(위의 사진)과
사귀어 보라고 권하기도 하는데,
섬의 황량한 곳에서 어느새 외로워진 그도 차츰
마음이 쏠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동네주민들이 이 미망인에게 가한 집단 린치에서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은 베이질.
[위의 사진- 돌로 여인을 치는 신약의 성경구절에서 인용하였다
고 하는데, 우리는 여기서 카잔차키스가 ‘예수의 마지막 유혹(1951)‘
같은 소설을 어느 날 갑자기 쓴 것이 아님을 알 수가 있다.]

이후, 조르바를 통하여 자유란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또 이렇게 사는 인생도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라는
깨달음 속에서 자신도 차츰 (자유추구 쪽으로)
라이프 스타일과 사상을 바꾸게 된다.
그래서 가진 재산 모두를 투자하여 설치한
광산의 케이블 리프터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려버린 그 절망적인 순간에도 바닷가에서
‘하사피코(Hasapico 또는 Hasaposerviko)’ 라는
(터키에서 시작이 되었으나,
집시들에 의해 유럽 전역으로 퍼진 춤의 한 형태)
고대 적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춤을 추는 조르바에게
나도 그 춤을 배워서 함께 추고 싶다고 말하게 된다.
(앤소니 퀸은 이춤을 배우다 발목을 다쳐 한동안 못 걸었음)
그리고 둘이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 하사피코 춤의
일종인 ‘시르타키(Syrtaki)‘의 리듬에 맞춰 함께 자유롭게 춤을 춘다.
(그가 바라던 자유는 바로 이 춤이라는 행동에서 실현되었다고
작가는 말했다. 아래 사진 + 동영상]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폐막식에서도 들을 수 있었던
이 그리스의 전통음악 (‘Old Rebetika Song’)을
절묘하게 잘 인용한 이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OS)는
1960년의 일요일은 참으세요(Never on Sunday)
음악으로 미국의 아카데미상까지 수상한 유명한
마노스 하디다키스(Manos Hadjidakis. 1925-1994, 그리스)
단짝이면서, 또 그와 함께 그리스 음악계의 쌍벽을 이루어 오다,
페드라 (Phaedra. 1962)의 영화 음악(OS)으로
전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미키스 데아도라키스(Mikis Theodorakis. 1925, 그리스)
맡았다.
(그의 자세한 설명은 1962년의 페드라 (Phaedra) 의 리뷰 참조)
특히 두 영화 모두에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멜리나 메르꾸리(Melina Mercouri)가 부른
일요일은 참으세요(Never on Sunday)
주제곡에서도 등장을 한바 있는 그리스의 전통 민속악기,
‘부주키’(Bouzouki)의 독창적이고 특이한
연주의 이 메인 테마(Theme)곡
이 영화의 영원한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끝 장면,
‘조르바의 춤(Zorba's Dance. 위의 동영상)’에서
큰 기둥 역할을 하여,
이 영화가 성공한 3대 요인 (원작, 연기, 음악) 중의
하나로 아직까지도 인정을 받고 있다.
(이곡은 이 영화 개봉이후, 멜리나 메르꾸리가 부르기도 하였다.)





이 메인 테마(Theme)곡 외에도
어떤 역경이 있더라도 “그래도 인생은 계속 된다
(살아가야 만 한다.)[‘Show Must Go on’과 같은 의미]“는
조르바의 인생 철학이 담긴 듯한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 역시
OST 앨범에서( 3 &10 번째) 상당히 알려진 곡이다.
메인 테마(Theme)곡과는 달리 아코디언이 리드하는
매우 따뜻하고 동양적인 멜로디의 그 주제(Theme)가
앤소니 퀸의 컬컬한 목소리와 함께
무척이나 아름답게 들린다.
이렇게 아름다운 이 영화의 OS 음악에는
한 때 좌파주의자로 낙인이 찍혀, 당시 그리스의 군사
정권하에서 옥고도 치른바있는 미키스 데아도라키스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경이 묻어져 나오는 듯도 한데,
그래서 그런지, 더욱 더 앤소니 퀸이 명연기를 펼친
이 조르바의 인생을 (음악적으로도) 잘 표현하였다.





소위 지식이라 칭함을 받는
(실존적인 것이 만들어 놓은 온갖 도덕, 사상, 종교, 철학 등의)
논리적인 규범 속에 얽매이어, 그 속에 갇혀 사는 문명인의
모습 (오늘날 우리 자신들의 모습?)과
그런 논리와 규범들을 무시(초월)하고 현재의 감정과 욕망에
충실하면서 자유를 추구하며 아주 분방하게 사는
한 희랍인의 모습을 대비하면서
(어느 쪽이 좋은가를 선택 하는 것은 당연히 우리들의 자유이다.)
우리들의 인생을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은유하는 이 작품.
(물론 원작 소설의 힘이 너무나 크지만) 21세기 오늘날에도
대단한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래서 삶이 답답하고 지루해지거나 또 힘이 많이들 때,
이 영화를 다시 한 번 더 보면서,
자유를 추구하던 앤소니 퀸의 호탕하고 거침없는 조르바로서의
그 명연기에 푹 빠져보는 것도 우리들의 인생에 크나 큰
활력소가 되는 듯하다.
“그래! 신께서 우릴 더 잘 볼 수 있게끔 밖으로 나가자고.....
(All Right, We Go Outside Where God Can See Us Better!)”
(조르바 어록 중에서)




* OST 앨범 수록곡 리스트:



1. theme from 'Zorba the Greek'
2. the full catastrophe
3. life goes on
4. the one unforgivable sin
5. question without answers
6. zorba"s dance
7. the fire inside
8. clever people and grocers
9. always look for trouble
10.life goes on
11.free
12.that's me-zorba


* 이 영화는 1965년도 제37회 미국 아카데미상의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가 되었고,
여우조연상을 비롯한 3개의 상을 수상하였다. 아래 사진은 촬영 상을 받은
발터 라살리(Walter Lassally. 1926, 독일 베를린)가 관광지로 개발이 된
크레타 섬의 촬영 현장(뒤에 광산이 있던 산이 보인다)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 * 관련 동영상 모음:










revised. Apr.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