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1990년대 상

지중해 / Mediterraneo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김제건 2012. 1. 3. 17:53
지중해 / Mediterraneo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1991년/ 감독: Gabriele Salvatores / 주연: Claudio Bigagli + Vanna
Barba 외/ 음악: Giancarlo Bigazzi + Marco Falagiani / 96분



“대서양의 일종의 부속해로서, 일반적으로
지중해(地中海, Mediterranean)라고 하면,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의 3개 대륙에 둘러싸여있는
유럽 지중해를 가리킬 정도로 유명하며,
고대서부터 중세말까지 유럽 문명의 중심무대가 되었고,
오늘날에도 세계 항로의 주요 간선중의 하나가 되어있다. “
(백과사전에서)
바다는 다 같은 바다일진데,
지중해하면 왜 유독 더 낭만적으로 느껴질까?
위와 같이 백과사전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역사적으로 인류 문명의 모태 같은 곳이 되어서 그럴까?
아니면 스페인에서부터 터키에 이르기 까지
약 4,000Km 길이의 동서 간의 세 대륙에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 너무나도 많아서일까?
또 그것도 아니면,
이렇게 지중해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의 영향인가?



눈부신 햇살아래 푸르른 바다 위를
‘L164 (가리발디-Garibaldi)‘ 라고 표시가 된
낡은 화물선 같은 군함 한 척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고,
전쟁 전엔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지금은 이태리군의 장교가 된 지휘관,
라파엘 몬티니(Raffaele Montini / Claudio Bigagli. 1955. 이태리) 중위
다른 전투에서 살아남아, 해산이 된 부대 출신들인 오합지졸 같은 7명의
부하들을 먼저 육성으로 소개하고 있다.
엘리세오 스트라짜보스코(Eliseo Strazzabosco/ Gigio Alberti. 1956.이태리):
노새 몰이꾼 출신으로서 사람보다 노새를 더 사랑하여 실바나라는 이름을
붙여준 노새와 언제나 동행을 하고 있다.
리베로(Libero)와 펠리체(Felice), 뮤나론(Munaron)형제:
산골출신으로 바다가 처음이라서 배 멀미를 하느라 정신들이 없다.
니꼴라 로루소(Nicola Lorusso/Diego Abatantuono. 1955. 이태리):
아프리카 전선에서의 공적으로 특무상사로 진급을 한
마초(Macho)스타일의 직업 군인.
루치아노 콜로산티(Luciano Colosanti/ Ugo Conti. 1955. 이태리):
통신병
콜라도 노벤타(Corrado Noventa/ Claudio Bisio. 1957. 이태리):
여러 번의 탈영전과가 있어
지금도 여전히 틈 만 나면 집으로 가려고 한다.
안토니오 파리나(Antonio Falina/ Giuseppe Cedema. 1957. 이태리):
몬티니 중위의 당번병.



그리스의 동남부 끝 쪽(에게 해-Aegean Sea)에 위치하여
오히려 터키와 아주 가까운 작은 섬,
미기스티(Megisti)가 이들이 향하는 목적지인데,
전략적인 중요성이 별로 없는 그곳에서 약 넉 달가량 머물면서
정찰 경계보고를 할 예정이다.
그런데 함정을 정박한 후, 보트에 나눠 타고 상륙을 한 섬에는
개미 한 마리도 얼씬거리질 않고,
오히려 자신들의 작은 실수들로 인해 군함이 폭파되어 침몰을
하고, 또 본부와 연락을 해야 할 무전기까지도 고장이 나면서
졸지에 섬에 고립이 되는 신세가 된다.
그런데 뮤나론 형제를 산 정상(맨 아래 사진)에다 보초로
세워두고 할 일없이 낮잠만 자던 어느 날,
아이들과 노인네들이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면서,
마을을 이끄는 그리스 정교회의 신부를 만나 그동안 독일군의
침공을 받아 남자들이 다 잡혀 간 사연도 듣게 된다.
그리고는 경계를 푼 마을사람들과 점점 동화되어가는 이들.
부끄러움은 전혀 없이 당당하게 자신을 ‘푸타(창녀)‘라고 밝힌
바실리사(Vassilissa/ Vanna Balba. 1963)를 통해
(나이순) 순번제로 육체적인 욕구를 해결하고,
그림 그리기가 특기인 몬티니 중위는 신부의 부탁으로
교회의 벽화를 그리는 일에 착수를 하며, 산꼭대기에서는
한편, 뮤나론 형제가 양치기 소녀와 (공동) 사랑에 빠진다.



군기라곤 빠질 대로 다 빠진 이들에게 이제 전쟁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었다.
그래도 어쨌든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냐는 로루소 상사의
제안으로 투표까지 해보지만, 4:3의 결과로 이들은 그냥 섬에
눌러 앉기로 결정을 한다.
간혹 나타나는 터키상인의 배를 통해 담배를 비롯한 아편까지
구할 수 있고, 축구나 하며 아무런 걱정거리 없이 하루하루를
마음 편히 살다 보니 이제 이들에게 이 남의 나라 작은 섬은
버림받은 망각의 섬이 아니라 마치 사막위의 오아시스 같은
천국으로 변한 것이고,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달콤한 “도피의 유혹“에 전부 다 빠져버린 것이다.
그동안 숫총각이던 파리나는 바실리사와 사랑에 빠져
결혼식을 올리게 되고, 또 교회의 벽화도 완성이 되어갈 무렵,
어느 날 기관 고장을 일으킨 비행기 한 대가 불시착을 하면서
조종사를 통해 지난 9월에 종전이 되었고,
이들이 이 섬에 온 1941년 6월 이후, 어느새 세월은 삼년이
더 흘러갔음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얼마 후, 떠나기 싫은 발길로 영국군의 배를 타고 귀국을 하는 이들,
그러나 파리나는 끝내 섬에 남게 되고,
몇 십 년의 세월이 지나 관광지로 변한 섬을 흰머리가 난 얼굴에
지팡이를 짚고 다시 찾아 온 몬티니 중위와 재회를 하는데,
그동안 파리나와 함께 바실리사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바실리사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이태리로 빨리 돌아가 새로운 조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외치던
가장 군인답던 로루소 상사역시 어느새 이 섬에 살고 있었음을
몬티니는 뒤늦게 알게 된다.



현실 세계에선 도무지 있을 것 같지 않고, 더군다나 군인들에겐
너무나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런 코미디적인 이야기는
'나는 군대를 사랑해(Armanta Sagapo/I Love Army)'라는
자서전을 영화 시나리오의 바탕으로 했었다고 한다.
자선전이 기초이기에 따라서 실화일 수 밖에 없는데,
그러나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쓴 영화감독이기도 한 작가,
엔쪼 몬테레오네(Enzo Monteleone. 1954. 이태리)
자신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한다.
모로코, 마라케시의 유치장에 있는 친구를 구하러가는 내용의
'마라케시 특급(Marrakech Express. 1989)'
여행을 떠나는 두 배우 이야기를 다룬
'여행(Turne. 1990)'과 함께 “도피(Run Away)”라는
특이한 주제를 다룬 나폴리 태생의 감독,
가브리엘레 살바토레스(Gabriele Salvatores. 1950. 이태리)
의 초기(1983년 데뷔) 삼부작 중의 하나인 이 작품은
그가 즐겨 다루던 소재들인 남자들 간의 우정에다가
이번에는 반전까지도 추가한 것이 그 특징이 되겠지만,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목에 있는 바다자체를 주제로 하였다고 한다.
작은 섬들로 구성이 된 12군도(Dodecannese)의 하나로서
이름이 바뀌어 카스텔로리쪼(Kastellorizo Island)라고
오늘날에는 불리는 원작의 (터키와 아주 바짝 붙어있는) 섬,
그리스 동남부의 미기스티(Megisti)에서 실제로 촬영이 이루어
졌다고 하는데, 순번을 기다리던 바실리사의 바닷가 집(위의
사진 참조)과 언덕 위의 성 니콜라스(St. Nicholas) 교회 등은
21세기 아직도 보전이 잘 되고 있다고 한다.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 1991)’같은
무시무시한 영화가 대부분의 상들을 휩쓸었던 1992년 제 64회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이 작품은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바다를 항해하는 낡은 군함,
L164 가리발디호를 배경으로 마치 뱃고동이 울리듯,
오프닝 장면서부터 이국적인 분위기로 등장을 하는 음악이
오리지널 스코어(OS)의 메인 테마(Main Theme)곡이다.
“이태리인이나 그리스인이나 다 같은 민족”이라고 아부처럼
말하던 그리스 정교회 신부의 영화 속 대사와도 같이
이 스코어의 연주는 마치 유럽 연합(EU)스타일의 다국적
풍으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아무래도 그리스가 배경이어서 그렇겠지만,
먼저 ‘일요일은 참으세요(Never On Sunday.1960)‘
’희랍인 조르바(Zorba The Greek. 1964)'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졌던 그리스의 민속악기,
부주키(Bouzouki-만돌린과 비슷하게 생긴 6줄의 현악기)
작은 북, 타라부카(Tarabuka/Toubeleki-민속 타악기)
리듬 섹션을 맡았고,
스코틀랜드나 영국민요에 많이 쓰이는 백파이프(Bagpipe)
매우 이태리적인 멜로디를 리드하는 악기로 등장했다는 것도
이색적인데, 몬티니와 로루소, 그리고 파리나가 해후를 하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자주 들을 수가 있다.





할리우드 영화, '플래시 댄스(Flashdance. 1983)'에서 나오는
‘글로리아(Gloria- 로라 브래니건의 노래)’라는 인기 팝송을
작곡한 바도 있는 이태리 피렌체 출신의
지안카를로 비가찌(Giancarlo Bigazzi. 1940. 이태리)
이 오리지널 스코어를 편곡하고 지휘를 하여 녹음까지 한
마르코 팔라지아니(Marco Falagiani)
공동으로 작곡을 한 이 영화의 OS음악에는
메인 테마(Main Theme)곡과 버금가는 특이한 음색의
제2의 테마(Theme)곡이 하나 더 있다.
부주키나 아코디언 등이 멜로디를 리드해나가며 따스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특징인 이곡은
로루소 상사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마을의 작은 광장에서
그리스의 민속춤을 출 때부터 나오기 때문인지, OST 앨범에는
‘길거리에서 춤을(Ballo In Piazza. 03;45-07번째)' 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그러나 파리나가 바실리사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녀를
자주 보살펴줄 때를 비롯하여 서로 사랑을 나눌 때에도
배경 음악으로 등장을 해서 그런지
‘바실리사의 테마(Tema Di Vassilissa. 02;23-13번째)’ 라는
또 다른 제목으로도 OST 앨범에 수록이 되어있다.
그리고 이곡은 뮤나론 형제가 양치기 소녀와 즐겁게 뛰어 놀며
사랑을 할 때도, 그리고 스트라짜보스코가 마을 아낙네를
나귀에 태우고 데이트를 할 때도 계속해서 들려오기 때문에,
일명, ‘지중해의 사랑의 테마(Love Theme)’ 라고도 불린다.





음악을 듣노라면 눈앞에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경이 절로
떠오르는 듯한 지안카를로 비가찌와 마르코 팔라지아니의
이 지중해 풍의 색다르게 아름다운 주제곡들은
이후 비슷한 배경의 ‘일 포스티노(Il Postino. 1994)’
또,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 1997)‘ 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 듯 한 느낌이 든다.
(유사한 분위기의 진행 소절들이 상당히 많다.)
한편, 로루소 상사가 바실리사와 (일번 타자로) 볼일을 보고
난 뒤 기분이 좋아져, 집 계단을 내려오며 신나게 부르던
‘마리우양, 사랑에 관해 이야기 해주오
(Parlami D'Amore, Mariu! / Speak About Love To Me, Mary!).'

라는 노래는 아닌 게 아니라, 2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부터
이태리에서 무척이나 유행을 해오던 곡이다.
오늘날에도 파바로티를 포함한 테너 3인방 등, 많은 성악가들
까지 불러 마치 이태리 가곡 같은 느낌도 주고 있지만,
실상은 1932년의 이태리 고전영화,
‘악당 같은 남자들!(Gli Uomini, Che Mascalzoni!)’의 주제가이다.
감독으로도 우리들에겐 친숙하였던
비토리오 데 시카(Vittorio De Sica. 1901-1974. 이태리)가
30세의 젊은 시절에 배우로 출연을 하여 춤을 추면서 직접
불렀던 곡이기도 하다.
이곡은 쥬세페 디 스테파노(Giuseppe Di Stefano)의 음성으로
‘좋은 친구들(Goodfellas. 1990)‘의 OST에 수록되기도 했었는데,
영화음악가, 세자르 빅시오(Cesare A. Bixio. 1896-1978. 나폴리)가
작곡한 그의 대표적 작품으로서, 영어 제목으로는
‘Tell Me That You Love Me’이다.

* 비토리오 데 시카의 노래:


“이런 시대에 살아남아서 꿈을 꿀 수 있는 길은 도피뿐이다.”
프랑스의 작가이며 생물학자였던
앙리 라보리(Henry Laborit. 1914-1995)의 저서,
‘도피 예찬‘의 일부를 큰 자막으로 인용하면서 시작한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도피를 또 다시 언급하고 있다.
사실 현실 세계에서는 (더군다나 군인들에게) 도피라는 게
쉽게 일어 날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마지막 장면의 그 문구,
"도피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바침(Dedicato A Tutti Quelli
Che Stanno Scappando/ Dedicated To All Those Who
Are Running Away)“

"도피를 하고 싶어 하는 모든 이에게 바침“으로 바꾸어야
되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렇지 않아도 도피를 하고 싶은 곳에서 오늘 날
마지못해 살고 있는 이들에게 이 영화는 더욱 더 도피를
하고픈 마음을 부추기니까 말이다.
앙리 라보리도 자신의 저서에서 도피를 생각하기 전에
먼저 시련에 맞서 싸우라고 말하였지만,
살아가면서 현실에선 결코 벗기가 쉽지 않은 무거운 의무들과
책임의 짐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도피를 하고 싶게 만든다.
그러나 우린 언제나 마음뿐이지, 실제로 도피나 일탈을 그리
쉽게 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기에 찬란한 태양과 푸른 바다가 아름다운 이런 영화를
보면서라도 “도피의 대리만족”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이다.



* OST 앨범 수록곡 리스트:


01: L'Arrivo(01;43)
02: Il Tempo Passa(02;43)
03: I Fratelli Munaron E La Pastorella(00;27)
04: Aziz Il Turco(02;10)
05: Stelle Sull'egio(02;55)
06: Ritorno Di Un Vecchio Tenente(00;58)
07: Ballo In Piazza (03;45)
(본문에 음악과 해설)
08: La Realta Che Torna Dal Cielo(01;00)
09: L'asino E La Luna(00;52)
10: Progetti Per Il Futuro(02;41)
11: Il Mare Degli Archi(00;44)
12: Cornamuse(00;36)
13: Tema Di Vassilissa(02;23)
(본문에 음악과 해설)
14: Il Paese Dietro I Lenzuori(01;37)
15: Scene Di Vita In Un'isola Dell'Egio(00;50)
16: Mediterraneo
(본문에 음악과 해설)
17: Il Mare Dall'alto(00;51)
18: Lontani(03;00)
19: Noventa Scompare Nel Blu (00;42)
20: Il Ladro(02;50)
21: Il Pope(00;38)
22: L'incontro(00;50)

23: Lo Sbarco(01;15)



* 관련 동영상 모음:













Jay. 245번째 영화리뷰. Aug.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