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1960년대 상

샤레이드 / Charade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김제건 2013. 5. 7. 21:08
샤레이드 / Charade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1963년/ 제작 + 감독: Stanley Donen/주연: Audrey Hepburn + Cary Grant
음악: Henry Mancini / 113분



이 영화를 보지 않았고,
뒤늦게나마 앞으로 볼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리뷰는 틀림없이 김새는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줄거리를
세세하게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나도 탁월하고 치밀한 줄거리 전개에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샤레이드(Charade)’하면
판토마임과 같이 말을 하지 않고서 몸짓으로만
말을 한자 한자씩 알아맞히는 게임을 뜻하는데,
몸짓으로 하는 그 어떤 힌트조차도 없이,
컴컴한 어둠 속에서 출구를 찾아나가듯,
목숨을 걸고 수수께끼를 풀어나가야 하는
여자 주인공과 또 관객들에게
의문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수표나 보석, 귀중품
보관함의 열쇠, 또는 보관증 같은 것도 없이
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감추었을까하는 점과
위급할 때마다 나타나 도와주는 그 남자 주인공은
분명히 착한사람이어야만 할 텐데, 도대체 가명이
세 네 개인데다가 거짓말도 수시로 마다치 않으면서,
또 악당들과도 마치 한편처럼 어울리는 그가
참으로 정체불명의 사나이라는 점이다.



알프스의 스키장에서 친구와 휴가를 보내고
빠리의 집으로 돌아온 미국인 동시통역사,
레지 (Regina, Audrey Hepburn, 1929-1993, 벨지움)
가구하나 남김없이 텅 빈 자기 집을 보고
놀랄 겨를도 없이, 빠리 경찰로부터 남편인
찰스 램퍼트가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시체를 확인한 후, 자기가 없는 사이에 남편이
집을 정리하여 25만 달러의 거금을 챙겨
남미로 가던 중에 죽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썰렁한 장례식장에서 이상한 남자들을
차례로 목격을 한 후, 미 대사관의 CIA요원이라는
바르토로메우(Bartholomew)에게서 죽은 남편이
1944년에 OSS요원으로서, 동료 네 명과 함께
미국 정부가 프랑스 레지스탕스 조직에 전하는
시가 25만 달러의 금괴를 운반하다가
혼자 가로챘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데,
그 이상한 남자들 세 명이 바로 당시의 전우들이고,
이젠 남편에 이어 자신마저 노리고 있다는 사실에
극도의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공갈 협박이 차례차례 하나씩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이때,
알프스의 호텔에서 이미 만난바 있는 매력적인 노신사,
피터 조슈아 (Peter Joshua, Cary Grant 1904-1986,영국)
다시 나타나 도와주겠다고 자청을 하면서
어느 작은 호텔에 함께 묵게 된다.



그러나 자기편인줄 알았던 피터가
옆방에 있던 악당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없어진
돈을 공동으로 노리는 ‘칼슨 다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와중에서, 전쟁 때 오른손을 잃고 쇠갈고리 의수를 한
허먼(George Kennedy, 1925, 미국 뉴욕)
비롯하여, 레지를 협박하던 그 일당들이 한명씩
차례로 살해가 된다.
그리고 시체 옆 카페트에는 ‘다일’이라는 글이
남겨져 있는데, 더 이상한 것은 이 ‘칼슨 다일’도
당시의 전우로서 그때 이미 죽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세느강에서 데이트도 같이하면서
레지가 점점 반해가며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
이 사내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러나 따져 묻는 레지에게 자기는 ‘애덤 캔필드‘이며
사기꾼으로서 자기 역시 그 돈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또 다시 말을 바꾼다.
하지만 그와 함께 경찰에서 넘겨 준 남편의 소지품들,
즉, 네 개의 가명여권, 여객선표, 지갑, 만년필, 그리고
레지에게 보낸 편지 등을 아무리 다시 뒤져보았자
도대체 없어진 돈의 행방을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하지만 혼자 남은 악당,
텍스(Tex, James Coburn, 1928-2002, 미국)
가진 죽은 남편의 수첩 속에 적힌 그의 마지막 약속이
일주일 전, 지난 목요일 5시라는 단서를 찾아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곳에 함께 가본다.



빠리의 샹제리제 자뎅 공원, 매주 목요일마다 장이 열려
붐비는 우표시장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일행.
부랴부랴 호텔로 돌아와 레지에게 보낸 편지봉투를 보니
이미 우표는 뜯겨져있고, 그 우표는 레지의 친구아들인
장 루이의 손을 걸쳐 어느새 문을 닫고 사라진
어느 우표 상에게 넘어가 있었다.
그리고 간신히 소재를 파악해 찾아간 그에게서
1854년도의 ‘드 굴라 피라스킬링겐’, 1894년도의 ‘하와이언
포스테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귀한 우표의 하나인
‘가제트 멀다브’가 총액 25만 달러에 해당한다는
기가 막힌 사실을 듣게 되고 또 무사히 회수를 한다.
(실제로 이 비싼 우표들은 현재도 존재하고 있고,
지금의 시가로는 약 천만 달러에 해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줄곧 CIA요원으로 믿고 있었던
바르토로메우의 협박을 받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는
죽은 줄 알았던 (진짜) 칼슨 다일로서,
도망을 치던 레지는 간신히 애덤의 도움을 받아
죽음의 위기를 모면한다.
다음날 아침,
돈을 반환하기 위하여 온 미국 대사관
217호의 ‘브라이언 크뤽샹크’라는 재무성 파견 직원을
만나러 온 레지는 또 한 번 놀라 기절을 할 뻔 한다.
글쎄, 그동안 ‘피터’, ‘알렉스’, ‘애덤’이라는 이름들을
사용해온 그 매력적인 노신사가 바로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브라이언은 진짜 이름이냐고 레지가 묻자,
다음 주에 당신과 하는 결혼의 증명서를 보면 알거라고
답을 하며 서로 포옹을 할 때, 레지는 말한다.
“이름이 뭐든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사랑해요............ 피터, 알렉스, 애덤, 브라이언......”




자랑스럽게도 박중훈이 출연했다고 해서 한국 사람들이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본 2002년도의 리메이크 작,
‘찰리의 진실(The Truth About Charlie)'
비록 동일한 작가(피터 스톤)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원작보다 더 나은 리메이크는 없다는 옛말만
다시 한 번 더 확인을 시켜주었고,
또 배우가 역시 영화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가를
새삼 다시 느끼게끔 하였다.
제임스 코번(James Coburn), 월터 매태유(Walter Matthau),
조지 케네디(George Kennedy)
같은 조연은 그렇다 치더라도,
남녀 주인공에서 도저히 원작과는 그 중량감 자체를 비교도
할 수가 없는 형편인데, 이미 히치콕 감독의 스릴러인
‘북북서로 기수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 1959)’에서도
간을 조리게 하는 명연기를 펼친바있는 캐리 그랜트의
그 중후한 개성을 모방조차 할 수도 없지만,
그러나 역시 오드리 헵번의 청순 깜찍하고 도저히
사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그 매력 덩어리 연기야말로
과연 누가 리메이크 할 수 있단 말인가?
줄리아 오몬드(Julia Ormond. 1965, 영국)도
시드니 폴랙(Sydney Pollack)감독이 직접 제작을 한
1995년도 판 ‘사브리나’에서
괜히 어설프게 그녀를 흉내 내다 망신만 당하였지만,
오드리 헵번이 출연을 하였던 작품들(생애 총 30편 출연)은
아예 처음부터 리메이크를 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듯하다.



영화 제작자의 아들로 태어나서 어릴 때부터 영화광으로
자라난 후, 빠리에서 13년간 생활을 하며, 일주일에 두 번씩
장이 열리는 우표시장에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만들게 된
할리우드 제1세대 작가의 대표적인 인물,
피터 스톤(Peter Stone. 1930-2003, 미국 LA)
1950년대 말에 원작 시나리오를 완성한 후, 메이저 영화사
7군데와 접촉을 하였으나, 모든 곳에서 전부 거절을
당하였다고 한다.
그러다 아내의 충고를 받아들여 생애 첫 소설로 출간하였는데,
베스트셀러가 된 후에 이번에는 7개의 영화사에서 서로
제작을 하겠다고 덤벼들었다고 하니,
세상만사는 모든 게 다 때가 있는 모양이다.
‘Singing In The Rain(1952)’이라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뮤지컬을 만들었고,
'화니 페이스(Funny Face.1957)‘에서
오드리 헵번과는 이미 호흡을 맞춘바 있는
스탠리 도넌(Stanley Donen. 1924, 미국 콜롬비아) 감독
결국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5대5의 동업 조건으로 마침내 제작을
하게 되었지만, 이런 영화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헵번을
서스펜스 스릴러에 처음으로 등장시킨 모험은 높이 살만하다.
그리고 서스펜스의 대가인 히치콕 선배에 대한 존경심으로
오마주(Homage)의 개념으로서 스탠리가 제작했다는 이 작품은
결국 히치콕은 절대로 만들 수 없다는 섬세하고 독창적인
‘로맨틱 와이트 코미디(Romantic White Comedy)’
새로이 창조했다고 호평 받았다.



오드리 헵번의 매력에 개인적으로 푹 빠져,
그녀의 음정에 맞는 ‘특별 주문 제작의 노래’를 이 년 전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1961)’
주제곡으로 만들어,
1962년의 제34회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막강한 라이벌,
‘웨스트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1961)를 누르고,
생애 처음으로 영예의 주제곡상과 음악상, 2관왕을 차지하면서,
1960년대를 그의 생애의 최고의 해들로 연속해서 이어 간
헨리 맨시니(Henry Mancini. 1924-1994, 미국 클리블랜드)
이번에도 오드리 헵번의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매우 아름다운 주제곡을 만들었다.



서스펜스라는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에다
레지의 로맨틱한 감정까지 함께 한곡의 주제(Theme)에
전부 다 반영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동전의 양면 같아서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장면에 따라 적절한 편곡을 사용하면서 이 상반된
분위기를 모두 다 잘 반영하였는데, 007영화(DR. No ,1962)의
오프닝 타이틀을 만들면서, 더욱 인기를 얻었던
모리스 바인더(Maurice Binder)가 만든 미로 찾기 같은 특이한
비주얼의 오프닝 타이틀 때와 피터 조슈아를 살인자로 오해를
하고 그를 피해서 지하철로 도망을 가던 긴박한 장면,
그리고 빠리의 팔레 로얄 극장의 큰 기둥사이에서의 추격 시퀀스
등에서 들려오는 긴장과 긴박감을 조성하는 편곡은 음악 초반부의
타악기 연주가 마치 황급히 뛰어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를
표현하는 듯 무척 훌륭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




당시의 대부분의 영화 제작자(또는 회사)들은
오스카상 2개 부문(OS 음악+주제가)에 모두 후보가 되도록
메인 테마(Main Theme)곡에다가 항상 가사를 붙여
또 하나의 주제곡으로 완성을 시키도록 하였다.
이곡도 ‘문 리버(Moon River)’
가사를 만든바 있는 헨리 맨시니의 오랜 짝꿍,
자니 머서(Johnny Mercer. 1906-1976, 미국 조지아)
작사를 하면서, 세느 강에서 피터와 레지가 바토무슈
유람선을 타고 데이트를 하는 로맨틱한 장면에서
합창단의 달콤한 노래로 들리게 하였지만,
영화 개봉 후에는 또 앤디 윌리엄스(Andy Williams)를
비롯한 수많은 가수들의 다양한 버전들이 발표되어
히트하도록 만들었었다.

* 여러 버전의 주제가:



When we played our charade
We were like children posing
Playing at games, acting out names
Guessing the parts we played
Oh what a hit we made
We came on next to closing
Best on the bill, lovers until
Love left the masquerade
Fate seemed to pull the strings
I turned and you were gone
While from the darkened wings
The music box played on
Sad little serenade
Song of my heart's composing
I hear it still, I always will
Best on the bill, Charade.








오드리 헵번은
이 영화의 대 성공을 기반으로 하여 한때의 남편이었던
멜 훼러 (Mer Ferrer. 1917, 미국 뉴저지)
제작자로 나서서 만들었던
어두워질 때까지(Wait Until Dark. 1967)에서도
상당히 큰 위험에 빠지는 역할을 나중에 또 하긴 하였지만,
그동안 자주 보여줄 이유가 없었던 공포의 순간들에서의
그 왕 눈이야말로 또 다른 그녀의 매력이 아닐 수 없었고,
또 당시 그녀가 출연하였던 대부분의 영화가 그러했듯이,
매 시퀀스마다 각양각색의 지방시(Givenchy)의 수십 벌의
화려한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 모델과 다름없었던
그 아름다움도 모든 남성들에게 백기사로서의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한편 10년 전,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 1953)에서
헵번과 만날 수가 있었는데도, 대본을 보고나서 출연을 포기해
대타, 그레고리 펙을 유명하게 만든 캐리 그랜트는 뒤늦게
헵번과 한편만 더 같이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였는데,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62세인 1966년에
많은 동료들과 감독들의 적극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인 은퇴를 단행하였다.
그래서인지 30년이 넘는 오랜 연기생활을 하였던 대 배우,
캐리 그랜트는 비록 이 작품 이후에 두 편을 더 출연하긴
했지만, 말년의 아쉬움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인상적인 작품이
바로 이 ‘샤레이드(Charade)‘이었다고 직접 밝힌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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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 196번째 영화리뷰. revised. Apr.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