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2000년대 상

킬 빌: Vol. 1 / Kill Bill: Vol. 1 음악적 리뷰 + 동영상모음

김제건 2013. 5. 7. 21:06
킬 빌: Vol. 1 / Kill Bill: Vol. 1 음악적 리뷰 + 동영상모음
2003년/ 각본 + 감독: Quentin Tarantino / 주연: Uma Thurman
음악: Rza 외/ 111분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도 있긴 하지만,
쿵푸 무협 영화하면 홍콩이고, 사무라이 영화하면 일본이요,
마카로니 또는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하면 이태리였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동안 우리 한국 영화계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21세기엔 K-Movie라고 해서 우리의 위상이 높아진 건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10대 중반에 다니던 학교를 때려치우고, 허모사(Hermosa Beach)의
비디오 가게(The Video Archives)에서 일을 하면서
국적을 가리지 않고, 또 영화의 예술성이나 장르에 관계없이
무지하게 많은 영화들을 닥치는 대로 왕성하게 섭렵하였다는
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 1963, 미국 테네시)[아래사진 중앙]는
이태리, 아일랜드, 그리고 체로키 인디언의 피가 골고루 섞인
자신의 혈통만큼이나 매우 다양하게 여러 이질적인 문화를
잘 흡수해 온 스펀지 적 성격의 인물이지만,
그래도 이 작품같이 다원화된 그의 잡식 취향을
잘 보여준 영화도 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좋게 말하자면
이 작품은 그가 10대 때부터 즐겨 보아왔던 수많은 영화들에
대하여 존경심을 표한 ‘복합 오마주(Homage)’ 라고도
할 수가 있겠지만, 우리식으로는 ‘잡탕 찌개‘ 또는
’종합 선물세트’라고 표현을 해도 큰 실례가 아닐 듯...
이소룡(Bruce Lee, 1940-1973, 미국 SF)
출연했던 수많은 쿵푸영화들과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일본의 사무라이 영화들,
그리고 '황야의 무법자(1964)'로 변종 웨스턴무비를 창조한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1929-1989, 이태리 로마)
영화들이 우선 오마주의 주 대상이라고 하였는데,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모티브(Main Inspiration)는
메이지 유신초기에 감옥에서 태어난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동명 타이틀의 만화를 영화화 한
‘수라 설희’(1973, 修羅 雪姬 / Shurayukihime)에서
대부분을 가져와 이 작품의 기둥들로 세웠다고 한다.
우선 예쁘디 예쁜 여자 주인공이 놀라운 검술로
차례차례 복수를 해나간다는 점, 그리고 특히 기모노를 입고
흰 눈 위에서의 펼치는 결투장면과 영화에 챕터를 나눠
소제목을 붙인 전개방식 역시 매우 흡사한데,
다만 ‘킬 빌‘의 주인공이 입고 있는 노란색 추리닝(아래 사진)은
이소룡이 ‘사망유희(1978)'에서 입었던 의상이란 점이
금방 눈에 띤다.



빌(Bill)이 대장인 킬러들의 조직,
'The Deadly Viper Assassination Squad'의 일원이었던 새 색시,
브라이드 (The Bride/Uma Thurman, 1970, 미국 보스턴)
임신을 한 상태에서 결혼식을 올리려고 들른 텍사스 주
엘파소의 한 작은 교회에서 그곳에 있던 하객들과 함께
옛 동료들에 의해 무자비한 공격을 받는다.
그리고 4년간의 코마상태에서 깨어난 그녀는 자기를
죽이려 했던 일당, 즉, 옛 동료 다섯 명의 리스트를 만들고,
한 명 한 명 차례로 복수를 하기 시작한다.
처음, 그녀의 타겟은 제1장의 제거 대상 2번,
미국 패사디나 에 살고 있는 흑인 여성,
버니타 그린 (Vernita Green/Vivica A. Fox, 1964, 미국 인디애나).
하교 길의 그녀의 어린 딸 앞에서 가급적 행동을 자제했지만,
결국 “네가 큰 다음에도 나에 대한 증오가 남아 있다면
너의 복수를 기다릴게.....”라고 말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편, 도쿄의 한 미군기지에서 태어난 혼혈아,
오-렌 이시(O-Ren Ishii/Lucy Liu, 1968, 미국 뉴욕)
9살 때 눈앞에서 죽어간 부모님의 복수를 11살 때
자신의 손으로 끝내고, 20살에 최고의 암살자로 성장한 후,
이어 도쿄 암흑가의 보스로 거듭나는데, 그녀가 바로
브라이드가 노리는 제거 대상 리스트의 제1번 타겟이다.



오키나와에서 초밥 집을 운영하며 은둔생활을 하던 일본도의 대가,
하또리 한쪼 (Hattori Hanzo/Sonny Chiba, 1939, 일본 후쿠오카)
도움을 받아 한 달을 기다리며 명검을 구한 후
제5장에서 오-렌과 그 일당, ‘죽음의 88인회’가 유흥을
즐기고 있는 도쿄의 ‘청엽정(House Of Blue Leaves)’을
혈혈단신으로 처 들어간 브라이드.
한때는 빌의 부하였다가 지금은 오-렌의 2인자인
소피(Sofie Fatale)의 팔을 단칼에 잘라 버리고,
17살의 겁 없는 여고생 바디가드, 고고(Gogo Yubari)와의
결투를 끝낸 후, 이번에는 조직의 사령관인 자니 모
(Johnny Mo)가 이끄는 88인회의 몇 십 명의 졸개들과
끝이 보이지 않는 피투성이의 혈투를 계속한다.
그리고 마침내, 흰 눈 나리는 정원에서 맞붙은 브라이드와 오-렌.
한동안의 사투 끝에 피범벅이 된 노란색 추리닝의 브라이드가
먼저 쓰러지고,
“사무라이처럼 싸울 수는 없지만 사무라이처럼 죽을 수는 있다”
말을 듣는 순간, 흰색 기모노 차림의 오-렌의 머리가
그만 허공으로 날아가고 만다.
이제 앞으로 (속편에서) 제거해야만 할 리스트의 명단은 3명.
그런데, 부상당한 모습으로 빌 앞에 선 소피는
“딸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던가?” 라는 속편줄거리의
힌트가 담겨있는 질문을 마지막 장면에서 받게 된다.



같은 음악이라도 듣는 사람의 기분이나 환경에 따라서
다 다르게 들린다고 하더니,
‘Once Upon A Time In America(1984)’에서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게오르그 잠피르(Gheorghe Zamfir. 1941.루마니아)
팬파이프(팬 후룻)연주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바 있는
쿠엔틴이 어느 타이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듣게 된
‘외로운 양치기(The Lonely Shepherd)'
악단 장으로도 유명한 독일출신의 제임스 라스트(James Last)
원래 만들 때에 가졌던 전원풍의 목가적인 감정과는 사뭇 다르게
그의 귀에 전달이 되었던 모양이다.





복수의 도구로 사용이 되는 일본도가 상징하는
동양문화와 서양문화의 만남을 표현하는 데는 가장 적당한
곡으로 판단한 쿠엔틴은 이곡을 브라이드가 오키나와에서
명검을 구했을 때와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엔딩 크레디츠에서
전곡을 다시 들려주는데, 아닌 게 아니라, 그렇게 듣다보면
정말로 복수에 사무친 브라이드의 처절한 심정이
팬파이프(팬 후룻)에 베여있는 듯한 착각마저도 든다.
위 탕 클랜(Wu-Tang Clan)이란 힙합그룹의 창설멤버인
RZA와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쿠엔틴은 자연스럽게
이번 영화의 음악을 그에게 의뢰하게 되고, 또 그와 함께
많은 삽입곡들을 선곡하면서 음악적으로도 역시 아주 푸짐한
‘잡탕 찌개’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ODE TO O-REN ISHII‘(아래 동영상)를 비롯하여
몇 곡의 배경음악과 OS를 RZA가 직접 만들기는 하였으나
그러나, 이 영화를 대표하는 음악들은 거의 대부분 (유명한)
삽입곡(Non Original Music)들이 아닐 수 없다.
“빌이 나를 총으로 쐈어요...“라고 관객들에게 일러바치는 듯
오프닝 타이틀 때 들려오는 낸시 시나트라(Nancy Sinatra)의
'BANG BANG'(아래의 OST 해설에 동영상) 과
브라이드와 오-렌이 흰 눈 위의 정원에서 비장한
맞대결을 할 때 들리는 산타 에스메랄다(Santa Esmeralda)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아래 동영상)역시,
‘외로운 양치기’ 못지않은 쿠엔틴 다운 뜻밖의 선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긴박함을 연출키 위한 강한 분위기의 음악들은
쿠엔틴이 어려서 즐겨보았던 TV 드라마나 영화의
주제음악(Theme)을 주로 사용하였다.
복수를 위해 버니타의 집 문을 열 때와 청엽정의 화장실에서
소피를 훔쳐볼 때, 그리고 오-렌과 결투를 하기 직전,
브라이드가 예전에 무참히 당할 때의 후레쉬 백이 잠깐
나오면서 강열하게 들려오는 음악은 우리나라에서도
방영을 한바 있지만, 휠체어를 탄 형사이야기를 다룬 1967년
TV시리즈, '아이언 사이드(Ironside)'의 Theme(아래 OST 에)이고,
또 오-렌 일행이 청엽정에 의기양양하게 입장을 할 때 들리는
호떼이 도모야수가 작곡한 일본 영화,
‘신 의리 없는 전쟁’(Shin Jingi Naki Tatakai, 1974)의 주제곡
마치 S.W.A.T.의 주제곡과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액션 시퀀스의 활력을 더해주었다.



킬 빌: Vol. 2에서 나중에 브라이드에게 혼이 나는
엘 드라이버 (Elle Driver/Daryl Hannah, 1960 미국 시카고)
간호사로 위장을 하고(위의 사진),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브라이드를 독약으로 죽이기 위해
찾아가는 장면은 쿠엔틴이 무척 존경한다는
브라이언 드 팔마(Brian De Parma. 1940, 미국)감독의
‘화면 분할 연출’방식을 그대로 흉내 내었지만,
한국에서도 한때 청춘스타로 인기가 있었던
헤이리 밀스(Hayley Mills)가 주연을 한 영국의 공포영화,
‘TWISTED NERVE’(1968)의 휘파람소리가 나는
재미있는 주제곡 역시 히치콕의 오랜 짝꿍,
버나드 허맨(BERNARD HERRMANN)의 잊지 못 할
명곡으로서 상당히 인상적인 선곡이다.



또한, 쿠엔틴의 사무라이 영화를 향한 오마주는
이 작품의 원조 격인 일본 영화, ‘수라 설희(修羅 雪姬, 1973)’의
주제곡, ‘수라의 꽃’(수라 노 하나/ The Flower Of Carnage)
주인공인 카지 메이꼬(Meiko Kaji, 1947, 일본 도쿄)의
오리지널 송 그대로 오-렌이 죽는 중요한 장면에
사용을 하면서 절정을 이루고, 엔딩 크레디츠과
'킬 빌:Vol.2' 에서도 이 메이꼬의 또 다른 노래인
'우라미 부시(Urami Bushi)’를 한 번 더 들을 수가 있다.
한편 도쿄의 한 옷가게에서 쿠엔틴이 우연히 노래를 듣다가
반해 영화에 직접 출연까지 시킨 일본의 여성 삼인조 밴드,
‘THE 5.6.7.8‘S’ 는 청엽정의 1층에서 락큰롤 스타일의
노래 두곡을 신나게 들려주었는데
첫 곡 이었던 ‘I Walk Like Jane Mansfield’
OST 앨범에는 수록이 되어있지 않으나, 두 번째 곡인
‘우 후(WOO HOO)’는 한 때 우리나라에서 광고음악 등으로
상당히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영화의 속편에서 쿠엔틴이 더욱 두드러지게 오마주를 하는
(이태리의 마카로니 웨스턴을 이야기하면서 절대로 빼놓을 수가 없는)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icone)의 (영화)음악들은
‘킬 빌 2’에서도 대량으로 등장을 하게 되지만,
이 일편의 중간에 오-렌 이시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부분에서 잠시 들을 수가 있는
그의 ‘Death Rides A Horse‘ 역시
리 반 클립(Lee Van Cleef)이 주연을 한 1972년 작품,
‘분노의 건 맨(Il Grande Duello’의 하모니카 주제곡
(Luis Bacalov작곡)과 함께 상당히 역설적인 분위기를 잘 연출하였다.



이렇듯, 쿠엔틴의 데뷔작부터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그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영화와 TV극의 주제곡들을 포함한
수많은 삽입곡들을 광범위하게 동원한 이런 스타일의 음악 연출은
“자신의 재능의 한계를 스스로 시험해보고 싶었다.”
쿠엔틴의 말대로 심혈을 기우려 만든 수많은 명장면들과 함께
크나 큰 호응을 얻게 되었고, ‘반지의 제왕(2001-2003)' 시리즈에
고무되었는지 과감하게 두 편으로 나뉘어서
개봉을 하게끔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길게 만들어졌다.
(영화의 제작과정과 기타 뒷이야기들은 킬 빌: Vol. 2의 리뷰에서........)



* OST 앨범 수록곡 리스트:



01. BANG BANG (MY BABY SHOT ME DOWN) [NANCY SINATRA]
후랭크 시나트라의 딸, 낸시 시나트라가 1966년에
‘How Does That Grab You?’ 라는 앨범을 통해서 발표한 곡으로서
부부 가수였던 소니 앤 셰어(Sonny & Cher)의 남편,
소니 보노가 만든 곡인데, ‘탕 탕’ 이라는 총소리로 직역을 할 수가 있다.


02. THAT CERTAIN FEMALE [CHARLIE FEATHERS]
브라이드가 피습된 현장으로 출동을 하는
보안관의 차안에서 들려오는 음악.
03. THE GRAND DUEL [LUIS BACALOV]
오-렌의 부모가 야쿠자두목에게 잔인하게 살해되는 애니메이션
장면에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매우 따뜻한 하모니카의
이 음악을 들을 수가 있다.


04. TWISTED NERVE [BERNARD HERRMANN](본문에 해설+동영상)
05. QUEEN OF THE CRIME COUNCIL
06. ODE TO OREN ISHII [RZA](본문에 해설)


07. RUN FAY RUN [ISAAC HAYES]
브라이드가 병원에서 휠체어를 타고 주차장에 있는 노란색
Pussy Wagon을 찾아가는 장면에서
‘샤프트’의 주제곡과 매우 흡사한 이곡이 나온다.
08. GREEN HORNET [AL HIRT]
알 허트(Al Hirt)의 밝고 재미난 편곡의 트롬본 연주인 이곡은
브라이드가 텍사스에서 오키나와로 그리고 오키나와에서 도쿄로
비행을 할 때와 도쿄 시내를 모터사이클로 질주할 때 등장을 한다.


09. BATTLE WITHOUT HONOR OR HUMANITY [TOMOYASU HOTEI](본문에 해설+동영상)
10.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SANTA ESMERALDA](본문에 해설)


11. WOO HOO (THE 5.6.7.8‘S)
어울리지 않게 고전적인 원피스를 입고 전기기타와 드럼을
연주하는 일본의 삼인조 여성밴드, THE 5.6.7.8‘S가
부른 두곡의 노래 중 한곡으로
청엽정의 일층에서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한 때 프로야구 명장면 리뷰프로그램에서 항상 사용했다.


12. CRANE/ WHITE LIGHTNING [RZA/ CHARLES BERNSTEIN]
13. THE FLOWER OF CARNAGE [MEIKO KAJI](본문에 해설)
14. THE LONELY SHEPHERD [GHEORGHE ZAMFIR](본문에 음악과 해설)
15. YOU`RE MY WICKED LIFE
16. IRONSIDE [QUINCY JONES](본문에 해설)


17. SUPER 16
18. KUNG FU STINGS AND SFX [YAKUZA OREN 1]
19. BANISTER FIGHT
20. FLIP STING
21. SWORD SWINGS
22. AXE THROWS



* 예고편 외 동영상모음:











Jay. 201번째 리뷰. revised.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