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1970년대 상

42년의 여름 / Summer Of '42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김제건 2013. 6. 12. 16:19
42년의 여름 / Summer Of '42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1971년/감독: Robert Mulligan / 주연: Jennifer O' Neal + Gary Grimes
음악: Michel Legrand / 103분



첫 사랑 그리고 첫 경험.
어쩌다 무심코 그냥 듣기만 하여도 절로 우리들의 마음을
아스라이 추억에 잠기게 만드는 그런 단어들이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서 다른 것은 다 잊어버려도 이 첫 번째
경험만은 죽을 때 까지 절대로 잊을 수가 없다고 누군가는
말을 하였지만 아닌 게 아니라 살아가면서 가장 귀중한
추억의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그 귀중한 추억은
누구에게나 다 있게 마련이어서, 이 영화의 예고편에도
“누구의 삶에나 ‘42년의 여름'은 다 있다.
(In Everyone's Life, There's A Summer of '42)“
라는
큰 글자가 등장을 한다.



15세의 나이로 막 사춘기에 접어든
허미(Hermie, Herman Raucher – Gary Grimes, 1955, 미국 SF).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참이던 1942년도의 여름을 가족들과 함께
매사추세츠 주의 낸텃켓 아일랜드(Nantucket Island)이라는
한 작은 섬에서 보내고 있다.
나이가 비슷한 이웃의 친구,
오씨(Oscy, Oscar Seltzer- Jerry Houser, 1952, 미국 LA),
벤지(Benjie- Oliver Conant, 1955, 미국 뉴욕)
와 함께
‘못된 삼총사(The Terrible Trio)’ 가 되어
바닷가 해안 경비대를 골탕 먹이는 등,
온갖 짓궂은 장난은 다하고 돌아다니는데,
역시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성(性)에 관한
그 멈출 수 없는 호기심들을 떨쳐낼 수가 없다.
빨래 줄에 널린 여자들의 속옷만 보아도 흥분이 되고,
또 당시에 섹시한 분위기로 인기가 대단하였던 여자 배우,
베라 마일즈(Vera Miles. 1929, 미국 오클라호마)
생각에 밤잠을 이룰 수가 없는 것이다.



벤지의 부모님이 보는
성관련 의학서적을 몰래 훔쳐다가 함께 보면서,
우리들의 부모들도 이렇게 할까? 하고 반문을 하는 이들은
결국 해변가에서, 일부러 넘어져서라도 이성과 접촉을
꼭 해보아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드디어 극장에 가서 또래 여자 애들을 꼬시기로 한다.
화면에는 관심조차 없고 그저 옆에 앉은 금발의 소녀와 스킨십에만
몰두하는 오스키, 결국 그의 꼬드김에 콘돔까지 사러가게 되는 허미,
그러나 약국에서 어색하게 딴청만을 부리다 몇 십분 만에 간신히
구한 그것들도 나중에 전부 오스키만 다 사용을 하게 된다.
하지만 허미는 애당초 또래 여자애들과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왜? 그에게는 마음한구석에 숨겨놓은 동경의 여인이 따로 있었기
때문인데, 그녀는 남편을 전쟁터에 보내고 혼자 바닷가 언덕위의
통나무집에서 살고 있는 젊고 아름다운 22세의 연상의 여인
도로시(Dorothy-Jennifer O' Neal, 1948, 브라질)이다.



우연히 바닷가에서 군복을 입은 남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녀를 처음 훔쳐보고, 마치 상사병에라도 걸린 듯이 그녀만 보면
멍해지는 허미.
이일을 놀려대는 오스키와는 한바탕 주먹다짐까지도 하게 되는데,
그런 그에게 동네 수퍼마켓 앞에서 무거운 생필품들을 들고 쩔쩔매는
도로시를 도와주는 일은 분명히 하늘이 준 천운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며칠 후, 다락에 무거운 짐을 옮기는 일을 다시 도와준 허미에게
도로시는 커피를 대접하면서 언제든지 다시 들리라는 말을 하는데,
흰색의 핫팬츠를 입은 황홀한 도로시의 모습을 내내 잊지 못하던 허미는
드디어 어느 날 밤, 흰 구두로 잔뜩 멋을 내고 그녀의 집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집 거실에서 남편인 우삭이 프랑스에서 작전 중,
전사하였다는 전보를 우연히 보게 된다.
레코드판을 틀면서 눈물을 흘리며 다가오는 그녀를 엉겁결에 안고
같이 춤을 추게 되는 허미.
잠시 후, 음악은 끝이 나고, 바늘은 헛바퀴를 돌면서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파도소리와 어우러지는 그 순간,
허미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그 ‘첫 경험’을 하게 된다.



이튿날 아침 다시 찾은 그 집에서
“어젯밤 일은 시간이 흐른 언젠가는 이해를 하게 될 거야.....”
라는 내용의 한통의 편지만을 발견한 허미.
그는 두 번 다시, 도로시를 평생 만나지 못하였다고 하는데,
이 영화의 원작소설의 작가이며 또 이 영화의 각본도
직접 다시 쓰면서 자신의 (어릴 적) 실명을 그대로 사용한,
허먼 라우처(Herman Raucher. 1928, 미국 뉴욕)
바로 허미 자신이며, 또 어렸던 그가 실제로 경험한
‘1942년의 여름’
사실 그대로 이렇게 극화한 것이라고 한다.
남편의 전사소식을 들은 날 밤에 미성년자인 주인공과
관계를 맺은 부분에 대하여, 이후 많은 (윤리적인) 논란을
낳기도 하였지만, 허미는 이날 이후, 부쩍 커버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회고하였다.
이렇게 소중한 ‘첫 사랑’과 또 ‘첫 경험’
그를 하룻밤사이에 어느새 어른으로 (철들게) 만든 것 일까?



달빛만이 스며들던 바닷가 언덕위의 그녀의 집에서 그날 밤에
눈물을 흘리며 둘이 안고 같이 춤을 출 때, 축음기에서 들리던
음악으로 줄거리에서도 아주 중요하게 설정이 되어 있던
그 아름다운 주제곡은 프랑스 출신의 중견 작곡가,
미셸 르그랑(Michel Legrand. 1932-2019. 빠리) 에게
영예로운 미국의 아카데미상을 두 번째로 안겨 주었다.
(1972년도 제44회, Best Original Score 상)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Thomas Crown Affair. 1968)’
‘네 마음의 풍차
(The Windmills Of Your Mind-Dusty Springfield 노래)’로
1969년도, 제41회 아카데미상의 주제곡상을 탄 이후,
3년 만의 또 다른 개가인데, 그의 국제적인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고, 또 오늘 날까지도 그의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쉘부르의 우산(Les Parapluies De Chelbourg. 1964)
후보작에 머물렀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의외의 결과인 셈이다.
이곡은 이후 ‘여름은 알고 있다(The Summer Knows)‘라는
제목의 가사가 있는 노래로서도 다시 인기를 얻었었다.







줄거리 상, 성인 남자 배우가 출연할 여지가 없어서도 그랬겠지만,
어쨌든 유명배우 한 명도 출연을 하지 않고도 이 영화가 유명해진
배경에는 역시 이 주제곡의 힘이 크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영화보다도 이 주제곡만 유명해지면서,
1970년대의 인기 영화음악으로 자리매김을 하였는데,
잔잔하면서도 애절한 느낌을 주는 이곡은
공교롭게도 헨리 맨시니(Henry Mancini)가 만든
해바라기 (I Girasori, 1970)의 주제곡과
(그 당시의 무슨 유행풍조였었는지)
매우 흡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차분하게 피아노 연주로 시작이 되면서
오프닝 크레딧의 첫 장면서부터 허미가 도로시를 생각할 때면
어김없이 들려오던 마치 ‘사랑의 테마(Love Theme)‘ 같은
이곡 외에는 다른 음악이 전혀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서 더욱 더 이 곡의 멜로디만 기억에 오랫동안 자리를
잡게 만든다.
한편 허미와 오스키가 극장에서 또래 여자애들과 함께
관람하던 영화의 장면도 꽤 오랫동안 우리들에게 보여 지는데,
‘가라, 항해자여 (Now Voyager)’라는
당시 1942년의 개봉 신작으로서 베티 데이비스(Bette Davis)의
그 애처로운 눈동자도 무척 인상적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소설가,
허먼 라우처(Herman Raucher)는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스위트 노벰버(Sweet November. 2001)’라는
인기 영화의 각본을 쓴 적이 있지만 이 영화가 개봉된
2년 후, 다시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의 실제 경험을 극화한
‘Class Of '44 (1973)’
마치 속편과도 같이 이 영화와 똑 같은 출연자들로 다시
만들었었지만, 글쎄? 이번에는 미셸 르그랑의 음악이
빠져서 그런지 별로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같은 나이인 15세에 주인공, 허미역을 맡았던
게리 그라임스 (Gary Grimes)도 배우로서 1970년대만
활동을 하다 은퇴를 하였으며(평생 7편 출연),
섹시한 도로시역의 제니퍼 오닐(Jennifer O' Neal)은
아직도 활동은 하고 있다지만 TV극에만 출연을 하면서
큰 두각은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 “이 영화는 출연자들은 B급인데,
음악만은 A급이다” 라고 평을 하였다.
그러나 ‘9월이 오면Come September. 1961)‘
비롯하여 그레고리 펙(Gregory Peck)이 출연하였던 화제작,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 Bird. 1962)’를 만들어
아카데미상의 후보가 되기도 하였던 오랜 연출경력의 소유자,
로버트 멀리건(Robert Mulligan. 1925, 미국 뉴욕) 감독의
차분한 연출은 칭찬할만한데,
그 자신이 주인공 허미의 독백 내레이션을 녹음을 하여
그의 음성도 직접 들을 수가 있다(아래 동영상 참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옛날부터 우리들의 조상들께선 결혼을 일찍들 하였다고 한다.
15살이면 벌써 신혼살림을 차렸다고 하는데,
이는 인간의 생식 능력을 감안한 매우 과학적이고 현명한
제도가 아니었나하고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10대 때야 말로 인간은 일생에서 가장 왕성한 성기능을
보유 할 때이고 또 그러다 보니 자손 번성을 위한 방편으로서는
이 시기의 결혼이야말로 ‘꿈의 가족 구성’이라는
‘4대 동거’
를 이루는 기본적 발판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도시화가 가속이 된 현대에 와서는 이렇게
10대에 결혼을 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사회 구조 속에서
우리들이 현재 살고 있는 것인데, 이유야 어찌되었던 간에
자연의 섭리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또 그러다보니 이 영화에서도 기본적인 주제로 인용을 한
(자연적인 현상인) 이 10대 때의 성 욕구라는 문제도
결코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저 다들 쉬쉬하면서 (사춘기 때의 성장 과정의)
한 개인적인 문제정도로만 조용히들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따지고 보면 몸은 원하는데
사회구조가 이를 억누르고 막고 있는 셈이니 이런 원천적인
‘부 자연스러운 불합리’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이런 불합리가 대한민국의 인구감소도 가져오는 건 아닐까?



* 관련 동영상 모음:













revised. Feb.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