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1960년대 하

졸업 / The Graduate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김제건 2012. 1. 31. 17:20
졸업 / The Graduate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1967년/감독: Mike Nichols /주연: Dustin Hoffman + Katharine Ross
Anne Bancroft / 음악: Dave Grusin + Paul Simon /105분



1964년도에 비틀즈(Beatles)는 미국 동부에 상륙을 하여,
그 유명한 ‘에드 설리반 쇼 (Ed Sullivan Show)'에 출연을 한다.
그리고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포함하여 사회 전반적으로
엄청난 문화적 ‘후 폭풍‘을 미국 전역에 일으키게 되는데,
이를 일컬어, '영국 대 침공(British Invasion)’이라고
표현한 평론가도 있었다.
[이후,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를 비롯한 수많은 영국 가수와
밴드들까지 덩달아 대단한 인기를 누렸으니 당연한 표현이다.]

하지만 이런 일에도 ‘락큰롤의 제왕(King of Rock'n'Roll)’이라고
칭송을 받았던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폴 사이몬(Paul Simon)과 아트 가펀클(Art Garfunkel),
두 사람으로 이루어 진 '사이몬 앤 가펀클(Simon & Garfunkel)



영국의 침공자들과는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이 달라서 그런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올 테면 오는 거고 우린 그저 우리의 길을 갈 뿐 이다.” 라고
말 한 대로, 아닌 게 아니라 사이몬과 가펀클의 히트곡들 행렬은
오히려 1960년대 중반에도 멈출 줄 을 몰랐고, 더군다나,
1967년에 이들의 기존 히트곡들이 삽입이 된 바로 이 영화가
대성공을 거둔 이래 그들의 인기는 더욱 폭발적이었다.
우리나라의 ‘트윈 폴리오(송 창식 + 윤 형주)'에게도 많은 영향을 준
이 듀엣은 초등학교 동창 사이로 1960년대 들어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포크 송(Folk Song)'이라 흔히 불리는 장르로 그 출발 방향을 정하고
이후 약10년 간 수많은 명곡들을 발표하게 되는데 (최대 명곡은
위의 앨범 사진과도 같이 역시 ‘Bridge Over Troubled Water’이다),
1970년대부터는 각각 솔로 가수로서도 좋은 곡들을 많이 남겼다.
특히 시적인 가사로 유명한 ‘침묵의 소리(The Sound of Silence)’
1960년대 중반에 비틀즈의 많은 노래들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대단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는데 바로 이 영화에서도 (첫 장면에서
부터) 여러 번 들을 수 가 있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지만, 1990년대에 세계적으로 큰 유행물결을 탄
뮤직 비디오 열풍도 따져보면 결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음악계와 영화계에서 이런 영향을 끼친 역사의 원천을 따라가다 보면
그 원류에서 바로 이런 영화들을 만날 수가 있는데,
이렇게 이 영화, ‘졸업(The Graduate)’은 음악계를 포함한 문화계
전반에 끼친 그 막대한 영향을 생각 해 볼 때 무척이나 의미가 깊은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영화가 시작되고, 38분경에서부터 43분경까지 약 5분 동안 대사 없이
사이몬 과 가펀클의 노래, 두 곡
(The Sound of Silence + April Come She Will)
매우 멋진 편집 장면들(아래 뮤직비디오)과 함께 계속 이어져 나오고,
또 1시간 13분경에도 ‘Scarborough Fair’
샌 프란시스코의 금문교의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흐르지만,
1960년대에 만들었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무척 훌륭한 이 영상들은
문자 그대로, 완벽한 뮤직 비디오(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영화음악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이런 점들 외에도 이 작품은
할리우드에 삽입곡(Non Original Music / Collaged Soundtrack)
풍조의 전성시대를 열게 되는
1969년의 ‘이지 라이더(Easy Rider)’같은 아메리칸 뉴 시네마의
정점을 이룬 영화를 탄생케 하는 동기를 부여하였으며,
또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같은 영화 음악의 거장들이
주로 쓰는 ‘주제곡의 사전 제작‘이라는 바람직한 발상을
많은 영화인들에게 제공하게 되었다.
[이 두 영화의 차이점을 들자면 ‘이지 라이더‘와는 달리 이 영화는
많은 삽입곡들도 있긴 하지만, 데이브 그루신(Dave Grusin)과 폴
사이먼(Paul Simon)이 이 영화만을 위한 오리지널 스코어(OS)도
공동 제작 하였다는 사실이다.]




부모의 친구 부부이자, 자기한테는 엄마뻘이 되는
미세스 로빈슨 (Mrs. Robinson-Anne Bancroft, 1931, 뉴욕 )
어쩌다 보니 피치 못 할 성관계를 맺게 된 대졸 백수,
벤자민 브래독 (Benjamin-Dustin Hoffman, 1937, LA),
부모의 강요 속에 이런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로빈슨네 집의 딸,
일레인 (Elaine-Katharine Ross, 1940, LA)과도
데이트를 할 수 밖에 없었고,
또,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꽤 노력은 하였으나, 그녀에게 어쩔 수
없이 끌리는 마음은 또 다시 그녀와도 깊은 관계를 맺게 한다.
(젊음의 어쩔 수 없는 욕망?)



당시에 사회적으로도 엄청나게 큰 충격을 준 이 영화를 좋게 보는
어느 학자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고뇌 하는 젊은 나이의 벤자민이
그 돌파구로 현대 사회에서 너무나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성(Sex)‘을 택한 것이라고 변명을 해주었지만
그러나 이런 설정은 한국적 윤리관뿐만 아니라 서구적 윤리관으로
볼 때도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어서 많은 문제점을 낳기도 하였다.
독일 베를린 태생으로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연출경력을 쌓아오다,
1966년에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Who 's Afraid of
Virginia Woolf?)’
라는 문제작으로 단숨에 성공한 감독,
마이크 니콜스(Mike Nichols. 1931, 독일)
바로 자신의 두 번째 작품인 이 작품을 해설 하면서,
이상하기는 하지만 광기를 통해 자기를 구원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1960년대의 미국의 사회풍조(특히 성 풍조)를 반영하고 또 고발
하였었다
고 말했었다.
그래서, 보니 앤 클라이드 (1967)와 함께 아메리칸 뉴 시네마라는
새로운 풍조를 만들어 낸 대단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대한 범사회적인 비판들은 그렇게 만만치 않았던 것이었다.



21세기에 들어와 우리나라에서도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
실업문제는 비단 일자리 감소와 불황에만 그 이유가 모두 다 있지는
않고, (젊은 취업자들의) 정신적인 면에도 매우 문제가 많다고 어느
학자는 지적하였지만, 대학을 멀쩡히 졸업하고도 백수로 지내는 일은
이들이 자라온 환경과도 결코 무관 하지 않다는 것이다.
1950년대 초의 한국 전쟁 이후 세대(베이비부머)들의 자식 세대
(전후 제 2세대)인 21세기 초의 청년들을 우리나라의 부모들이
과연 어떻게 키웠느냐는 것이 바로 관건이겠지만,
이 영화 속의 벤자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는 2차 대전의 전후 2세대로서 궁핍함은 고사하고
(당시 풀장이 있는 집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거의 다 상류층이었다)
외아들로서 너무 오냐오냐 하고 키웠기에 이런 사고를 치게 되는
것이라고 어느 사회학자가 평한 적도 있었다.
[물론 어린 녀석을 꼬드기어 불장난을 한 나이 먹은 미세스 로빈슨의
죄가 더 크긴 하지만 바로 이점도 이 영화가 사회에 제시하는 또 다른
문제점이기도 하다.]

특히 끝 시퀀스인 교회에서 십자가를 무기로 휘두르는 점(아래 사진)에
관해서는 기독교계에서도 매우 많은 비판들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매우 낭만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이유는 과연 뭘까?



이 영화가 한국에 개봉되면서,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해프닝도 발생하였다.
엄마와 딸하고 둘 다 육체관계를 갖는 줄거리가 새삼스럽게 윤리적인
문제로 대두가 되자, 심의를 맡은 당시 문화공보부는 일종의 편법을
동원되게 된다.
바로 이들 모녀의 관계를 이모와 조카사이로 둔갑시키면서,
자막 번역을 통해 줄거리를 왜곡시켜 개봉을 하게 된 것 이다.
(또 잠시 동안은 나이차가 많이 나는 자매로 설정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당시에 개봉관에서 이 영화를 볼 때는 우리도 다 그런 사이인줄
만 알고 보았으니,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국민들을 우습게 본 우민화
정책이었는지 어이가 없다. 차라리 개봉을 하지 말던가.......
그래서 내 영화를 한국에서는 절대 공개하지 않겠다고 한 감독도
한 때는 많았다.
그리고 비단 이 작품 뿐 만이 아니고 사상이 좀 이상하거나 또는
좀 야하거나 하는 영화들은 모조리 그 무자비한 심의라는 것에 걸려
개봉조차 할 수 없었던 그런 시절도 꽤 오래 동안 계속되었으니 영화를
좋아하던 우리들이 그동안 본 손해는 누가 과연 보상 해줄 것 인가?
이제는 세월이 좋아져서 웬만한 영화는 한국에서도 그런대로 잘림 없이
다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대신 위안을 삼아야 할까?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와 캔디스 버겐(Candice Bergen).
원래는 이 두 배우를 염두에 두고 기획을 하였다는 이 영화를 통해
주인공으로 데뷔한 더스틴 호프만(Dustin Hoffman)
일약 깜짝 스타가 되었다.
뉴욕의 ‘옾 브로드웨이(Off-Broadway)’에서 연극 공연 중에 갑자기
오디션을 보게 되었다는데, 원작 소설에는 183Cm의 키에 금발의
건장한 청년으로 묘사가 된 주인공을 뽑는 그 오디션에서
그는 당연히 신체조건이나 외모 면에서는 경쟁자 10여명 가운데에
최하위 성적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니콜스 감독의 나중에 밝힌 대로 소름끼칠 정도의 연기와
어벙한듯하면서도 진솔한 말투나 태도 등이 원작을 무시하고
그를 선택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셰난도어(Shenandoah. 1965)'에서 제임스 스튜어트의
며느리로 영화계에 데뷔를 한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큰 역을
맡게 된 캐서린 로즈(Katharine Ross) 역시도
아주 잘된 캐스팅으로 손꼽히고 있다.
단돈 천 달러에 원작 판권을 입수한 이 영화는
1968년도의 최고 흥행 영화(1967년 12월 개봉)로 기록되었는데,
오늘날 화폐가치로는 약 2억 달러 이상에 해당한다는 5천만 달러의
흥행실적을 올렸고,
마이크 니콜스 감독에게도 미국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게 해주었다.
또 사이몬 과 가펀클의 매우 아름다운, 다섯 곡의 (아래) 히트곡들이
수록이 된 OST 앨범은 1968년도 그래미상의 네 개 부문을 휩쓸면서
당시로선 최고 등급인 ‘골드 레코드’가 된다.
(특히 ‘Mrs. Robinson’은 1968년도 4주 연속, 인기차트 의 1위)
이런 주옥같은 명곡들을 직접 만든 폴 사이몬은 중견 작곡가였던
데이브 그루신(Dave Grusin. 1934, 미국 콜로라도)
함께 공동으로 오리지널 스코어(OS) 제작에도 참여를 하였는데,
자동차에서 기름이 떨어졌을 때에 들리는 그 통기타 사운드 같이
재미있는 음악 연출이 무척 인상적이다.

* The Sound Of Silence(맨 아래에 가사전문 있음)


* Mrs. Robinson


* Scarborough Fair + Canticle


* The Big Bright Green Pleasure Machine


* April Come She Will




영화를 다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도망을 친
이 커플 (동영상 참조)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한 적이 있었지만, 아닌 게 아니라,
1990년대의 중반에 이 영화의 속편을 기획한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
무슨 영문인지, 아직까지도 소식은 없다.
(내용은 ‘데미지’와 매우 비슷하게 시나리오가 만들어 졌었다고 한다.)
이후 이 영화는 21세기에 들어와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버전으로도
무대에서 리메이크가 되어 공연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보수적인 국가인 영국에서 아주 오래전에 이미 초연을 하였다는
사실도 참 희한하다.
역시 문화를 문화로 제대로 봐주는 그들의 안목이 부럽다.



* OST 앨범 수록곡 리스트:


01 THE SOUND OF SILENCE(본문에 동영상)
02 THE SINGLEMAN PARTY FOXTROT
03 MRS. ROBINSON
(본문에 동영상)
04 SUNPORCH CHA-CHA-CHA
05 SCARBOROUGH FAIR / CANTICLE (INTERLUDE)
(본문에 동영상)
06 on THE STRIP
07 APRIL COME SHE WILL
(본문에 동영상)
08 THE FOLKS
09 SCARBOROUGH FAIR / CANTICLE
(본문에 동영상)
10 A GREAT EFFECT
11 THE BIG BRIGHT GREEN PLEASURE MACHINE
12 WHEW
13 MRS. ROBINSON
(본문에 동영상)
14 THE SOUND OF SILENCE



Hello darkness, my old friend / 내 오랜 친구, 어둠이여
I've come to talk with you again / 자네랑 이야기하려고 또 왔다네
Because a vision softly creeping / 왜냐하면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에
Left its seeds / 어떤 환상이
While I was sleeping / 자기 씨를 심어놓았기 때문이지
And the vision / 내 뇌리에 깊이 박힌
That was planted in my brain / 그 환상은
Still remains / 아직도 여전히
Within the sound of silence / 침묵의 소리로 남아있다네
In restless dreams I walked alone / 불안한 꿈속에서 자갈이 깔린
Narrow streets of cobble stone / 좁은 길을 혼자 걸었지
'Neath the halo of a street lamp / 가로등불 밑에 다다랐을 때
I turned my collar / 차갑고 음습한 기운 때문에
To the cold and damp / 옷깃을 세웠다네
When my eyes were stabbed / 그때 반짝이는 네온 불빛이
By the flash of a neon light / 내 눈에 들어왔고
That split the night / 그 네온 불빛은 밤의 어둠을 가르며
And touched the sound of silence / 침묵의 소리를 감싸 안았다네
And in the naked light I saw / 적나라한 불빛가운데서 만 명 정도?
Ten thousand people / 아니 어쩌면 더 많은 사람들을
Maybe more / 나는 볼 수 있었다네
People talking without speaking / 그 사람들은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하고
People hearing without listening / 듣는 체 하지만 실제로는 듣지 않고
People writing songs / 심금을 울리지도 못하는
That voices never share / 노래들을 부르고 있었다네
No one dared / 그 어느 누구도 감히
Disturb the sound of silence / 침묵의 소리를 깨뜨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네
'Fools' said I ' / 그래서 나는 '바보들
You do not know / 암과도 같은 침묵이 자라고 있음을
Silence like a cancer grows / 당신들은 알지 못하나요?
Hear my words that I might teach you / 당신들을 깨우치는 내 말을 들으세요
Take my arms / 당신들에게 내미는 내 손을 잡으세요'
That I might reach you / 라고 말했지
But my words / 하지만 그러한 내 말은
Like silent raindrops fell / 소리 없는 빗방울처럼 떨어져
And echoed / 침묵의 샘 가운데에서
In the wells of silence / 공허한 메아리 같을 뿐이었다네
And the people bowed and prayed / 사람들은 자기들이 만든
To the neon god they made / 네온 神에게 허리 굽혀 기도했다네
And the sign flashed out its warning /그러자 네온이 만들어내는 단어 중에
In the words that it was forming / 경고의 문구가 번쩍이었지
And the signs said / 네온은 이렇게 말했어
'The words of the prophets are written / 예언자의 말은 지하철의 벽이나
on the subway walls and tenement halls / 싸구려 아파트 현관에 적혀있다' 라고...
Whispered / 침묵의 소리 가운데에서
In the sound of silence / 그렇게 속삭이더군.......

(From LP ‘Wednesday Morning 3 AM ’ 1964 발매- Paul Simon 작곡)



* 관련 동영상 모음:












revised. Mar. 2019.